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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가족을 고소하고 수사하는 국가

by 이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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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 제가 프랑스에서 소송 중에 한국으로 불려 들여왔다는 표현에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어 다시 적습니다. 제가 무슨 공무원도 아닌데 국가가 불러서 들어왔다는 표현은 오해의 여지가 있긴 하니까요. 그런데 제 입장에서 보면, 당시 프랑스에서 겪은 일은 대단히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구구절절 이상한 일들은 (프랑스에서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갑자기 사망을 했다거나 등등) 너무 많았지만 이 얘기도 꽤 반복해서 말했으므로 직접적인 사정만 말을 하자면, 일단 프랑스에서 갑자기 제 신용카드가 모두 정지가 되며 호텔을 구할 수조차 없게 됩니다.


프랑스에서 경찰에 강제 연행되는 등의 여러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거쳐 한국의 은행 측은 제 사업장이 폐업됐다는 사실을 알려줬으며, 사업장이 폐업됐기 때문에 대출금 상환 등을 비롯하여 한국으로 들어와 신용 카드 문제 등 전반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고지를 하는 거죠. 이 내용은 은행 측 메일 일부 캡처한 걸로 증명하겠습니다. 근데 당시 저는 프랑스 파리에 있었고 사업주인 제가 제 사업장이 폐업된 사실을 모른다는 게 납득이 안 가서 국세청에서 직권으로 폐업할 줄 알았더니, 나중에 국민신문고로 확인한 바, 제 모친이 했다는 겁니다. 전혀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제가 당시 가족에게 국제 전화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토로했는지 아마 상상도 못 할 겁니다.


결국 프랑스에서의 아마도 변호사 상대 첫 재판(?)은 제대로 치루지도 못 하고 부랴부랴 한국으로 입국하자마자 마포 세무서로 가서 서류를 확인하니 제 모친이 제 이름으로 신고한 내역서가 하나 나오더군요. 제 이름으로 신고하고 모친 신분증을 첨부한 거죠. 폐업 신고서 양식을 보면 아시겠지만 대리인이라도 폐업 신청은 할 수가 있기 때문에 모친이 가서 했을 수야 있지만, 대리인은 대리인으로 본인 이름을 서명하게 돼있는데 신고자 이름에 제 이름 <이미진>이 적혀 있고 신분증은 또 모친 것이고 그런 겁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죠???? 그러니 이때부터는 제가 국가 기관과의 투쟁이 시작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런 식이라면 제가 해외에 나가 있을 때 가족을 동원해서 사업장도 말소시키고 뭐 다 없애버리고 그래도 된다는 건데, 제가 이걸 그냥 넘어갈 수가 없잖아요. 결과적으로 해외에서 뭘 할 때 이렇게 가족을 동원해서 문제를 덮어버린다는 건 결국 국가는 쏙 빠지고 가족끼리 고소 고발하도록 국가가 조장하는 거고, 저는 이거는 악행이라고 봤고, 그래서 다투기 시작한 게 지금 이렇게 여기까지 온 거고요. 국가는 항상 가족이나 모친이 와서 이런 대리 행위를 하는 걸 막을 수 없다는 자세를 종종 취하는데, 모친이 와서 폐업 신고 하는 걸 막을 수야 없었다 치더라도 서명을 위조하게 하면 안 되는 거죠.


당연히 담당 공무원들을 절차 위반으로 고소했고 민사 소송까지 갔었습니다만, 북부지검에서는 황당하게 공무원이 아닌 (담당 공무원은 임신 중으로 휴직 상태라고 하더군요) 저희 모친을 검찰로 소환해서 조사를 합니다. 폐업 신고서에 서명한 사람 필적을 조회한다는 건데, 누가 봐도 터무니없는 수사죠? 만에 하나 모친이 직접 제 이름을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신고서에 본인 이름을 작성하지 않고 자녀 이름을 허위로 작성하는 데 공무원이 방치한 것은 어떻든 공무원 잘못 아닙니까? 모친은 이런 걸 처음 작성했으니 공무원이 시키는 대로 했음은 명확한 거고요. 결과는 당연히 필적이 다르다고 나왔고요. 누가 봐도 제 모친 서명은 아닙니다.


모친 입장에서도 살다가 터무니없이 저 때문에 검찰까지 불려 가서 조서 쓰고 이러다 보니 극도로 불안해했었고 (당시의 갈등에 대해서는 더 쓰고 싶지 않고요) 이런 일을 겪다 보니 이 소송은 해봐야 계속 모친만 불려 다닐 게 너무 뻔해서 결국 제가 민사 및 형사 소송을 모두 취하하게 되며 파산 선고를 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사업자로 대출을 받았는데 사업자가 폐업이 돼 일시에 다 상환을 하라고 하는데 상환할 돈이 없으니, 제가 파산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법원에 10년 치 가족 간 거래 내역 (거래 내역이 전무하죠) 다 제출했고요.


따라서 아마도 어떤 분들은 제가 이렇게 힘들게 생활하는 데 왜 가족에 대한 얘기가 없을까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을 줄 아는데, 저는 이런 일을 겪으면서 어떤 활동을 하는 데 있어 가족이 오히려 국가의 실책을 막는 공격의 대상으로 치환되는 놀라운 경험을 한 뒤로는 가족과는 그 어떤 거래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알립니다.


당시 제 모친이 세무서에 간 것은 사실이고 만에 하나 폐업 신고가 뭔지도 모르고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이 절차를 위반하여 제 허위 서명을 받은 사실에 대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계속 제가 모친을 고소 또는 고발하도록 종용하였습니다. 저는 이 시기 국가를 솔직히 악마라고 생각하고 증오했습니다. 설사 부모가 잘못을 했더라도 자녀에게 다른 절차를 안내하는 게 맞을 텐데, 부모부터 고소하라고 하는 국가는 썩은 거죠. 100% 모친이 잘못을 했더라고 모친을 고소하라 종용하는 건 조심해야 하는데, 세무서의 잘못이 더 큰 상황에서조차 모친 고소를 종용했으니까요.


어떻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건 당사자인 제가 다시 한국에 왔을 때 모친이 한 행위는 제가 원하는 행위가 아니었다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제 어떤 요구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모친을 고소하라, 모친을 불러서 조사한다, 이 말밖에는 없었어요. 그러니 제가 이후에 제 가족을 어떤 활동에 언급을 한다? 이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는 겁니다. 제 모든 활동은 가족과는 완전히 별개로 일어나는 것이며 부모는 아무 책임 관계가 없습니다. 이전에도 포스팅했지만 제 이런 활동을 찬성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제가 목표로 하는 어떤 활동의 목적이 달성되는 지점 혹은 제가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 있는 시점이 오지 않는 한에는, 제 가족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하는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덧붙여서 가족이 이렇게 막강하다고 한다면, 즉 제 의사와 무관한 행위를 해도 제가 돌이킬 방법이 전무하다면, 저는 더 이상 가족을 만들 생각도 없습니다. 실컷 부모를 그 책임에서 내려놨더니 이제는 또 다른 가족을 대상으로 이러한 행위가 벌어질 걸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거든요. 다행히 제가 가족이나 이런 데 관심조차 없어서 괴롭지도 않습니다.


간혹 제 성격이나 이런 게 좀 특이하다면서 성장 배경 같은 게 궁금하다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그냥 저는 굉장히 가난하게 컸고 (주거 환경은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고 보면 됩니다), 별로 행복한 어린 시절은 아니었으며, 학창 시절 단 한 번도 개근상을 못 타거나 소풍 가서 기절할 정도로 병약했고, 부모 모두 일을 해서 집에 늘 혼자 있었으나 다행히 제가 조용한 것과 혼자 책 읽는 걸 제일 좋아해서 이 부분은 상쇄되고, 그렇습니다. 그 당시 아이들처럼 맞는 일도 많았고, 저도 좀 특이하고 반항적인 아이가 됐으며, 이런저런 이유로 행복한 결혼 생활은 믿지 않게 됐는데, 그 이유를 밝히기에는 제 부모님 사생활이 걸려 있어서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부모가 늘 자식에게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국가가 부모의 잘못을 악용하는 한국 시스템에서는 어떤 행위를 함에 있어 부모 혹은 가족을 언급할 일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이렇게 말하면 국가는 늘 부모의 행위를 국가가 막을 수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국가가 부모의 행위를 막지 못하는 정도를 넘어서 심지어 절차 위반을 묵인하고 종용까지 한다면, 더더욱 부모와 저의 행위는 분리가 될 수밖에 없는 점도 첨언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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