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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것들의 공포 - 스탠리 큐브릭

by 이이진

https://youtu.be/CsO3 G7 rVSBA? si=DXs2 lXj4 Hjl-ePVy


ocn에서 영화 중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도 꽤 재밌고 특이한 영화라는 생각을 했던 영화가 있는데 그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풀 메탈 재킷>이었습니다. 통상 영화를 중간부터 보는 데도 재밌기가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 <무슨 영화인데 중간부터 봐도 재밌지???>라고 생각을 했고, 나중에서 보니까 그 영화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상영 일자를 찾아서 처음부터 보기로 했고, 역시 처음부터 봤는데 재밌었습니다.


영화가 정확히 반으로 나뉘어서, 영화 초반에는 한정된 세트장에 엄격한 군사 훈련으로 서서히 인간성이 상실돼 가는 전형적인 군인들의 모습을 그렸고, 후반부에는 오히려 전쟁터임에도 불구하고 전쟁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한가해 보이는 군인들의 모습을 그려냈죠. 오히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군대는 너무나 끔찍할 정도로 규칙과 위계가 지배했지만, 막상 전쟁터에서의 군인들은 농담이나 비아냥으로 일상을 보내게 그린 겁니다. 따라서 앞선 군대에서는 결국 군인이 동료 군인을 죽이는 모순이 오게 되고, 후반부 전쟁터에서는 군인이 구해줘야 하는 민간 어린 여성을 죽일 수밖에 없는 모순이 오게 되죠. 자세한 내용은 또 스포일이 되니까요. ^^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를 보면 일단 세트장이 완벽하게 귀엽고 아기자기하며 아름답습니다. 풀 메탈 재킷에서도 전반부 군대 훈련장을 보면, 뭐랄까, 깜찍한? 그런 세트장이고, 샤이닝 호텔도 그렇죠. 시계태엽오렌지는 못 봤는데 이 영상으로 대강 봐도 역시 귀여운 세트장이 배경이네요. 그런데 이 귀엽고 아름다운 세트장은 돌연 끔찍한 범죄 현장, 설명할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나는 장소가 되며, 귀엽고 맛있기만 한 도넛이 가장 끔찍한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등, 귀여움이 곧 끔찍함이 되곤 합니다. 따라서 비현실적인 현실이 가능한 것처럼 여겨지게 만들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여하튼 귀여운 미장센을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경향은 있는 듯합니다. ^^


그런데 <풀 메탈 재킷>에서 보면 한 군인이 늘 총알을 띠로 길게 몸에 칭칭 감고 다니면서 아무 데나 막 쏴대는데, (물론 이 군인도 전쟁으로 인해 약간 미쳤다고 해야 하나????) 총알이 꽤 무겁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게 많이 들고 다닐 수가 있을까 싶어서, 그렇다면 감독이 군대를 다녀온 적이 없을 거 같아서 찾아보니까, 역시 군대를 갔다 왔다는 기록은 없더군요. 즉 감독은 군대를 다녀온 적이 없이 전쟁 상황을 꽤 리얼하게 묘사한 면은 있지만 이 군인에 대한 묘사에서 불가능한 설정을 넣은 거죠. 의도적으로 그런 것일까, 총알 무게를 실제로는 몰랐던 걸까, 궁금은 한데, 여하튼 <풀 메탈 재킷>이나 <샤이닝>은 꽤 재밌게 봤고, 얼마 전에 봤는데도 재밌어서 놀랐습니다.


근데 배우들을 꽤 밀어붙여서 극으로 몰아서 촬영을 하는 거 같고, 덕분에 배우들의 연기가 지금 봐도 그렇게 촌스럽지만은 않더군요. 연기도 트렌드가 있어서 시간 지난 연기는 뭔가 촌스럽거든요. 배우들은 촬영하면서 괴로웠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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