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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라고 거창하게 부를 거면 근거를 마련하길

자기 삶에 주의를 붙일 거면 최소한 일관성이라도 가집시다

by 이이진

https://youtu.be/9 XnQBaNeFAQ? si=mUsTg66 CVaPefj91


비혼주의라면 애초에 비혼주의자를 만나거나 진지한 연애를 시작하질 말아야지, 연애를 하다가 느닷없이 비혼주의라고 말하는 건 좀 비겁한 거 아닌가요? 연애를 하다가 여차하면 비혼이고 또 여차하면 결혼도 고려하겠다는 건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떤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게 하는 거니까요. 그건 비혼주의가 아니라 <내 마음과 조건에 맞는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한다> 즉 지극히 세속적인 결혼관이지 비혼주의는 아닌 거 같습니다. 조건에 맞는 이성을 기다린다는 말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거죠.


게다가 어떤 자기의 가치관에 주의라는 거창한(?) 말을 붙일 거면 왜 자신이 비혼주의자인지 나름의 철학이 있어야 된다 봅니다. 막연히 한남이라 싫다, 사귄 남자나 여자 친구가 진상이었다, 흙수저라 결혼 조건 달성이 어렵다, 이런 건 지극히 단편적인 수준이라, 한남이 아닌 서양남자면 결혼한다는 거고, 전 이성이 이상하면 이번에 좋은 사람 만나면 되는 거고, 조건 달성이 어려우면 시기를 조금 늦추는 등 고려해 보면 되는 거잖아요. 즉 개선 가능한 일부 조건 따위에 무슨 거대한 비혼주의까지 덧씌우는 건지, 일종의 허례허식이라 봅니다.


가능하면 비혼주의라고 스스로를 규정할 때 왜 그런지 진지하게 자기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고, 그게 생기면, 굳이 불필요하게 이런저런 이성 찝쩍대면서 간 보고 썸 타고 할 거 다 하다가 막판에 비혼주의라고 하지 말고 연애 시작부터 밝히는 게 예의라고 봐요.


그런데 이런 연애 영상들은 영상 제목과 내용이 다소 동떨어져서 영상을 다 봐야 댓글을 드릴 수가 있네요. 허허. 꼭 연애 같습니다. 뭔가 달콤한 겉면에 실체는 현실적인 그런 느낌적인 느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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