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외국에서 받은 친절엔 선입견을 갖지 않을까
https://youtu.be/aOVHPDQfrfk? si=MGc4 hha66 CTp-Xn-
어려서부터 여행 다니고 그런 건 좋아했지만 유학이나 이민은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가 디자이너로 해외 전시를 많이 다녔는데, 유명 브랜드 의상들이 인도나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뭔가 세상이 변화된다는 생각이 들어 해외 경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중국에 2년 정도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해외에 살았던 이유가 <한국이 싫어서>였던 적은 없고, <한국에는 없는> 것을 찾아서 간 적은 있는 거죠. 앞으로도 제가 해외를 간다면 그건 한국에서 해결할 수 없는 혹은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어떤 그런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크지, 한국이 싫어서는 아닐 거 같습니다.
당연히 저도 한국에서 온갖 마찰을 겪으면서 살았던 터라, 이 영화에서 말하는 <한국이 싫다>는 느낌이 뭔지 너무 잘 알고 그 점에 대해 종종 제 계정을 통해서 툴툴대고 신랄한 비판도 하지만, 저는 그걸로 인생을 결정하진 않았습니다. 예전에도 다른 댓글에 썼지만 <이게 싫어서> 도망가면 <거기도 싫을 때> 답이 안 나오거든요. 보면, 지금 남자 (여자) 친구가 싫다고 다른 남자를 섣불리 만났다가 후회하는 분들을 많이 봤고, 여러 번 이혼하고 헤어진 분들이 항상 하는 말이 너무 빨리 다른 사람을 찾았다고 말을 하는 것도 봤기 때문에, 싫어서 재촉하듯 결정하는 건 좋은 결과에 이르는 압박이 너무 크더군요.
덧붙여서, 여기 영화에서 보면 남자친구가 가정 형편을 알아서 도와주려고 하는 것에는 자존심이 상해서 집어던지고 집에 와서 엄마는 꿈이 뭐냐 하소연까지 가는데, 해외에서 한국 남자가 서로에게 의지하자고 하는 것도 심지어 엄마 타령에 불과한 건데, 해외에서 옷차림에 대해 뭐라고 하는 상사에게 면박을 주며 도와주는 외국인 동료에게는 감사함을 느낀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자격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친구가 도와주나, 아는 남자가 도와주나, 해외 동료가 도와주나, 도와주는 건 도와주는 거고, 받고 싶으면 받는 거고, 받기 싫으면 안 받으면 되는 거죠. ^^;;;;;
여기서도 보면 남자친구의 도움이 불편한 이유는 그 배경에 깔린 계급의식, 경제력으로 인한 계층 구분, 남녀 차별과 같은 한국 사회 전반에 내재된 문제가 반영된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고, 외국인 동료가 말 한마디 던져준 것에 고마움을 느낀 건 한국인으로서 뉴질랜드에 내재된 여러 문제를 실질적으로 모르기 때문에 도움을 도움 그 자체로 받아들인 탓인 터라, 결국 한국은 너무 잘 알아서 지레 불편을 느끼는 거고, 뉴질랜드 (외국)은 잘 모르니까 그 자체로 받아들인 그 차이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론 뉴질랜드나 이런 나라들은 회사 면접 서류에서 사진을 없앨 정도로 외모에 대한 지적은 상당한 모욕인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옷차림에 지적을 당해도 이런 사정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죠. 그러니 도와줘서 감사하다, 이 상태가 되는 겁니다.
가장 최근에도 (그래도 벌써 10년 전이네요) 프랑스 파리를 간 이유가 한국에서 옷 매장이 안 된 탓도 있지만 매장을 옮길 때 아무래도 바이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간 거라, <한국이 싫어서 왔으니까 파리에서 어떻게든 바이어를 만나서 자리를 잡아야 해> 따위의 절박함이 아니었고, 따라서 파리에서의 각종 이상한 경험은 다 차별이고 억울함이었으며, 결국 제가 태어나 처음으로 소송이라는 법적 절차를 밟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중국에서도 <한국이 싫어서 왔으니까 중국에서 성공해야 해>가 아니었으므로, 중국어로(! 성조가 어려워 말은 잘 못하고 써서 했음) 중국인에게 사기당하지 않고(!) 다툼 없이 계약을 종료하는 방법을 배우는 정도에서 만족할 수 있었고요. <중국인과 중국인처럼 동일한 조건으로 살기>, 목적을 이뤘죠. 심지어 저는 중국인들이 저를 중국인으로 자주 오인할 정도로 ^^;;;;; 제가 한국말하면 화를 냈음요 ^^;;;;; 외국인 시늉을 한다면서. 허허.
오히려 저는 한국에서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지만 굳이 소송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었고 (파리 소송 이후에는 변했음요), 파리에서는 <뭘 해도 이건 소송까지 가야겠네>, 이렇게 되던데요????? 언어와 문화를 몰라 서로 진정한 소통이 안 되는 것의 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내면에 깔린 존재론적 감각을 한국이나 외국에 똑같이 적용하면 오히려 해외가 더 억울할 일이 많습니다. 당연히 그렇죠. 높은 지위로서 유명인으로서 대우를 받는 게 아닌, 일반 사람 입장으로 해외 가면, 모르는 것 투성이라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어디 찾아가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따라서 한국이 싫어서 해외를 갈 수도 있고 국적이야 필요하면 바꿀 수도 있고 그렇습니다만, 한국 사회만 경쟁이 심하고, 한국 사회만 경제적 지위로 차별이 있고, 한국 사회만 학벌 차이가 있다는 그런 오류를 내려놓고, 보편타당한 인류 관점을 획득해야만, 진짜 세상이 보인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프랑스 파리만 하더라도 거리 전체가 역사적 모순과 즐거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던데, 거기서 와인만 마시다 오는 사람은 그게 안 보인다는 거니까, 그래서 <돈 들고 들어가서 결국 와인 수입해서 한국에서 팔아야겠다> 이렇게 결론이 나온다는 거니까, 저는 글쎄요, 진짜 세상이 보이는 게 더 즐거운 거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도 또 다르게 보이거든요, 신기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