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이 범죄를 방조한다는 해괴한 논리
https://youtu.be/yhpNgKXYvQE? si=-lncIUhgZnaR1 cOj
보니까 텔레그램 운영진에 나름 연락할 방법이 있는 거 같아서, 고민 중이긴 한데, 사실 이런 문제는 현대 사회로 오면서 다방면에서 발생한다고 봐야 됩니다. 예를 들어 그 유명한 약물인 펜타닐도 사실 통증 완화를 위해 개발된 약물인데 이게 마약을 대체하면서 급속도로 중독자를 양산하고 있지만 펜타닐을 개발한 제약사를 기소하지 않는 반면에, 텔레그램은 정치적으로 위협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이용자들이 범죄에 악용하자 텔레그램 개발자를 기소하는 거거든요.
이렇게 따지면 펜타닐도 악용하는 사람들만 잡아들일 게 아니라 중독성을 통제하지 못하고 복제약이나 허위 처방전 등 약물 악용을 방조하는 제약 회사 자체를 기소해야죠. ^^;;;;;;; 근데 펜타닐을 만든 회사를 기소하면 그 대체제를 결국 다른 회사에서 개발하여 사용할 거라, 못 하는 걸 텐데, 텔레그램도 저는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텔레그램 개발자를 잡아봐야 또 비슷한 서비스만 등장할 겁니다.
유튜브도 일반 사람들이 자유롭게 영상 콘텐츠를 올리는 취지였으나 이용객이 급증하며 관리가 어려워진 틈을 사서 이용객들 중 일부가 별 해괴한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자 결국 수사 압박에 시달리게 되는 거고요. 페이스북이니 뭐니 하는 것들이 다 그렇습니다. 애초에 성인들이나 특정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인증받고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와 달리, 일반 대중이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서비스들은 (이런 서비스들은 특별한 구분 없이 일반 대중이 쉽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개발의 취지이다 보니) 이용객이 급증함과 동시에 비정상적인 이용자도 급증하고 그때마다 개발자들이 수사 선상에 놓이게 되는 거죠.
물론 개발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본인의 개발 의사와 달리 범죄나 기타 비정상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일부 책임 의사를 갖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때문에 범죄에 대해 개발업자에게 수사 기관이 일부 정보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범죄> 자체에 대한 혐의 입증입니다. 다시 말해 개발업자 입장에서 수사 기관이 의심만 해도 해당 이용자의 정보를 넘겨준다면 해당 사이트에 대한 이용객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칠 것이고, 결국 이용자들은 또 다른 비슷한 서비스를 찾아 숨어들 것이기 때문에, 개발업자에게 발생하는 이익이 전혀 없는 거죠.
텔레그램의 경우에는 특히 광고도 없고 딱히 수입이 발생하지도 않는 서비스면서 정치적 망명(?)을 위해 개발됐으므로, 수사 기관이 아무런 정치적 목적은 없이 순수하게 범죄자를 잡겠다는 취지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텔레그램이 이용객의 정보를 수사 기관의 (막연한) 요청만으로 제공할 시 존재 목적 자체가 사라집니다. 수사 기관이 처음에야 어느 나라에서나 끔찍한 범죄인 성범죄자를 잡겠다, 마약 거래범을 잡겠다, 이러면서 이용자 정보를 요청하겠지만, 결국 정치범에 대한 수사로 전환되는 건 통상적인 수순이니까요. 이번 영국 보수 시위도 텔레그램으로 퍼졌다고 하는데 이걸 수사한다고 하면 결국 정치 수사죠. ^^;;;;;;
저도 페이스북에서 쌍욕 듣고 가해자를 특정하고자 경찰에 고소했을 때 페이스북은 이용객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경찰이 수사를 종결해서 분통이 터졌습니다만, 저는 당시 그 설명을 납득했습니다. 제가 고소했다는 사실만으로 페이스북이나 이런 서비스가 이용객의 정보를 마구 제공한다면 저는 그게 더 안전하지 않다고 봤거든요. 또 이 경우도 보면, 제 사건은 경찰이 아예 페이스북에 가해자 정보 요청도 하지 않고 바로 종결했으면서, 어떤 사건은 부랴부랴 요청하며 경찰청장이 청문까지 하는 등, 경찰이 임의적으로 정보 요청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텔레그램이나 기타 사이트 스스로 특정 범죄에 대한 범인류적인 공감을 갖고 해당 범죄가 입증됐다는 수사 기관의 설명에 납득이 됐을 때에 한정하여, 이용객의 정보를 제공하는 거라고 봅니다. 유튜브의 경우에는 어린이 성범죄자는 계정을 개설조차 못하게 하고 있으므로 이 정도 선에서 동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 거죠. 그 밖에 범죄에 대해서는 협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되 수사 기관이 이에 대해 압박을 해오면 이를 설득할 근거 정도를 마련해 두면 좋을 거 같고요. 여하튼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는데, 개발자에게 범죄 방조 혐의를 씌우게 되면, 거의 모든 사이트들 서비스들 그리고 앞서 말한 제약 회사까지 다 걸려들 수 있어서, 저는 반대입니다.
보험만 하더라도 원 취지는 재해를 방지하는 거지만 이걸 또 사기에 악용하는 사람들은 있는 거잖아요.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보험료가 상승하면 선량한 다른 가입자들이 피해를 입습니다만, 그렇다고 보험 회사가 이를 관리하지 못했다고 기소하진 않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도 그렇습니다. 처음 발의할 당시의 취지와 다르게 악용하는 사람들이 나온다고 해서 (이번 전세 사기 사건도 어떤 면에서는 정책을 악용한 거죠) 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이 범죄를 방조한 건 아니니까요.
예를 들어 사기로 코인을 만들어서 애초에 이게 피해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면 이런 경우에는 개발자를 처벌하는 게 타당하지만, 개발 목적 자체는 불순하지 않았으나 악용이 되는 경우에는 개발자를 방조로 처벌하기는 법이 너무 포괄적이죠. 당연히 범죄에 악용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건 타당하고 개발자 또한 극악한 범죄에 협조하는 게 타당하나, 이런 방식은 아닌 거 같아서, 텔레그램을 좀 살펴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