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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트라우마가 생기는 상황과 트라우마로 느껴지는 상황

그리고 극복할 수 있는 문제는 넘어가는 게 낫더군요

by 이이진

https://youtu.be/sqgwwDKD3 jg? si=_GVmVSro6 KkjOKfK


두 분 다 유명인으로서 50을 바라보거나 50의 나이이고, 결혼 생활도 20년 가까이하셨으니, 그간 얼마나 많은 사연과 말 못 할 갈등이 있었을까 싶어서, 일단 눈에 보이는 내용에만 댓글을 답니다. 이런 방송에 나와서 개인 생활을 공개했다는 건 대중의 의견을 듣고자 함도 있으리란 판단에서 다는 것이니 오해는 마시고, 개인적으로는 딱히 문제 될 게 없어 보여서 딱히 관심을 두지 않는 두 분 영상이 알고리즘에 계속 나오다 보니까, 댓글을 드리는 겁니다. 신기한 게 이런 방송에 나왔으므로 댓글을 드리는 건데도, 댓글 단 저한테 와서 혀를 차고 시비 거는 분들이 있어서, 이런 연예인 사생활 관련 영상에 댓글 다는 건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은. ^^;;;;


연예인 생활 관련 댓글을 선호하지 않음에도 댓글을 달기로 한 것은 김형규 씨가 겪은 사건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트라우마에 가장 가깝기 때문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트라우마를 말하고 있지만, 의학을 전공하셨으니까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트라우마란 자연재해나 큰 사고처럼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경험으로 인한 피해가 전제가 되거든요. 왜냐하면 자연재해나 큰 사고처럼 인간이 어떤 인과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불어오는 피해에 대해서 인간은 깊은 무기력을 느끼기 쉬우며, 이는 단순히 성격의 변화 만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사고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요즘 기후 변화가 인간이 원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자연재해도 인간이 원인이긴 하겠으나, 그렇다고 그 재해가 바로 자신에게만 닥친 것까지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은 아니죠. 마찬가지로 사회 안전망의 훼손으로(?) 범죄가 증가했다고 하나, 나한테만 그런 범죄가 발생하는 것도 납득 가능한 일을 아닙니다. 특히 자신이 특별히 사회에 위해를 가하는 등의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성실히 살아온 사람의 경우에는 자신이 직접 인과를 제공하지 않은 사건을 반복적으로 겪으면 상당히 무기력해지죠, 다만 부인할 뿐이지.


때문에 이런 일을 겪는 과정에서 인간은 어떤 커다란 존재에게 의지하게 되거나 반대로 뭔가 내가 더 잘 살아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에게서 원인을 찾으려는 경향을 갖게 되며, 혹은 사회 시스템이나 어떤 정의에 집중하여 저항하는 등 인생 전반에 큰 변화를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트라우마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떻든 트라우마적 상황에서 <열심히 살자>와 <사회 정의를 찾자> 두 개로 방향을 잡았던 거 같습니다. ^^ 그렇다고 해서 이런 갈등적 상황이 없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갈등이 갈등을 더 부르기 때문에, 저는 이런 방향이다 말씀만 드립니다.


김형규 씨 같은 경우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뭔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을 확률이 높고 (스스로 성취도가 높은 사람의 경우) 아마 그렇게 계속 살아왔을 것이나, 최근 다시 그런 일을 겪고 보니,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 최선을 다해서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 이런 일을 겪지 않을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죠. 반대로 자신이 전혀 인과를 제공하지 않음에도 이런 일이 계속 생긴다는 것도 두려움을 야기하므로, 어떻든 스스로에게서 인과를 찾으려는 경향이 생길 수 있고,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회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이 되네요.


그런데 이렇게 뭔가 스스로에게서 인과를 찾으려고(?) 혹은 열심히 살면 생기지 않을 거라는 어떤 희망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자칫 노력 이후에도 또 예상치 못한 사고를 마주하게 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으며, 심적으로 약한 사람은 몇 번 무너질 게 나름 강한 사람은 이 시점에서야 심각하게 무너지고, 이때 무너지면 회복이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 저는 <내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세상에 쓰레기 같은 인간과 병신 같은 일은 늘 일어난다, 이건 나의 영역 밖의 일이며, 이 일로 인해서 내 결정을 바꾸지 않겠다> 정도로 생각하고 사니까 상당히 편해졌습니다.


즉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내가 이렇게 하면 더 이상 나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없을 거라는 기대에서, 혹은 뭔가 그래도 나에게 어떤 잘못이나 인과를 유발할 요소가 있지 않을까, 혹은 내가 잘 모르는 어떤 것들 때문에 이런 <악인들>과 <병신>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확정적인 요소를 굳이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거죠. 그런 사람들은 그냥 있는 거고 그 사람은 그 사람 자체로 목적대로 행동하는 거랄까요.


때에 따라서 저는 그런 사람들이나 현상을 깊이 파보기도 하는데, 안타깝지만 아직은 다 알 수는 없는 거니까, 알아내지 못 한 한계에 앞서서는 그 사람은 자체 목적대로 움직인다, 이렇게 이해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의 집을 잘못 알아서 위해를 가한다는 게 납득이 안 갈 텐데, 그걸 납득하려고 하지 말고, <그 사람은 악인이다> 선 그으면 좀 낫습니다. ^^ 시간이 되면 <왜 악인이 될까>, 생각을 해보는 것도 재밌긴 한데, 그건 그 상황을 방지하려는 노력의 하나로서일뿐 그리고 혹시 된다면 <더 이상 나쁜 짓을 못 하게 해야겠다>를 위해서일 뿐, <악인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거죠.


왜 <악인>이냐면, 아무 인과 없이 무관한 남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족이나 지인, 친구 등 관계에서의 악행과는 달리 무관계에서의 범죄는 <악행>으로 규정합니다. <악인>이야 나름의 이유야 있겠죠, 사회가 자신을 버렸다거나 등등. (정신병은 조금 고민됩니다) 근데 그 피해를 무관한 타인에게 입혔으므로, 어떤 이유로도 치유되지 않습니다. <악인>을 만난 거고, 거기에 김형규 님이 딱히 잘못한 일은 없는 거고, 그런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았으나 비슷한 일을 당하자 무기력이 온 거고, 잘못 없는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할까 답은 안 나오고, 휘말리지 않아야지 하다가 휘말리고 하겠죠.


모쪼록 힘을 내시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악인>을 만난 겁니다. 다만 악인 중엔 <불쌍한 악인>과 <의도적인 악인>, <말 그대로 악인 자체> 등이 있긴 하니, 이 점을 고려해봄직 합니다.


그리고 두 분 정도면 인기, 명성, 돈, 가정, 자녀 모든 게 다 있으니까요, 항체 맞으면 살 수 있는 병이고 또 항체를 제공받을 돈도 있고 하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명성과 돈이 있어도 자녀 없는 연예인도 있고, 자녀는 있어도 이혼한 분들도 있고 다사다난한 게 연예계인데 두 분 정도면, 글쎄, 뭐가 문젠지 모르겠네요, 솔직히. ^^;;;;;; 최근 김윤아 씨가 약간 뭔가 시끌한 일들이 있었던 거 같긴 한데, 기본적으로 김윤아라는 가수에 대해서 여성들도 다 좋아하는 편이고 데뷔부터 지금까지 독보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으니까, 일부 가치관 충돌에 따른 갈등은 어차피 김윤아 씨 발언에서 촉발된 면도 있으니, <이런 발언을 하면 사람들이 소위 말해 <난리>를 치는구나, 정치적인 활동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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