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만이 아닌 사회 전체가 여전히 왕따에 사로잡힌 채로
https://youtu.be/LCRdnvZveFM? si=PdthxsqugJ2 UFTzm
개인적으로 곽준빈 씨 영상을 재밌게도 보다가 불편한 감도 있다가 (어떤 관점에 대해서는 좀 불편을 느껴서 댓글을 단 적도 있는데) 그렇다 보니까 안 보게 된 편입니다. 공중파 방송이 아니라면 저는 딱히 위법 행위가 아닐 시 안 보면 된다, 굳이 악플까지 달며 공격할 필요는 없다, 그런 입장인데,
이번 사태 관련해서 너무 여론이 또 몰아가다 보니까, 내용을 떠나서, 하루아침에 한 사람을 바닥으로 내리치는 행태 자체가 짜증이 나서, 역시 불편함이 들어 댓글을 답니다. 왕따 가해자를 그렇게 싫어하는 사회라면서, 방송 좀 잘못했다고 이렇게 여론이 한 사람을 졸지에 왕따 하는 거는 왕따가 아닌 건가요? 결국 같은 왕따 맥락입니다.
일단 제가 원 영상을 못 봤기 때문에, 해당 영상에 어떤 문제가 있는 지를 언급할 수는 없는 거 같고, 또 그 간 곽준빈 씨 나오는 영상도 거의 안 봐서 학폭 피해자라고 오열을 토하다가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없이 갑자기 위치 전환을 하다 보니까 비난이 일지 않나 추론만 합니다.
예를 들어 정치인들도 특정 성향을 강렬하게 비난을 하다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느닷없이 화해를 하거나 그 대열에 서면 각종 비난을 받듯이, 곽준빈 씨도 학폭 피해자라는 이미지 이면에 나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 혹은 가해자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더라면 아마도 대중들이 이렇게까지 비난하진 않았을 듯한데, 뭐랄까, 의도된 피해 혹은 의도된 화해가 대중들을 불편하게 하지 싶습니다. 곽준빈 씨에게 이입했던 많은 학폭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어떤 의도된(?) 화해가 불편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되네요.
그리고 도난 논란에 대해서는 학창 시절에 항상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에게 따라붙는 오해 거나 죄목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난이나 못생김만으로 왕따를 하기에는 (이걸로도 하긴 하지만) 사실 좀 부족하기 때문에, 왕따를 당하는 애들에게는 누가 봐도 납득이 될만한 죄목이 항상 붙습니다.
제일 흔한 게 도둑질이고 (왜냐하면 왕따 피해자들은 통상 가난해서 누구에게 뭘 빌려서 제 때 돌려주질 못해도 도둑질이다 소문이 납니다) 멍청한 거고, 남의 남자 (혹은 여자) 친구를 꼬셨다거나, 등등, 수치스러운 죄목이 항상 따라다닙니다. 도둑질을 했으면 하지 말라고 하면 되는 거고, 멍청하면 도와주면 되는 거지, 그 죄를 지었다고 왕따를 하는 게 정당한 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저는 왕따였을 때나 일진이었을 때나 남의 물건 가져가서 잊어버리고 안 주고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만, 왕따였을 때는 도둑질이 됐다가, 일진 때는 오히려 제 책상 위에 놓고 가는 애들도 있었기 때문에, 학창 시절에 남의 물건 안 가져가 본 애들이나 빌려서 안 준 애들 별로 없다는 입장이라, 딱히 유의미하게 보진 않습니다.
저도 중학교 때 왕따를 당한 계기가 제가 누군가의 필통을 훔쳤다는 게 제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발설이 되면서 졸지에 당한 건데, 이게 굳이 설명을 하자면, 당시 같은 반에 잘난 척으로 아이들이 싫어라 하는 애가 있었습니다. 믿어지진 않겠지만, 중학교 1학년 당시에 제가 물상을 (지금의 물리) 가장 좋아했는데, 그 잘난 척하길 좋아한다는 애와 종종 어떤 주제에 대해서 다투곤 했었죠. 저도 아마 잘난 척하는 걸로 애들이 가끔 뭐라고 했었던 거 같은데 당시에는 별로 신경을 안 썼죠.
중학교 1학년 때는 제가 키가 그리 크지도 않았고 공부를 좋아해서 (^^;;;;;;) 항상 칠판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았었는데 선생님이 칠판에 늘 과제를 적어 놨었고, 제 자리임에도 그 잘난 척하길 좋아하는 애가 꼭 자기 자리인 것처럼 제 자리에 앉아서 필기를 하곤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그게 꽤 싫었지만 말은 못 하다가 그 친구가 필통을 두고 가게 됐고 그걸 제 짝이 발견해서 저에게 알렸습니다.
저는 그 애를 골탕 먹일 생각으로 필통에 대해 말을 하지 않고 그 짝과 둘이 비밀로 간직했다가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데, 결국 이 필통을 버리지도 못하고 집에 가져오게 되는 거죠. 그 애가 <착하게 굴면 줘야지> 뭐, 이런 생각이었던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 잘난 척하는 애랑 저랑 믿어지진 않겠지만 물상 관련 논쟁을 종종 했었거든요. 그때마다 그 애가 고집이 세서 싫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하튼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제 단짝 친구가 저희 집에 놀러 오게 되는데 제가 밥을 먹을 때 그 친구가 제 방에 혼자 있게 됩니다. 그리고 갑자기 정색을 한 얼굴로 <자기가 집에 먼저 가겠다> 이렇게 말을 하는데 저는 당시 그 필통 생각이 바로 났죠. 다음 날 학교에 가면 난리가 날 거 같다, 생각을 했는데 역시 난리가 났고요. 이미 그때는 모든 애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 듯 보였으므로 제가 뭘 더 변명할 여지도 없이 머리통에 지우개 맞고 화장실도 못 가게 되고 난리가 난 거죠.
어차피 쓰지도 않을 거 버렸어도 될 텐데, 언젠가 그 잘난 척하는 애가 말 잘 들으면 돌려주려던 게 이런 난리로 돌아온 거고, 그러나 제가 평소 다른 애들 물건이나 이런 도난 사건에 연루된 적이 없는 데다가, 반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일진(?) 아이 가족과 친구가 되는 등 갖은 애를 쓴 끝에 왕따에서 벗어나긴 했습니다.
물론 이 사건 이후 저는 말 그대로 공포에 빠져서 공부를 포기하고 (^^;;;;;) 다시는 왕따를 당할 일이 어떻게 하면 없을까 온갖 고민 끝에, 왕따를 당할 수가 없는 강자가 되자, 일진이라도 되기로 마음을 먹으며 인생 자체의 방향이 바뀌기는 하나, 그 단짝 친구가 제 방을 마구 뒤진 이후에 저에게 필통에 대해 물어보고 제 설명을 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아마도 그 친구는 자신의 소문 하나로 제 인생이 이렇게 달라질 것을 예상하진 못했을 터라, 여하튼 그렇게 생각하고 맙니다.
그리고 이 친구와는 다시 단짝 친구가 됐고, 결국 이 친구의 친구가 당한 후배에 대한 모욕을 막아 주려다가 고등학교에서 수능 한 달 전에 퇴학 논란까지 나왔다가 정학 처분으로 끝나는데, (지금도 정학이 있나 모르겠네요) 현재 이 친구와는 연락을 정말 끊었습니다. 이 친구는 왕따를 너무 오래 했고 그래서 불편했지만 관계를 유지했다가 사회에서도 안 맞아서 끊었다고 봐야죠. 지금은 두 아이의 행복한 엄마가 됐고요.
당시 꽤 큰 폭력 사건이었고 맞은 후배들이 모두 저를 지목하며 가장 처벌이 높을 것이 예상됐음에도 (이것도 선생들이 몰아간 것도 있긴 하나 여하튼), 정학에 그친 건, 제가 일단 이 일로 처벌이 결정되기도 전에 선생에게 가장 많이 맞았고, 성적이 많이 올라서 대학에 갈 수 있을 정도가 됐으며, 또 고 1 후배들이 고 3 선배에게 대든 건데 그걸 아무 상관없는 저를 비롯한 여러 일진들이(?) 막으려던 거니까 고 3 애들이 (이 애들이 고 3 전체를 대변한 거다, 얘들을 처벌할 거면 고 3 전체를 처벌해라) 대자보를 돌리며 학교에 처벌하지 말라 항의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 3 동기들이 저나 다른 일진 애들이 처벌받을 일이 아니라고 시위 비슷하게 했던 거죠.
반장들 다 교무실 불려 가고 반장들이 애들한테 시위하지 마라 부탁하고, 저도 반 애들이 수능까지 한 달이다 자퇴하지 말고 참아라 난리도 아니었으며, 결국 저도 이 일로 인해서 저를 싫어했던 애들과도 무언의 화해를 하고 끝이 났습니다. 그때 대자보 쓰고 가장 강렬하게 저항한 동기는 이 일이 있기 전에는 <너 같은 애는 인생 낙오자로 살아야 된다> 저에게 온갖 비난을 했지만 나중에 사과하고 화해했고요. 또 고 1 애들 중 집안이 좋다, 장학사 집안이다, 어떻다 소문이 나면서 (실제인진 모르겠음), 고 1 애들은 처벌이 없자 고 3 동기들이 더 화가 났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사설이 길었는데, 왕따를 당하는 애들에게 어떤 적응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싫고 불편한 면이 있긴 한 거죠. 때로는 가난하니까 도둑질도 하고 그렇기도 할 텐데, 말씀드렸듯이 일진이거나 인기 많은 애들이 그렇게 하는 건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같은 욕을 해도 왕따가 하면 너무 싫고 바보 같은데, 일진이 하면 웃기고 즐거운 그런 거랄까요? 따라서 지금 곽준빈 씨에게 온갖 공격을 하는 사람은 곽준빈 씨가 왕따가 되니까 뭐를 해도 밉고 싫은 상태가 된 것으로서, 저는 그다지 이 흐름이 좋지 않습니다.
참고로 위에서 제가 선생에게 맞았다는 그 수준은 제 입안이 피가 터질 정도로 따귀를 맞거나 다른 애들이 다 있는 데서 교복 치마가 뒤집어질 정도로 계단에서 밀리는 정도입니다. 오죽 심하면 동창이 아직도 이 사건을 저에게 물어볼 정도예요. 지금 보면 이 선생은 유독 저한테 이상할 정도로 폭력이 심했어요, 남자 윤리 선생인데, 덕분에 남자라면 닿는 것도 질색하며 자라게 됐기도 한데 (이 선생은 진심으로 살인 욕구를 느끼게 할 정도로 저를 모욕적으로 때렸으나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졸업했습니다만). 그러니까 이렇게 폭력이 난무한 학교에서 제가 폭력이 잘못이라고 인지하기는 무리가 있었다고 보는 거죠.
때문에 지금의 저는 변명 같지만 다들 하는 행동이라도 믿지 않습니다. 자각이 없으면 죄를 짓고도 죄인 줄도 모르게 되거든요. 또 일진이라고 해서 늘 꽃길만 걷는 것도 아닌 게 절 따르는 애들은 절 좋아라 하지만 그 애들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 애들이 싫어하는 애들을 응징을 해줘야 해서, 저한테 응징을 당한 애들은 엄청난 저주의 말을 합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애를 저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혹은 같이 노는 친구의 고자질이 있어서 혼을 내주는 그 일들, 편 먹고, 편 아닌 애들 죽도록 서로 저주하는 그런 게, 근데 사회를 나와서도 있으니까, 저는 그냥 어려서 잘 배웠다 위로합니다. 정치도 그런 거 같아요, 자기편이면 죄가 죄가 아니고, 남의 편이면 죄가 아니어도 죄이고, 응징하고, 욕하고, 트집 잡고, 시비 걸고, 싸우고. 지겹게. 뭐, 이런, 제 어린 시절 추억 같지도 않은 추태에 정치까지 언급하냐, 웃으시겠지만 말이죠. ^^
(그나저나 글을 쓰다 보니 몰입해서 자꾸 수정했더니 오류가 떠서 삭제하고 다시 댓글을 달려니까 안 되네요, 나중에 다시 시도합죠. 시도해도 안 돼서 결국 제 페이스북 링크 달아 놓고 왔습니다. 그래도 원 영상에 대한 댓글인데 영상 제작자가 알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