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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판타지, 비련의 여주인공 구출작전

성을 거래하는 여성들 중 비련의 사연이 없는 경우는 없습니다

by 이이진

https://youtu.be/BnK31 OGKDPY? si=XPtC9 VK9-hUFWFbt


첫 번째 사연에서, 조금 극단적으로 예시를 들어 설명하면, 즉 반대로 남자들이 가진 여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판타지를 통해서 <아, 남들이 나를 봤을 때 이런 기분이구나> 생각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일종의 신데렐라에서 <왕자의 마인드>라고 보시면 될 텐데요. ^^


신데렐라를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계모가 있고 계모의 자식이 있고 친부는 신데렐라가 그들에게 학대(?)를 당하는지도 모르고 거의 방임 상태로 놔둔 거죠. 상식적인 친부라면 신데렐라의 허름한 옷차림이나 여러 정황을 봤을 때, 계모에게 학대를 당하는구나, 정신을 차리고 해결해 줄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게 없죠. 어떻든 객관적으로 별로 결혼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 신데렐라가 처해 있는 겁니다. 결국 왕자가 주최한 파티도 친부가 도와서 나간 게 아니라, 무슨 마법사? 그런 걸로 직접 해결해 나가지 않나요????


왕자는 신데렐라의 이런 어떤 복잡다단한 상황에 전혀 개의치 않고 오직 파티에서의 첫인상 하나만을 찾아서 온 동네 여자들에게 신발을 신게 한 뒤, 신데렐라를 찾아내는 데요. 저는 신데렐라가 여자들의 판타지만이 아니라 남자들의 판타지도 된다고 생각하는 게, 가령, 보이스 피싱 당하고 이런 남자들 중에서 <외모가 나쁘지 않은 여성이 굉장히 불우한 삶을 토로했을 때 자기가 도와주겠다>며 돈을 보내는 분들이 왕왕 있거든요. ^^


연인 같은 연락을 주고받다가 <아버지가 갑자기 암에 걸렸는데 술집을 나가도 치료비를 못 마련했다> 이러면서 돈을 보내 달라, <미혼모인데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 돈을 보내 달라, 이런 불우한 상황을 여성이 토로했을 때 터무니없이 남자들이 돈을 주는 겁니다. 여자들도 남자가 불행한 상황에 처하면 돕고 싶고 도울 수야 있죠, 그런데 남자들에게 있어 이 <돕는다>는 것은 여자들과는 조금 다른, 뭐랄까, 자신이 그 여자에게 왕자가 되는 기쁨? 그게 충만되는 거거든요. 젠더 논란으로 이어가실 거면 여기까지 읽는 게 좋을 거 같고요. ^^


좀 더 극단적인 예로는 술집이나 이런 곳에서 성적 매력을 매매하는 여성 분들 중에서 어린 시절의 불우한 삶이나 가족의 질병, 지긋지긋한 가난 등을 빙자해 남자들에게 어필하는 경우도 있고, 이런 여성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집착하는 남자들 중에는 자신이 이 여성을 불행에서 구제할 수 있을 거 같은 자의식에 심취하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인터넷 BJ (?) 이런 여성들 중에도 어린 시절의 학대,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벌어야만 했던 돈만 요구하는 부모들, 몸만 원하는 남자들과 별별 직장을 다니며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처럼, 인생에서의 온갖 불행을 짊어진 분들이 있으며, 의외로 이런 스토리에 남자들이 돈을 지불하고 사연을 들어줍니다.


그러면 같은 여성 입장에서는, 어린 시절에 학대당하고 돈만 요구하는 부모에다가 자기 몸만 원하는 남자들이 싫다면서 막상 얼굴 다 성형하고 옷도 이상한 것만 입고 남자들 앞에서 플러팅 해대고 정말 이해 안 가고, 그런 여자한테 돈 주는 남자들도 이해가 안 가겠죠. ^^ 설사 그 사연이 실제라고 해도 그걸로 돈을 번다고? 이런 생각이 들 텐데, 여자들만 남자의 인생 스토리를 궁금해하는 게 아니라 남자들도 여자의 인생 스토리를 궁금해하고, 그중에는 남자 입장에서 여자가 극한 불행에 처했을 때 이를 자신이 구제한다는 판타지가 있어서, 이게 신기하게 작동을 합니다. ^^ 술집 나가는 분들 중 사연 없는 분 거의 없습니다.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사연들 다 가지고 있죠. 심지어 21세기, 이 남녀평등의 시대에도 그렇다고 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웹툰에서 능력 좋고, 집안 좋고, 돈 잘 벌고, 부유하고, 잘생기고 거기다 태생까지 특별한데 뭔가 비밀이 있어 마음이 닫힌 남자 주인공의 마음을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천진난만하기만 한> 여성이 사로잡는 이야기, 남성 입장에서 흠~ 하고 넘어가는 수준인 거죠. 왜냐하면 여자는 <그렇게 완성된 남자>를 찾는 위치이나, 남자는 <그렇게 완성돼야 할> 위치이므로, 돈은 어떻게 벌더라도 외모와 태생까지 여성 판타지를 맞추기에는 현실성이 없으니까요.


어떤 면에서 남자들이 돈에 집착하는 게 그나마 돈이 가장 능력으로 커버를 할 수 있어서 그런 거고, 웹툰에서의 어떤 그런 신비로운 태생은 커버가 안 되니까, 언급을 안 하는 거죠. 덧붙이자면, 태생부터 외모와 직업까지 모든 걸 갖춘 상태에서 결혼도 안 하고 연애도 안 했으며 심지어 여자 친구 한 명 없는 상처 입은 그 잘난 남자 앞에서 <천진난만한> 여자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어서, 그런 남자도 실제로는 존재하기 불가능하지만 여주인공 같은 사람도 존재하기 힘들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웹툰의 연애를 하자면 여성 사연자분부터 어떤 조건에서도 <천진난만한> 여성이 돼야겠죠.


조금 세게 정리를 하자면, 여자 사연자 님이 웹툰에 빠져서 존재 불가능한 남자에 집착해 현실을 외면하는 거나, 남자들이 비련의 여주인공 행세를 하는 술집 여성에게 돈을 지불하는 거나, 타인이 보기엔 그게 그거랄까요.


두 번째 사연은 저도 좀 해당이 되는데, 저도 고등학생 때 커트 머리 제법 했었고 심지어 스포츠머리 비슷하게도 해봤고 (이건 학교 교칙에 저항하는 의미로 했다가 머리통이 너무 안 예쁜 관계로 처절한 실패 ^^;;;;;;) 제가 교복 입던 당시에는 여고생은 치마만 입어야 됐어서 치마를 입긴 했지만, 체육복 바지를 같이 입을 정도로 좀 여성스럽지 않은 차림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입었다고 또 선생들에게 맞고 그랬음)


근데 저는 당시 집착적으로(?) 교칙을 따르는 거를 싫어라 해서, 교복 입고도 멋 부리고 싶은 그런 게 강하다 보니까, (제 고등학교 시절에는 머리 길이부터 양말 길이도 다 똑같아야지, 다르면 혼을 내곤 했을 정도로 외모를 정말 획일화했음) 일부러 단발 대신 커트 머리로 하고 거기에 젤도 바르고 (원래 바르면 안 되는데 저항의 의미로 ^^;;;;;;) 화장도 하고 (원래 하면 안 되는데 저항의 의미로 ^^;;;;;; 심지어 지금은 귀찮아서 안 함 ^^;;;;;;), 귀걸이도 하고 (귀걸이는 완전 학칙 위반이라 실제 처벌도 받았음 ^^;;;;;;), 탈색도 하고 (이것도 안 되는데 했다가 장난 아니게 혼나고 ^^;;;;;;) 그렇게 다니니까 커트라고 딱히 너무 남성적이다 이렇게는 안 보였던 거 같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저를 그렇게 봤을 수도 있지만 여하튼 ^;;;;;)


개인적으로는 저는 여성스러운 스타일보다는 중성적인 스타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학창 시절에 중성적인 친구들 꽤 좋아했고 친하게도 지냈고 (아닌 애들도 있었습니다만, 나중에 화해했음) 지금도 여자들이 중성적인 거 나쁘지 않게 봅니다. 가수 중에 이상은 씨라고 있었는데 이 분의 중성적인 매력은 지금도 회자되고요, 제 대학 때 변정수 씨 등장하는데 그 중성적인 매력으로 인한 인기가 메가톤급이었습니다. 사실 중성적이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중성적인 여성이나 남성은 다 인기가 있어요. ^^


그랬던 저도 대학 졸업하고 별별 일 겪으면서, 지금은 머리도 길고 화장도 안 하고 귀걸이는 어딨 는지도 모르겠고, 뭐, 그렇기 때문에, 그런데 어떤 친구들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중성적인 경향을 갖기도 해서, 해당 스타일이 고민되면 바꿔도 되는데, 아마 주변에서나 별로 싫어라 하진 않을 겁니다. 보통 이런 친구들이 성격도 털털하고 그래서 인기가 있거든요. 저는 괜찮아 보이는 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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