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이긴다도 아닌 동방에서 지지 않는다는 특이한 개념

동방불패를 지치지 않고 좋아하는 이유

by 이이진

https://youtu.be/E7-i2-MYwJk? si=KB7 tK5 uaRVGOMZlK


진짜 이 영화는 제가 100번은 족히 봤고 장면마다 짧게 짧게 녹화한 건 1000번은 봤을 겁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유선 방송이라는 게 있어서 하루 종일 중국 드라마나 영화가 나오는 채널이 있었는데 거기서 이 영화를 보고 정말 반해서 녹화해서도 보고, 유선 방송에서 이 영화 나오면 또 가족들에게 불러 달라고 요청해서도 보고, 보고 또 봤습니다. 유선 방송에서 이 영화만 나오면 가족들이 절 불렀던 게 지금도 선명하네요. 진짜 진심 정말 보게 됨. 지금 또 알고리즘에 뜨니까 또 보고 있음요. ^^;;;;;;


이 영화도 나중에서야 왜 이렇게 봤나 싶은 걸 조금 깨달은 게, 영화 제목이 <동방불패>라는 것도 신기하고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은 <절대 반지>라고서 해서 한국어로 봤을 때는 절대적인 그런 거라면, 이 영화는 전 세계 제패도 아닌 <동방에서 패하지 않는다>라는 게 너무 신기한 개념이죠. <항상 이긴다>도 아니고 <패하지 않는다> 도 신기합니다. ^^ 물론 <절대 반지>는 영어로는 one ring 이긴 한데 여하튼 길어지니까 패스),


게다가 이 영화는 또 너무 신기한 설정이 있는 게, 동방에서 지지 않는 무림 고수가 된 주인공 동방불패가 막상 그 경지에 이르자 성별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지만 (그때는 이해를 못 했는데 이 영상을 다시 보니까 동방불패 스스로 성기를 자르고 남성에서 여성이 된 후 무공을 완성했군요. ^^) 실제 여성으로서의 기능은 할 수 없게 되며 그럼에도 옷을 짓고 바느질을 하면서 여성성을 강하게 갖게 되고, 결국 강호를 떠나려고 하는 또 다른 주인공 남자의 사랑을 갈망하다가 죽음을 당합니다. (나중에 죽은 시늉한 걸로 영화 2편이 나오지만 그냥 그냥 ^^)


주인공 동방불패가 동방에서 지지 않는 무림의 고수가 된 이유는 중국에서 한족에 대비되는 소수 민족으로서의 독립을 위해서였고 따라서 기존의 민족 지도자를 제거하고 새로운 영웅이 됐건만, 결국 한족 남성이자 무림 강호를 비판하는 남자 주인공에게 의탁하고자 하는 그런 내용인 게, 지금 보면 너무 중첩적이고 신기하고 그렇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한족이라는 한계가 있긴 하나, 무림의 중심인 강호를 비판하고 권력을 떠나려는 설정이 있는 점은 참고로 하면 되겠고요.


여기서 주인공 동방불패가 해당 남자 주인공에게 빠지는 이유는 동방 무림의 절대 고수가 된 주인공은 고수가 된 비책을 숨기기 위해 많은 가까운 사람들도 죽이면서 결국 고독해졌고 일종의 익명으로 고독을 즐기는 순간에 그 곁을 남자 주인공이 아무 선입견 없이 다가가자 친구처럼 가까워지게 되는데, 자신의 어떤 절대적 강함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여성으로 보고 보호하려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는달까요. 흠흠. 동방불패는 남성에서 여성이 되는 과정 중에 해당 남자 주인공을 만나게 된 터라, 목소리가 남성이라 말을 못 하는데, 그걸 또 장애로 보고 스스럼없이 보호하게 되죠. ^^;;;;;;


아시겠지만 동양에서 음과 양은 단순히 여성과 남성을 의미하는 게 아니므로, 전반전 해석했다 이렇게 보시면 될 거 같고, 이렇게 꼭 눈에 먼저 보이고 나중에 해석이 되니까, 저도 참 저를 이해하느라 피곤할 때가 있습니다. 너무 기괴하지 않나요? 한 영화를 100번씩, 장면마다 1000번씩 본다는 게. 저 스스로도 참 피곤한 듯요. 개인적으로 임청하 배우는 가히 이 영화로 정점 찍었다 생각합니다. 남성인 듯 여성인 듯, 지금 봐도 참 독보적인 매력이 있는 배우네요. ^^


덧붙여서 이 영화에서 닌자가 나오는데 저는 이게 동양에서 허용되는 특이한 공격 수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동양인들은 아프리카나 서구인들, 중동 아시아인들에 비했을 때도 체취가 거의 없는 편이라 잠복 공격이 가능하고, 적막하고 고요하며 불빛도 없는 밤에 침입을 한다고 가정하면 긴장해서 땀도 나고 호흡도 거칠어지고 할 텐데, 더군다나 목조 건축은 발자국 소리가 상당히 예민하게 감지되는데, 그 가까운 거리까지 죽은 듯이 침입하자면 이런 본능을 억제해야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 유목민일수록 체취가 강한 이유 중 하나가 멀리에서도 체취로 서로를 감별할 수 있는 것과 동시에 공격 의사가 있다면 불안해서 드러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데 있지 않나 싶습니다.


동양에서는 이렇게 자신의 내적 상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가볍게 움직이며 공격하는 게 발달한 면이 있는데, 때문에, 이 영화에서도 <살기를 느낀다>, <검기를 느낀다>처럼 어떤 구체적인 신체 특징이 아닌 보이지 않는 기운을 묘사한 표현이 많고, 이것도 신기한 거죠. 그리고 동양은 서로 닿는 것과 가깝게 있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 인사도 떨어져서 고개를 숙이거나 손만 듭니다. (동양도 그렇고 인도도 그렇죠. ^^)


예전에도 포스팅을 했지만 서로 만지고 가깝게 지내는 게 그 사람의 의중을 파악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데 (아무래도 싫으면 닿는 게 불편하죠 ^^) 유독 동양은 이런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고 심지어 닌자를 보면 거의 모든 생물학적 본능을 억제하고 죽은 듯이 접근하는 것도 허용했습니다. 여러모로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영화인데 이걸 이제야 이해를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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