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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실적이 있어도 국내에서 치면 나가떨어지더군요

by 이이진


대학원을 다닐 때였는데, 한국 패션계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한국인이 프랑스의 고급 의류 패션쇼에 서게 되면서 한국 패션계가 꽤 난리가 난 것에 대해 교수님이 토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인 최초, 이런 여러 수식어가 붙었고 (초청된 경우 패션쇼를 하기는 하나, 이 분은 정식 협회에도 가입하고 뭐 그런 절차가 처음이었나 봅니다,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따라서 한국에서 이 분 이름으로 건물을 세운다 어쩐다 꽤 활발하게 논의가 시작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러 허위 경력이 적발됐고 그랬던 모양이더군요. 이어서 교수는 이 분의 사생활까지 언급하면서, 안타깝다는 뉘앙스와 함께 온갖 매체를 도배했던 그분은 한국 패션계에서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저는 이때 이 분의 경우를 보면서, 사생활은 제가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넘어가더라도, 왜 굳이 허위 경력을 내세워야 했을까 안타까운 한 편으로, 그래도 패션 본고장인 파리에서 그런 성공적인 데뷔를 했는데 오히려 자국민들인 한국 패션계가 너무 비판적인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납득이 안 갔더랬습니다. 해외에서 잘 된 한국인이 있으면 서로 돕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한국 내에서 적어도 교수님 입에서 표현된 이 디자이너는 말 그대로 <부적격> 그 자체였거든요.


이런 반대의 경우를 저는 프랑스에서 경찰 상대 소송을 하면서 받았습니다. 제가 당시 프랑스에 거주 중인 한국인들과 프랑스에 주재한 한국 언론에 해당 사실을 알리면서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들은 문전박대를 하거나 연락을 두절했으며, 하나같이 <한국인이 왜 프랑스에 와서 잔다르크???? 가 되려고 하냐>는 반응을 보였고, 이어서 제가 한국 사업장을 야반도주하듯이 버려 놓고 왔다는 사실로 인한 한국 내에서의 각종 연락이 빗발쳤으며, 결국 신용카드가 다 정지되는 등의 일로 인하여 한국에 반강제적으로 들어오게 된 거죠.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자면 당연히 제가 한국 홍대에 있던 매장을 임대인과 합의 하에 정리하고 프랑스를 가건, 강남으로 사업장을 옮기던, 하는 게 맞긴 합니다. 그러나 당시 저는 해당 임대인에게 터무니없이 <미친년>이라는 쌍욕을 들었고 (임대인은 그런 적 없다고 발뺌했으나 동영상 증거로 인해서 판결문에서 모욕 혐의가 인정됐고요), 수시로 나가달라는 욕설, 주변에 저에 대한 욕설, 매장 내 도난 사건을 비롯해서, 누군가 화분을 매장에 던져 겁박을 주는 메시지가 있는 등등, 여러 이해할 수 없는 억울한 일들이 너무 많았기에 그냥 매장을 넘겨줄 수가 없었었죠. 당시 알아본 바, 상가 임대차에 있어 임차인들에게 불리한 면에 다소 있었으므로, 제가 강남으로 가더라도 이런 일들이 생길 수 있을 텐데, 일부라도 해결은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매장은 제 동료와 그 가족이 그 자본금을 지원했기 때문에 제가 임대인을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하자 소송으로 인한 피로도를 익히 아는 분들이라 격렬하게 반대했고, 제 자본이 아닌 상황에서 제가 임의로 소송을 진행할 수는 없다 보니, 결국 이 부분에서 접점을 좁히지 못하고 지금도 연락을 하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때 변호사 상담을 처음으로 받아봤는데, 다들 제가 패소하거나 이겨도 200만 원도 못 받는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너무 많아, 사실 좀 의아했고요.


당시 임대인은 저에게 새로운 임차인이 자기 마음에 안 들면 파투를 내겠다는 등 온갖 으름장도 부리고 있던 터라, 사실상 매장을 임대인과 원만히 합의하고 나간다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원만히 손해 안 보고 나가자면 소송밖에 길이 없었지만 주변에선 절대 반대를 하니, 그렇다면 반대로 제가 소송을 걸리자는 쪽으로 생각을 갖게 됩니다.


즉 제가 소송을 걸 수는 없어도 소송에 걸린 건 제가 응대를 하며 다툴 수가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을 한 거죠. 따라서 동료와 그 가족이 지원한 자본금만큼 저도 제 명의로 대출을 받아서 프랑스 파리로 동료와 가게 되고, 90일 비자가 끝나는 시점에서 차임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것이 되어, 프랑스에서 한국에 들어갈 땐 명도 소송 등에 제가 피소되도록 계획을 세웠던 거죠.


그런데 프랑스 파리에서 계속 언급했듯 온갖 이상한 일들을 겪기 시작하면서 제가 의도치 않게 각종 소송에 연루되기 시작했고, 심지어 제 비자가 만료되기도 전에 제 가족이 동원돼 매장이 정리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제 가족 입장에서는 본인들 자본금이 아닌 터라 동료 가족들이 요구하는 바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제가 원래 가족한테 제 일에 대해 설명하지 않다 보니 당시 제가 프랑스에 있는지 어떤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저를 대신해서 일을 처리한 거죠.


당시 저와 동료의 모친이 임대인을 직접 만나서 밀린 차임들을 일단 지급할 테니, 애들이 다음 달 2월에 돌아오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리자고 애원까지 하면서 부탁을 했지만 임대인은 처음엔 그러기로 했다가 다시 거절하고 매장을 정리해 달라 압박을 가하게 됐다고 하고요. 일사천리로 매장이 정리되면서 졸지에 제 모친은 제 사업장을 폐업한 게 되고 저는 대출금을 즉시 상환하라고 하면서 파산하고 이 지경이 된 거죠.


원래 제 계획대로라면, 프랑스에서 90일 체류 후 2월 말에 한국에 들어갈 때는 차임 연체로 인하여 임대인이 절 상대로 소송을 개시했어야 하고, 저는 이 과정에서 임대인의 불법 행위를 공개하며 반소로 응대했어야 하는 겁니다. 근데 한국에는 가족과 지인들이 있으니, 제 독단으로 처리하지 못한 결과가 나온 거죠. 덕분에 제 생애 첫 소송은 한국 임대인 상대가 아닌 프랑스 경찰 상대가 된 거고, 그렇다면 프랑스 소송이라도 걸어라도 두고 오자 한 게 지금 이 사태가 된 거죠.


홍대 매장 계약 종료일은 2월 말 즈음이었고 프랑스 관광 비자 만료일은 20일 내외였던 걸로 기억하기 때문에, 2000만 원 넘는 보증금을 갖고 있던 임대인이 계약서대로 임대 계약을 종료하고 저에게 못 받은 차임에 대해 제가 프랑스에서 돌아온 뒤 다퉜어도 아무 문제없었을 일을, 임대인은 저와 제 동료의 부모에게 계속 내용 증명을 보내 계약 해지에 대해 압박하였고 결과적으로 매장은 2월 중에 제 비자가 만료되기도 전에 끝나게 됩니다.


프랑스에서 당연히 저는 임대인에게 두 차례 국제 전화를 했지만 임대인은 제 전화를 받지 않거나 중간에 끊었으며 (임대인은 본인이 저에게 전화를 했다가 안 됐고 그래서 가족한테 연락했다고 주장하나 법정에 증거로 제출한 적은 없습니다) 가족에게만 계속 압박을 가했고, 매장이 이미 정리됐으니 프랑스 소송이라도 일단 시작하고 오라는 말에 7월에서야 한국으로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가서 임대인과 임대인과의 중재를 엄청나게 요청했지만 한 번도 임대인과 저와의 만남을 주선하지 않았던 부동산 중개인을 상대로 민사 및 형사 소송에 들어가게 되고, 임대인은 용도를 변경하지 않고 저에게 허위로 상가 임대를 한 이유로 검찰에 약식명령 기소를 받았으며 모욕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나 민사로 제가 배상을 받았고, 부동산 중개인도 중개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 및 민사 배상을 하게 됩니다.


별 게 아니라면 별 게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어떤 역사적인 문제나 인종 간 문제, 국제적인 이슈를 해결함에 있어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며, 때문에 한국이 아카데미, 노벨상 등 국제 상에 집착한다고도 보고, 기회가 된다면 당연히 제가 프랑스에서 겪은 일을 프랑스든 어디든 가서 해결할 의사가 여전히 있습니다. 심지어 얼마 전 프랑스 검찰에서는 제 사건 기록 자체가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주기도 했으며, 이런 여러 정황 상 부당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지켜본 바에 따르면, 한국에서의 문제를 적절히 마무리하지 않고 해외로 나갔을 때 발생하는 음해는 제가 다룰 수 있는 수준을 넘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제 가족과 지인에게까지 온갖 피해가 간다는 것입니다. 2월 말에 프랑스 비자가 끝나는 시점에서 매장 계약도 종료되도록 해놨고 저와 동료의 모친들도 그 사정을 다 말을 해놨는데도, 그걸 굳이 그전에 가족이 부담하도록 끝을 내서, 지금 저와 제 가족, 동료 가족 모두가 이 갈등에 처하게 한다는 건 제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거거든요.


때문에 지난 10년 간 가능한 적법한 절차 안에서 제가 기존에 잘못 결정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를 해왔고, 이 정도면 저로서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남은 개인 소송 몇 건과 앞으로 개시할 국가 배상 두 건 정도를 남겨두고 (국가 배상은 검찰총장이나 대법원장이 스스로 시정하겠다고 하면 개시가 안 되겠죠) 그 외에 제가 얽힌 사건은 없습니다.


국가 배상이 시작된다고 하면 앞으로 2년 정도 한국에서 더 각종 소송 및 다양한 비영리 활동을 진행할 것이고 지금보다는 더 외부적으로 활동을 시작해서 경제적으로 일단 독립하고 사회적으로는 더 연결되고자 노력을 해볼 텐데, 그렇더라도 저는 프랑스에 다시 가서 소송하고자 하는 생각은 바꾼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저는 한국에서 이렇게까지 저를 바닥으로 끌어내려서 전과범까지 만들어 감옥에 감치까지 할 줄도 예상을 못했고, 경제적으로나 건강적으로 이렇게까지 비참하고 피폐하게 할 줄도 몰랐으며, 이 과정이 10년이 넘어가서 심지어 지금까지 저를 허위로 고소 고발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예상도 못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이런 상황에 처할 만큼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프랑스에서 이런 일을 당했다면 외국인이니까 덜 억울했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여하튼 한국에서 국가 상대 소송 진행과 더불어서 2년 예상하고 있고 프랑스 소송도 진행하게 되면 2년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건강이 가장 큰 걱정이고 문제 이긴 한데, 여하튼 생각은 그렇습니다. 물론 인생이 계획이나 생각대로 안 된다는 건, 지금 제 인생이 증명하고 있긴 합니다만, 일단 그렇다는 거 소명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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