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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Oct 29. 2024

모친 직장에 근로계약서 받으러갔다가 날벼락 당했습니다만

근로계약서 재발급을 위해 경찰까지 불러야 되나 싶네요


태어나서 이렇게 피곤해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친 사망 후부터 장례식, 장지, 납골당 그리고 사망 신고와 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모두 조회하고, 말 그대로 정신이 미치겠는 상태에서 방문한 모친 직장 관리 업체입니다. 그러니까 모친은 하도급 업체에서 건물 관리 중에서 가장 육체노동인 일을 했고, 척추 골절에 심장 비대 등의 문제가 있어 제가 근로에 반대하자, 제가 아무리 요구해도 근로계약서를 보여주질 않았죠, 그래서 직접 받으러 갔고 말 그대로 회사는 난리를 치며 거부한 탓에, 경찰까지 불러 받아냈습니다. 


그래도 같이 일하거나, 동료였거나, 피고용인이었던 사람이 죽었고, 만에 하나 그 죽음이 본인들과 무관하더라도 자녀가 직접 방문했는데, 그렇게까지 고함을 지르고 나가라고 할 수가 있을까, 저로서는 납득이 안 가서 근로계약서를 보니 <배려에 의해 고용됐고 노령으로 인한 사고는 모두 자신이 책임진다>는 해괴한 각서까지 받아뒀더군요. 해당 건물에는 저희 모친처럼 온통 70대 이상의 고령 여성들만 근로하는 듯했습니다. 사망한 유가족에게 그렇게 무례한데 고용한 여성들은 어떻게 응대했을까, 마음이 아프지만, 제가 그걸 입증할 수는 없으니, 일단 각서를 두고 민원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직장 동료들도 모친 사망 직후부터 저와 통화를 하며 모친 장례식을 알고도 얼씬도 안 했으니 사실 제가 다퉈줄 이유도 없긴 합니다만, 제 이익을 위해 다투지 않은 지 오래됐으니까요. 


해당 각서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저도 공식적으로 이의 제기를 할 것이고, 그전에는 혹시 회사에 대한 연상을 할지 몰라서, 모친의 정확한 직업이나 회사 이름(을 공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등은 추후에 알릴 예정입니다. 직장 위치는 충무로였고, 얼핏 들은 것도 같긴 하나, 모친 죽음에 이르러서야 모친의 삶을 알게 돼 마음이 아픕니다. 다시 한번 저나 모친이나 살아서 한 번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거부만 한 게 상처로 남네요.


그리고 사망 신고를 동사무소에 하러 가니 전산이 안 된다며 거부를 하고 구청은 어느 지점에서나 가능하다는 안내를 제대로 하질 않았고, 120 다산콜에 전화를 하자, 상담원이 "어머니라 하시면 친정어머니일까요, 시어머니일까요,라고 쾌활하게 질문을 하는데 진짜 돌아버릴 뻔했습니다. 모친이 사망했다는 데도 그런 쾌활한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일종의 직업의식이겠죠. 시어머니를 어머니라고 하는 분도 있을까, 여하튼, 저도 한 소리를 했습니다만, 모친이 사망했다고 방문해도 어느 기관 하나 유감의 표정조차 없이 모두 즐겁고 흔쾌한 표정으로 응대를 하는데, 이것도 역시 직업의식이구나 생각하고 말자, 하지만 분노를 느낍니다. 


서로 어떤 사이였던 가족이 죽었는데, 그런 민원인을 자주 응대하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 눈에 악마처럼 보이는 건 제 기분 탓으로 넘어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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