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에게 척추 골절과 심장 비대 등의 문제가 있는 걸 알고 나서, 그렇게 신체가 아프면서 육체노동에 종사한다는 게 저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아, 모친을 대표로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일도 건강할 때 하는 거지 아픈데도 무리를 하면서 하는 건 저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여하튼 이 비영리 법인은 사회적 갈등을 가족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건데, 막상 제가 하는 일로도 너무 벅차다 보니 제대로 된 공모 하나 나가질 못 했고 올해 지나서 내년에 모친도 일을 그만둔다고 하여 내년부터 실질적인 업무를 봐야겠다 했는데, 아무 일도 못 해보고 폐업을 하게 될 거 같아, 제가 너무 미래만 보고 움직인 게 아닌가 또 아쉬움이 듭니다.
이거 신청한다고 남대문 세무서도 모친과 함께 갔고, 도봉세무서도 갔고, 도봉구청에서는 주민세까지 부과해서 아직은 실질적인 업무는 보고 있지 않다 민원을 넣었다가, 담당 공무원이 집에서 작업을 할 수 없다는 걸 입증하라고 하여 집 사진까지 촬영해서 보냈고 그랬는데, 너무 안타까운 생각만 드네요. 도봉구청에서는 모친 집에서 작업을 할 수 없는지 실사를 한 번 나온다고 하면서 저와 일정을 조율한 적이 있다 보니, 모친 사망 사실을 담당 공무원에게는 알리긴 했습니다. 기업 은행에 고유번호증으로 통장도 개설하고 그랬습니다만, 결국 해당 자금이 다 장례식 비용으로 사용되고 말았고요. 모친 첫 지출 금액이 장례식 비용이라니. 진짜 황당무계입니다.
지금 모친의 유품이나 이런 걸 정리하면서 모친이 그간 만났거나 연락한 분들과 통화도 하고 있는데, 모친은 다치고서도 일을 하러 갔다고 하고 그렇게 열심히 일한 직장 동료나 동창이나, 어떤 지인이나, 친구나, 고향인 전라도 분들 누구도 모친 장례식장에는 안 왔다고 토로를 하다 보니, 너무 섭섭한 기분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나 지인이 무슨 남의 장례식까지 가고 그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직장 동료분들에게 갑자기 사망하신 상황 등등 제가 알아야 할 부분이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고, 와서 좀 말씀을 주면 좋겠다는 취지로도 말을 했기 때문에, 장례식 중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으나 막상 치르고 나니 온통 서운한 기분만 남네요.
제가 잘못하고 잘한 부분은 제가 안고 가더라도, 모친이 이렇게 섭섭하게 세상을 떠날 만큼 뭔가 잘못된 분인가, 의구심이 들고, 전라도 고향 사람이다, 오래 알았다, 말씀만 하실 뿐, 알고도 장례식장에 안 온 분들, 너무 아무도 안 온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원망이 생깁니다. 본인들도 알고도 장례식에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도 않았으면서, 왜 직장에 안 오냐 (장지를 금요일에 갔는데), 오랜 친구라면서 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시늉을 하고, 계속 뭔가 있다는 듯 탓을 하면서, 심지어 모친 사망을 알고 바로 연락처를 지워버렸다고 자녀에게 말을 하다니, 봉투에 돈 주는 게 아까워서 그런가 보다 라니, 이게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저는 지금 완전 멘붕입니다. 제 모친은 대체 어떤 사람들과 어울린 걸까. 차라리 아무도 모르는 것보다 이게 더 고통스러운 거 같습니다. 계속 이렇게 하시면 저도 공개적으로 항의할 수 있다고 말씀은 드렸습니다, 녹취도 공개할 의향이 있을 정도니까요.
내일 사망 신고를 하면서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는 모르겠으나 마치는 대로 1시쯤 모친 직장에 가서 짐도 정리하고 동료 분들도 볼 수 있으면 볼 생각입니다만, 지금 시점에서는 과연 나타나긴 할까, 싶네요. 모친이 제 활동 중 그나마 유일하게 응원한 부분은 프랑스 파리에서 경찰 상대 고소한 일인데, 이 일에 대한 결과도 못 듣고 가신 부분도 안타깝네요. 모든 게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