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 방식으로 슬퍼하고 갈등도 마주하니 걱정 마시길요
제 활동을 오해하는 분들은 제가 저 자신이나 가족 혹은 주변의 이익에는 소홀하고, 자신이 뭐라도 되는 것처럼 지나치게 크고 무관한 사회 문제에만 관여한다고 잔소리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저는 개인이 갖는 독자적인 문제에는 그게 저 자신이든, 가족이든, 지인이든, 누구든, 크게 관심이 없고 개인이 갖는 문제더라도 사회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면 관심을 두는 편입니다.
이번 모친 사망 사건에서도 보면, 표면적으로는 제 모친의 사망 사건일 뿐이지만, 모친 사망 전 교통사고가 있었을 때 택시 기사가 연락처도 주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문제에서 도로교통법을 찾아내 고소했고, 휴대폰 번호 유지 관련해서는 사망자의 정보를 기업이 유통(?)하는 절차 관련한 민원으로 진행이 됐으며, 응급실에서 모친을 치료 없이 집으로 보낸 상황도 한국 응급 의료 시스템 자체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출발하고 있는 등, <내 어머니가 억울하게 돌아가셨다> 울고 불고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분들과 저는 다소 다르게 접근하는 것뿐입니다.
꼭 정치인이나 기관들 찾아다니면서 울분 토하고 현수막 걸어 격정을 표해야만 그 슬픔이 구체화되는 것은 아니고, 가족과 친구 만나 울며 불며 머리 맞대고 감정적 호소를 하는 것도 저와는 정서가 맞지 않으며, 저와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슬픔을 구체화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 점은 오해 없으셨으면 하고요. 제가 그분들이 슬퍼하는 방식을 비난하지 않는데 제 방식을 오해하는 분들로 인해 불편한 반응을 마주할 때가 있어서 말이죠. 각자 방식으로 슬퍼하고 극복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모친 이름으로 이용해 본 서울시 병원 동행 서비스도 일부 개선 의견을 냈습니다.
이전에 말씀드렸지만 모친 이름으로 <패밀리와이>라는 비영리법인 사업자가 있었으나 살아 계실 때는 활동을 못했고 다만 이번 사망을 계기로 사망 관련 정책을 찾아다니며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는 중이고, 그간 가족 관계에서 억눌렀던 갈등도 고통스럽지만 조금씩 마주하고 있으니 불필요한 시선은 자신들에게 돌렸으면 싶네요. 저는 장례식에서 모친에게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끝까지 밝히겠다, 모쪼록 편히 쉬시라> 약속을 했고 따라서 모친 사건은 제가 맡고 부친 병증은 제 남동생이 맡기로 결정이 났으며, 부친 생활 관련해서도 남동생이 그간 부모님을 병원에 한 번도 데려간 적이 없다며 맡아서 하기로 한 상황입니다. 일부 복잡한 병증이나 사정은 제가 가긴 할 겁니다만.
갑자기 가족이 사망하면 순간적으로 감정이 차올라서 실제로는 지킬 수 없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도 모르고 가령 <이제 매일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하겠다>, 성격이 안 맞아서 도망치듯 독립해 놓고는 느닷없이 <내가 부모 곁을 지킨다> 등등, 지킬 능력도 안 되는 결심부터 덜컥하고 그게 효도라고 억지 부리는 분들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시간이 지나 해당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스스로에게 자괴감만 들고 가족 간 갈등은 더 강화될 수 있으니,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일상은 기본적으로 지키면서 서서히 갈등을 줄여나가는 방식을 저는 추천합니다.
본인이 부모로부터 독립을 했다면 그 이유가 해소되기 전에 무작정 슬픈 기분으로 화해부터 하는 건 갈등만 극화합니다. 그건 갈등이 해소된 게 아니라 자기감정에 취해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한 뒤 또 자괴감에 빠지는 악순환이 되거든요. 가족 간 갈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치유 또한 오래 시간이 걸립니다. (모친 사망)처럼 극한 상황이 왔다고 해서 모든 갈등이 눈 녹듯이 사라져 보이는 건 허상입니다. 왜 많은 나라가 끔찍한 사건 앞에서 사과하고 사과하는 데도 갈등은 더 극화되는지 그걸 보면 이해가 갈 거라 보고요.
아버지도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드렸지만 현재 뇌졸중 증세 등으로 운영이 어렵고 또 혈액 검사에서 이상이 나와 제가 또 이 부분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다닌 병원마다 기록을 받아 보는 등, 제 사건에 더하여 부모님 사건만으로 머리가 터질 지경이니, 다른 집에 관심 둘 시간에 본인 가족에게 안부 한 번 더 하시는 게 낫지 싶은 생각이 문득 드네요. 결국 자기 부모님 사망해서 혼자 고독하게 자기감정에 취하는 분도 있는 것이고, 부모님이 사망했지만 뭐라도 사회에 좋은 걸 남기게 하는 것으로 위하는 효도 있는 것이니, 똑같은 감정과 방식을 강요하는 사회는 되지 맙시다.
모친 사망 관련 사건들은 자료 조사가 좀 더 필요해서, 사건이 구체화되면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은 공개할 것입니다. 이는 갑작스러운 사망자 가족을 둔 많은 다른 가족분들에게 필요한 내용일 될 것이지, <제 모친이 이렇게 사망했다>는 아닐 것인 점은 다시 한번 밝힙니다. 나만 겪고, 나만 힘들고, 나만 경험하는 고통이라는 생각에 저도 가끔 미친 듯이 빠지지만, 저는 그럴 때마다 <이걸로 뭘 해야겠다>로 생각을 바꿉니다. 이 방식으로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정신적 문제를 극복했음도 말씀드리고요. 그리고 저는 힘들 때는 가능한 절대적으로 혼자 있어야 진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