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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는 결국 인생을 충고하므로 스스로 완벽주의에 빠지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충고하자면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by 이이진

https://youtu.be/I3 IdYV22 xCk? si=us1 M6 z8 cJfxqGsVA


일단 저는 이런 자기 계발 강의를 잘 안 듣는 편이라서 의견을 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짧게 짧게 강연 내용을 보다 보면, 내용은 강연이지만 실상은 사회 비판이나 인생 조언에 가까운 경우가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결혼에 대해 말을 하는 걸 보니까, <일반적인 20대 남자가 어떻게 자기 차와 집이 있겠냐, 그런 남자를 바라는 게 욕심이다> 뭐 이런 강연이었는데, 이게 표면적으로는 인생 설계에 대한 내용이지만 한 편으로는 결혼에 대해 욕심을 부리는(?) 여성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기도 한 거거든요. 그런 욕망을 가지고 있는 여성에게는 일침을 가하는 것이고, 그런 욕망을 가진 여성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리 만족을 주는 그런 강연인 건데.


지금 한국 사회가 어떤 면에서 종교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고, 학벌도 그렇고, 여러 분야의 권위가 사실상 붕괴되거나 혼란스러운 시점에서, 일반 개인이 자기 인생의 방향을 어떻게 정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까, 조금 비약적으로 표현하면, 다소 중구난방으로 여기저기서 인생의 방향을 이렇게 설정해라, 저렇게 설정해라, 이런 상황이고, 그 와중에 김미경 멘토와 같은 분들이 활약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누구는 나의 감정부터 살펴봐라 말하고, 누구는 다른 사람의 감정부터 공감해야 성공한다 이러고, 누구는 경제적인 자유를 먼저 가져야 된다 이러고, 누구는 경제적인 자유가 반드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 아니다 이러고, 누구는 행복한 삶이 최고다 이러고, 누구는 행복하지 않더라도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이러고, 누구는 결혼은 성장의 한 과정이다 이러고, 누구는 결혼이 곧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러고, 누구는 부모의 양육 방식이 인격을 결정한다 이러고, 누구는 인간은 독립으로 완성된다 이러고. 진짜 말 그대로 지금은 이 사람 말 들으면 그 말이 맞고 저 사람 말 들으면 저 사람 말이 맞는 시대라서, 상당히 혼란스럽긴 하거든요.


종교적 색채가 강한 것도 아니고, 지나친 도덕과 윤리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너무 뛰어나서 가까이하기 어려운 분위기도 아닌, 옆집 언니 같고 이웃집 말 잘하는 친구 같은 친근하고 따뜻한 (^^;;;;) 이미지로 툭툭 던지듯이 여러 문제들에 대해 답을 주는 강연 방식이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은 거죠, 저는 그렇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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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주제 또한 어려운 내용이라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기 쉬운 문제들이 많고, 이에 대해 편안하게 답을 주는 모습에서 대중들이 일종의 만족을 느끼는 거죠.


그런데 이런 강연들은 자연스럽게 인간 삶의 가치 판단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강연자 또한 자연스럽게 자신이 남의 인생관과 삶의 방식을 비판할 수 있을 정도의 자격은 갖추고 있다는 주제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남에게 <열심히 살아라, 50살이 돼도 꿈을 가져라>고 말을 하려면, 본인도 60살이 돼도 열심히 꿈을 가진 모습을 보여야 하므로, <나는 하루에 4시간 이상 잔 적이 없다, 이 나이에 영어를 정복해 영어로 강연을 하고 왔다> 이렇게 과정이 흐르게 되는 거죠. 친근하고 옆집 언니 같은 접근이 좋았던 대중들은 서서히 <나와 다른 어려움>을 느끼게 된달까요. ^^;;;;;


문제는, 그렇다면 <어떻게 나이가 60살인데 여전히 하루에 4시간밖에 안 자면서 영어까지 정복해서 영어로 강연을 하는가>라는 구체적인 질문이 갔을 때, 이런 분들 다수가 답변을 제대로 못한다는 겁니다. 대부분은 <본인은 원래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다> 이렇게 답을 하고 말거든요. ^^;;;;;; <분과 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서 산다> 이렇게 다소 믿어지지 않는 답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본인이 원래 그렇게 살아서 그 자리에 오른 거라면 그건 본인이 특수한 것이지, 남에게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가르치는 건 사실상 말이 안 되는 거죠.


자기 계발이라는 게 분야가 여럿 있을 텐데, 제가 보기엔, 결국 이런 분들은 인생의 멘토가 되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다 보니 결국 가치 판단으로 흐르면서, 스스로가 도덕적으로나 영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라는 설득을 하는 과정을 겪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대부분은 오해를 받는 거 같습니다. 일타 강사 이런 분들도 자기는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경우 대단히 많이 봤는데, 일반 사람은 그렇게 살면 일찍 죽습니다. ^^;;;;;;;; 앞서 언급했듯, 일반적이지 않은 자신의 경우를 일반화하면 안 되는 건데, 일반화를 하다 보니, 모순이 발생하는 거죠.


누가 누군가의 삶에 훈수를 두자면 일단 본인이 잘 살아야 되는 건 맞습니다만, 이게 인생 전반에 이르는 수준에 이르면 인생 전반을 다 잘 살아야 되므로, 강연자 본인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는 경제적인 자유를 갖게 해 준다고 강연하던 분들도 나중에 보면 결국 인생 멘토가 돼있고, 가령 처음에는 투자 방식 설명하던 분들이 나중에 보면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이렇게 되더라고요, 이럴 경우 당연히 자신은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 이런 완벽 주의에 빠지게 되죠.


인간은 완벽해지려고 노력할 수는 있어도 완벽해질 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 부분은 삐그덕거리기 마련이고, 그 삐그덕 거리는 부분마저도 수용하지 않으려다 보니, 심지어 정당한 비판마저도 <악성 루머다>, <허위 사실이다>, <음해 세력이 있다> 이렇게도 흘러가는 분들도 봤습니다. 실제로 악성 루머도 있긴 합니다만, 어떤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하지 못한다면 그건 본인에게도 문제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잠을 줄여가며 어떤 일을 하는 건 저는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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