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가지 말라는 거, 하지 말라는 거, 해서, 중증 외상 입지 마세요
https://youtu.be/1 JG3 lkTzdhA? si=zLKfX9 iUSSIUaREr
개인적으로 의학 드라마를 좋아하긴 하는데, 종종 의학적인 내용보다 내부 <정치 문제>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 이번 드라마는 의학 + 정치 모두 등장해서 나름 재밌게 잘 봤습니다. 그런데 <중증외상센터>가 영어로 <trauma center>라고 표기된 걸 보면서, <trauma>란 <반영구적 상처>를 의미하기 때문에, 외국에서 <trauma center>에 환자가 들어갔다고 하면, 일단 기본적인 장애는 어느 정도 남을 것을 예상할 수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정확한 개념이 인지가 안 될 거 같더군요.
이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trauma center>에 들어간 환자의 경우, 기본적으로 장기는 한두 개 이상 이미 훼손이 된 상태이고 출혈이 엄청난 건 말할 것도 없고, 따라서 기본적으로 의사들은 손상된 장기를 제거하고 인공으로 대처할 수 있는 건 대처를 하고 구사일생으로 장기 기증을 받으면 기증받은 장기를 면역을 억제하며 사는 거고, 제거된 장기는 없는 상태 즉 반영구적으로 부족한 상태로 살리게 됩니다.
즉 <trauma center>의 목적 자체가 환자의 의식을 회복시킨 뒤 환자가 가능하면 스스로 호흡하고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인 것은 말할 것도 없는 것이고, 따라서 장애가 남지 않는 것 혹은 상처가 남지 않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보면 되는 거죠. 즉 이미 장애는 어느 정도 남을 수밖에 없는 과이므로, 의사 중 누구도 이 과를 쉽게 지원할 수가 없는 겁니다. <trauma center>의 목적은 사고 이전의 완전한 몸으로 환자를 돌리는 것보다는 환자의 의식을 살리고 자기 호흡만 해도 성공인 거죠.
질병으로 인한 장기 부전과 달리 외부 충격에 의한 장기 부전은 이미 장기의 심각한 물리적 훼손을 동반하기 때문에, <trauma centre>에 들어간 환자가 아무런 장애나 흉터가 남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도 두 환자는 부친의 장기를 기증받아 살았고, 인공 혈관은 말할 것도 없고, 비장과 같이 필수적이지 않은 장기는 제거되는 게 기본이며, 제거된 장기를 내과적으로 보완하며 살게 되는 것이고, 장은 이미 소실되어 장루를 달아야 되는 등 다들 장애가 남았죠. 뇌의 경우에는 두개골이 워낙 단단해서 내부 출혈이 뇌 안에만 주로 있다 보니, 수술해도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할 수가 있습니다.
보니까, 이 드라마에서 산에서의 낙상 사고가 많이 나오던데, 산에서 낙상하면 차로 이동 시킬 수가 없어 헬기가 기본으로 움직여야 되므로....... 산에 들어가면 안 되는 지점을 굳이 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또 위험한 날씨라는 경고에 불구하고 굳이 그런 날씨에 산이나 바다에 가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술이나 마약을 먹고 도로를 질주하고 그러다가 보행자를 사망 직전까지 다치게 하고, 술을 먹고 싸우다가 칼부림을 하는 등등. 인재임이 분명한 사고들 너무 많습니다.
의학 기술이 상당히 발달하긴 했지만 의식을 잃을 정도의 외부 충격은 앞서 언급했듯 장기를 훼손하고, 훼손된 장기는 절대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이 안 됩니다. 심지어 훼손된 장기를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다른 장기들까지 빠른 속도로 훼손됩니다. 희박한 확률로 장기 이식을 받아도 면역억제제를 평생 먹어야 하고, 사실상 이식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해당 장기는 없는 채로 평생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죠. 장기 한두 개를 대처할 정도로 즐거울 일이 뭐가 있을까, 저로서는 솔직히 이해가 안 가고요.
불가항력적인 우연한 사고로 <trauma center>에 들어가는 게 아닌 이상, 본인의 순간적인 쾌락을 위해 무리한 행동을 하다가 이 <trauma center>에 들어가면 그 대가로 장기 하나 없는 채로 살아만 나도 다행이라는 걸, 의사들은 살리는 것까지가 그 역할이지 본인을 파괴하려는 그 고의까지는 고칠 수 없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드라마를 보는 내내 좀 이해가 안 갔던 부분은 이 부분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민원을 넣어볼 것들은 넣어볼 예정입니다. 재밌게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