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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들

새해를 맞이하며

by 이병민

맑은 하늘의 새해가 밝았다. 우선 막 겨울 여행에서 돌아온 참이라 치울 것이 남아 있어 소일거리를 마무리했다. 부모님과 다정한 통화를 마치고 지인들의 메시지에 답을 보냈다. 깨끗하게 이불을 세탁하여 침구를 갈고 옷들을 가지런히 정리 정돈했다. 식사로는 손질된 굴과 무를 활용해 정갈한 밥반찬을 만들어 먹었다. 헬스장은 신년으로 휴관이라 유산소 운동 겸 간단히 옷을 챙겨 입고 평소에는 잘 다니지 않던 길을 달리기를 시작했다. 거리의 주변을 살피고 가빠지는 호흡을 느끼며 살아있는 기분을 만끽했다.


연말 여행은 뜻깊었다. 챙겨간 카메라로 짙은 바다와 겨울의 산맥, 제주도의 귤 밭과 마을을 찍었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풍경을 눈과 카메라에 담으며 현실 세계에서 동떨어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 풍경에 크게 이국적인 요소가 없어도 환기가 될 수 있음을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바다 소리가 거셌지만 그 힘 있는 소리가 매력적이었다. 하늘에는 빛줄기가 선명하게 구름 사이로 쏟아져 내려왔다. 여행 중 세 편의 영화를 보았고 책도 한 권을 완독했다. 여행지에서 본격적으로 책을 읽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무척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여러모로 일상에서의 내 모습을 완전히 잊고 지낼 수 있었고 음악도 거의 듣지 않은 채 명상하듯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서울로 돌아온 지금 일상의 것들이 낯설게 그리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잠시 카페에 들러 새해 다짐을 적어보았다. 진지하게 새해 목표를 세우는 편이 아닌데 올해는 유독 남다르다. 개인적으로 2025년도가 아주 중요한 해가 될 거라는 직감이 내게는 있다. 지난 한 해에는 음악들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것이 알게 모르게 내 정신을 계속 불편하게 만들었고 올해는 이 지점을 반드시 개선하고 싶다. 겨울 여행을 하며 음악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작사 작곡은 단순히 취미 혹은 열정 그 이상을 뛰어넘어 이제는 나의 일부이자 언어가 되었다. 올해에는 매달 한 곡 이상을 반드시 완성하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매일 일기를 적어도 한 줄 이상 쓰기로 결심했다. 나에게 일기는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그치는 중요한 도구다. 일기 쓰기가 내게 유해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마지막 목표는 지금과 같은 수필을 주기적으로 쓰기다. 일정 주기를 맞춰 단문 쓰기를 스스로 꾸준히 해보고 싶었다. 운동하기나 독서록 쓰기 등 여타 목표도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이미 어느 정도 생활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크게 상기시킬 필요는 없었다.


새해에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사람의 기준이야 천차만별이지만 기본적으로 겸손하고 꾸준한 사람이 되고 싶다. 가능한 한 일찍 잠에 들고 일찍 일어나면 좋겠다. 되는대로 성실하게 꿈을 꾸며 하루하루 나아가고 싶다. 개인 정비는 모두 끝났다. 이제 나는 2025년도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 스스로 정한 다짐들을 닻 삼아 천천히 점진적으로 살아가야겠다. 훗날 내가 오늘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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