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빈 갤러리
Barbara Wien gallery & art bookshop
주소 Schoeneberger Ufer 65, 10785 Berlin
대표 Barbara Wien
최근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마치고 곧 재개관을 앞둔 신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에서 베를린 서쪽 방향으로 작은 다리를 하나 건너면 운하를 따라 오래된 집들과 새로 지은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늘어서 있다. 그 집들 사이사이로 갤러리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바바라 빈 갤러리도 그중 하나이다.
처음 갤러리를 방문하게 된 것은 2019년 여름 김용익 작가(1947~, 서울)의 전시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마치 작품이 아닌 것처럼 놓여 있던 작품을 행여나 그냥 지나칠까 봐 하던 일을 멈추고 나와 방문객을 맞이하던 갤러리의 설립자이자 관장인 바바라 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시공간 옆의 작은 아트북샵에서 방문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전시공간으로 나와 직접 작품을 설명해 주기도 하는 모습 속에서, 그녀가 자신의 공간에 얼마만큼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바바라 빈은 직업이었던 예술비평가와 도서 편집자로서의 경험을 살려 1988년 베를린 괴테슈트라세 73번지에 갤러리 및 출판사를 열었다. 그 후 33년간 관장 개인의 특별한 관심사와 전문지식, 시대적인 필요, 거기에 베를린의 전위적인 예술 토양이 더해져 바바라 빈 갤러리는 폭넓은 국제 전시들을 기획할 수 있었다. 바바라 빈 갤러리가 기획해온 출판 프로젝트들은 독보적이다. 예를 들어 플럭서스 전위예술 운동에서 작업했던 Arthur Køpcke의 공개되지 않은 글들을 모아 출판한 프로젝트(2014), Dieter Roth 와의 인터뷰집 출판(2019) 등, 그녀는 주로 1960년대의 혁명적이었던 전위예술 운동에 매료되었고 출판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전시 기획에 있어서도 1990년대의 실험적인 개념미술을 소개하는 플랫폼이 되어주었다.
2020년 1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열렸던 영국 작가 Ian Kiaer(1971~, 런던)의 전시는 바바라 빈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가볍고 투명한 구조로 설치되는 Toothhouse, ceiling (2014-2020)을 주 공간에 배치하고, 본래는 창고인 공간을 열어 유동적이고 가벼운 작품 Endnote pin, Marder (pale) (2020)을 설치했다. 이는 작품 제작자의 의도를 우선순위에 두는 기획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로 보인다. 해당 전시를 소개한 타게스슈피겔 Tagesspiegel 기사에는 기자와 관장의 재미있는 대화가 소개되었는데, 수집가가 작품(Endnote pin, Marder (pale))과 함께 작품의 주된 재료인 포일을 복원할 수 있는 권리도 구입할 수 있는지 물은 질문에 대해 바바라 빈은 놀라며 반문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카이어가 이런 섬세한 작품을 어떻게 팔 수 있을까, 이지요.“ 즉, 그녀는 중개인이 아닌 작가의 입장에서 최대한 작품을 바라보려고 하는 기획자이다. 그래서 33년이나 된 갤러리에서 여전히 지치지 않고 실험적인 작가와 작품들이 소개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자료출처
https://www.tagesspiegel.de/kultur/ian-kiaer-in-berlin-farbenfrohe-utopien/2697961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