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옛날 카메라로 매일매일 사진을 찍는 일에 맛들린 몇달 간.
이 작은 카메라 하나로 이렇게 마음이 풍요로워질 수 있구나.
그런 생각으로 매일매일 보이는 아름다움을 찍었다.
동네가, 내가 다니는 이 학교가, 이렇게 뭘로 담아도 아름답게만 보일 때. 마음 가득 손쉽게 사랑이 피어오를 때.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뻤다.
옛날 카메라 특유의 감성 덕분에 뭘로 담아도 분위기 있게 사진이 나와서. 내가 찍은 사진을 본 친구들이 내 시선이 좋다고 말해주는 게 좋아서. 계속 계속 담아내기.
유독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찍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겠지만 카메라로 담아내면 그 장면이 모두 그림처럼 아름다운 걸. 지나가다 보면 나도 저 사진 속 사람이 되어있겠지. 내 삶이 힘들 때도 카메라로 담아내면 몹시 아름다워보일거라는 생각을 하다보면 괜시리 힘든 것이 줄어드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도 나중에는 사진을 오래오래 찍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