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북극을 꿈꾸다
사라져가는, 척박해만 보이던 땅을
황홀한 상상력의 보고로 펼쳐내는 대작
'북극'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빠르게 녹아내리는 빙하', '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북극곰'. 오늘날 북극은 기후 위기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 옛날엔 어땠을까? '삭막하고 척박한 땅,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불모의 땅' 북극은 오랜 시간 동안 이러한 이미지로 굳어지며 무시당해왔다.
예전에도 지금도 북극은 시대의 입맛에 맞게 대상화되었고, 고유한 특성은 외면받았다. 북극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온대, 열대 중심으로 고착된 자연관에서 비롯된 오해와 편견이다. 제한된 지식과 경험으로 북극을 재단한 것이다. 북극 생태계는 다른 지역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다. 낮과 밤, 토지와 얼음, 동물과 식물, 그리고 사람까지도 말이다. 북극을 이해하려면 북극이 품고 있는 고유한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자연주의자' 배리 로페즈의 대표작이자 전미도서상 수상작인 [북극을 꿈꾸다]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북극의 진면모를 생생하게 펼쳐내며 생태학의 고전이 되었다.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북극의 낮과 밤, 하늘을 덮는 오로라와 땅을 덮는 빛과 얼음, 수천 년간 이 대지와 호흡해온 생명들과 서구에서 온 낯선 이방인들의 이야기까지 충실하게 담아낸다.
저자는 자연을 대상화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을 거부하고, 북극이 들려주는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인다. 이때,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미지의 땅은 지금껏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놀라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지 본래의 순수한 아름다움, 고요한 생동의 힘과 경이롭고 신비한 감각 세계, 통념을 무너트리는 토박이의 지혜와 모험과 탐욕의 역사가 은은하게 뒤섞인 이야기는, 자연과 삶을 대하는 정형화된 감각에 균열을 내며 상상력을 풍부히 뒤흔든다.
총 아홉 개의 장은 각각 완결성이 있으면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북극의 땅과 바다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는, 그곳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는 동식물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이러한 북극과 오랜 시간 호흡한 원주민들의 특별한 삶 이야기는, 북극에 대한 무지와 환상을 가진 서구인들의 욕망과 대비되며 서로를 더욱 드러낸다. 저자의 현장 경험이 이야기에 생생함을 불어넣는 가운데, 북극을 과학, 고고학, 인류학, 지리학, 역사, 문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아, 북극 생태계의 상호작용을 명료하게 그려내고 북극에 깃든 자연과 인간 간의 깊은 의식 관계를 건져 올린다.
이 책을 읽고 북극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의 핵심 개념이 북극을 인간의 언어와 관점으로 대상화하고 추상화하는 것에 대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리 로페즈는 말한다. "잠자코 툰드라를 걸어보자고, 키 작은 자작나무와 버드나무 잎새를 흔드는 바람을 지켜보자고, 이동하는 카리부 떼의 발굽이 땅을 구르는 소리를 들어보자고, 보퍼트해에 뜬 카약의 노 자루에 귀를 대고 턱수염물범이 내는 길고 떨리는 트레몰로 소리를 들어보자고, 수술용 메스처럼 날카로운 에스키모의 흑요석 연장을 손가락으로 툭 건드린다고 상상해보자고."
배리 로페즈는 인간이 구축한 다양한 지식을 통해 북극을 모든 측면에서 바라보겠다는 엄밀한 태도를 취하면서, 동시에 인간을 다른 존재와 구별되게 만드는 이성의 권력을 내려놓고 북극 자체를 온몸으로 느끼겠다는 부드러운 존중의 태도를 갖춘다. 북극은 인간의 이야기와 함께 자연을 이루는 모든 존재의 이야기 속에서 드러난다. 북극을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대지에 깃든 모든 것들과 진심으로 마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상상력이며, 이 힘이 북극을 꿈꿀 수 있도록 이끈다. 북극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여기에서 시작될 것이다. 또한 북극을 비롯해,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다시 바라보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와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배리 로페즈(Barry Lopez)
'오늘날 가장 중요한 자연주의자', '우리 시대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배리 로페즈를 소개하는 표현들이 말해주듯이, 그는 온 인생을 걸고 자연과 인간의 잃어버린 유대를 복원하기 위한 이야기를 썼다. 자연을 대상화하고 소유하려는 욕망을 거부하며, 생태계의 일부가 되어 자연과 호흡하겠다는 불굴의 시도는, 대지와 바다, 세계를 이루는 모든 존재가 품은 고유한 미지와 조우하는 황홀하고 마법 같은 글쓰기의 원천이 되었다. 5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북극을 포함해, 초원, 사막, 섬 등 80여 개 나라를 탐사하면서 스무 권이 넘는 책을 펴낸 그는 2020년 75세의 나이에 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자연에게 언어와 목소리를 돌려주는 그의 글은 자연을 상상하는 것을 멈추고, 다른 존재를 착취하는 데 몰두하는 문화에 경종을 울리며, 자연과의 부서진 관계를 회복하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혜로 우리에게 남았다.
1945년 미국 뉴욕주 포트체스터에서 태어나 노터데임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여기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 [호라이즌] [늑대와 인간에 대하여] [황야 건너기] [북아메리카의 재발견] [강의 기록] [사막의 기록] [저항] [울버린의 교훈] [현장 기록] [까마귀와 족제비] [변명] [이번 생에 대하여] 등이 있다. 배리 로페즈의 원고와 메모, 현장 기록 등은 텍사스 공과대학교에 보관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