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과 며칠 전에 영화 두 편을 봤다.
하나(A)는 특별한 것 하나 없이 평범하고, 지극히 일반적인 삶을 사는 주인공이 특별한 일을 맡게 되며 일어나는 일에 대한 내용을 하고 있었다. 다른 하나(B)는 자신을 평범하게 봐 주는, 그리고 그 평범함까지 있는 그대로 보며 사랑을 주는 상대를 더 없이 사랑하게 되는 내용의 영화였다.
의도한 것은 아니고, 오직 나의 해석이 그럴지 모르지만 두 영화 간 '평범함'이라는 것의 연결이 내게는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평범한 것이 가장 어렵다.'
이 말을 누구든 한 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평범한 것의 기준이 모호한 것도 있지만 나아가서 보통만큼 한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부족해지거나 특별해지는 것이 외려 쉽다.
A 영화에서 주인공은 종국에 평생 하지 않을 것 같은 일 하나를 한다. 그것으로 평범함과 멀어지거나 삶이 크게 변화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자신에게는 큰 의미가 되었으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B 영화는 특별해야만 하는 주인공의 삶을 평범하게 사랑해 주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보기 좋았다.
두 영화를 보면서 나는 얼마나 평범한 사람인지, 나 혹은 누군가의 평범함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 사람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여기저기서 특별한 사람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 요즘이라 그런지, 내 삶은 나에게 꽤나 평범해 보인다. 내가 보았던 영화 주인공의 삶만큼이나. 평범함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내 삶이 평범하다고 해서 싫어하지도 않고, 특별한 사람들의 삶을 동경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영화를 보며 오랜만에 느낀 것은 평범한 것의 힘인 듯하다. 나를 보기보다 남을 보며 저 사람보다 나아지고 싶어 하고. 그 사람처럼 되고 싶어 하기 바쁘지 않은가.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렵다는 걸 아는데도 사람들은 평범해지는 걸 두려워한다. 그럼에도 평범한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을 찾기 바쁜 사람도 있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평범함에서 도망쳐 특별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 평범함을 받아들이는 것인 듯하다. 특별해지려고 하면 오히려 동질화되어 있기 마련이며, 반대로 평범하게 있으려 하면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게 된다. 그러니 돌아가는 자신의 삶을 그대로 살아야 한다. (영화를 보며 든 생각이 이렇다.)
평범한 나 자신으로 사랑 받는 가장 좋은 방법 또한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나의 일에 확신이 없을수록 나를 더 믿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많은 생각을 하면서도 알 수 없는 한 가지는 왜 평범해지는 것이 때때로 두려울까 하는 것이다. 대체되기 쉬운 존재로 전락하는 것이라 여겨서일까. 아니면 스스로 특별하다고 믿어온 것만큼 별거 아닌 인물이었다는 걸 인정하는 게 끔찍한 걸까.
일반적이면 일반적인 대로 특별한 모습이 있을 것이고, 특별하면 특별한 대로 보통의 모습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모든 게 인간적인 모습이라면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