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침창 김창완입니다.”
23년 동안 나와 함께 커갔던 라디오가 하나 있다. 김창완의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이다.
매일 오전 9시에서 11시까지 SBS 파워FM에서 방송되었던 이 아름다운 라디오는 나의 탄생부터 유년기를 지나 2X살까지를, 김창완의 40대부터 60대를 책임지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청취자들은 그런 김창완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편.
날씨 탓인지 온 몸이 장맛비에 젖은 듯 축 쳐지고 기분이 땅 끝까지 가라앉는 날들이 있었다. 어떤 말도 힘이 되지 않고 어떤 방법도 지친 몸을 끌어올릴 도리가 없을 때, 위로가 되어주었던 김창완의 담담한 라디오.
우리들의 바쁜 아침을 책임져 준 그 아침창이 최근 막을 내렸다. 아침창의 영원한 집사이고 싶어 수트에 초록색 나비 넥타이를 매고, 지난 모든 날에 마지막 인사를 올린 그가 당시 고심해 적어내린 엽서들을 모아보았다.
김창완이 라디오 아침창에서 사연자들에게 보낸 엽서들은 아침햇살처럼 따뜻하고,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다.
화려한 수식어 없이도 진심이 묻어나는 글귀들이, 마음 한 구석을 따뜻하게 적신다. 때로는 짧은 한 마디로, 때로는 조용한 격려로, 그는 엽서 속에서 위로를 건넨다. 그 엽서들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린 말들로 가득 차 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흔히 겪을 수 있는 고민입니다.”와 같은 소박한 문장들이지만, 오히려 우리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기엔 충분하다. 마치 오래된 친구가 건네는 한 마디처럼, 과하지 않아서 더 진하게 다가온다.
그의 글에는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담겨 있다. 짧지만 깊이 있는 그 엽서들은, 한 줄로도 긴 여운을 남긴다. 김창완은 이렇게, 말보다 마음이 먼저 전해지길 바라는 듯 엽서를 통해 사연자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전한다.
삶이 지쳐 누군가의 담백한 위로가 필요할 때는 김창완의 엽서를 찬찬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일상의 고단함 속에서 누군가 나를 생각해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법.
우리들의 영원한 아저씨 김창완의 따뜻한 편지들이, 그리고 나의 이 글이 앞으로 당신에게 담담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 마치 엽서 한 장이 조용히 마음에 닿듯, 이 작은 글들이 당신의 일상 속에서 가만히 머물러 함께하길 소망한다.
세상이 때로는 차갑게 느껴질지라도, 당신 곁에는 이런 잔잔한 위로가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삶의 길 위에서 잠시 멈추어 쉬고 싶을 때, 이 엽서들이 당신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기를, 그 안에서 한숨 돌리고 다시 힘을 내어 걸어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뭇잎이 하나 진다고 하자, 꿈속 같고 동화 속 같았던 모든 날에 경배를"] - 김창완 라디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