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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인사이트 Oct 08. 2024

한국인으로 일본출판만화에 뛰어들다, 사토의 세계



출판만화작가 사토를 소개합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토라는 필명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만화를 그리고 있는 작가 사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먼저 여쭤보고 싶어요.

 

제가 어렸을 때가 학부모님들의 교육열이 갑작스럽게 뜨거워졌을 때예요. 영어유치원, 피아노, 미술학원, 태권도 다양하게 학원을 보내던 시절이었죠. 저는 그 과정에서 어쩌다 보니 미술을 업으로 삼게 된 케이스인 것 같아요. 아주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자연스럽게 예고에 진학하게 되었죠.

 

현재의 화풍이 확립되고 출판 만화를 하게 된 계기는 학원 선생님의 영향이 컸어요. 제가 학원에 갔을 때, 선생님께서 ‘너는 채색을 못 하니까 펜 터치를 많이 해라’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하하. 그렇게 펜 터치로 저의 그림이 굳어졌고, 그 덕분에 출판 만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계부의 아들>과 <데드미트 패러독스>



- 작가님의 만화 <계부의 아들>과 <데드미트 패러독스>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전, 두 작품 모두 함께 하신 강착원반님과 만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듣고 싶어요.

 

강착원반님과 저는 만화가 지망생 단톡방에서 만났어요. 제가 출판 만화를 연재하고 싶다고 작품의 콘티를 단톡방에 올렸는데, 강착원반님께서 그 콘티를 많이 봐주셨죠. 사실 정말 만화를 잘하시는 분들은 대사를 절대 허투루 쓰지 않으시거든요. 제가 보여드렸던 콘티에서도 불필요한 부분들을 다 자르고, 보다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강착원반님께서 저에게 다시 보여주신 거예요. 그 수정본을 보고 강착원반님의 실력에 매료되어 제가 강착원반님께 ‘함께 하자’고 먼저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 작가님의 <계부의 아들>이 2019년 일본의 치바 테츠야 상을 받았죠. 축하드립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임에도 한 때는 작가님께서 '흑역사'라고 표현해주신 적도 있는데, 작가님께 <계부의 아들>은 어떤 작품인가요?

 

<계부의 아들>은 지인이 우연히 제안해 주어서 참여했던 만화예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생각에 그렸던 만화죠.

 

치바 테츠야 상을 받은 만화지만, 말씀해주신 것처럼 예전에는 저의 흑역사라고 생각했던 만화였기도 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그림을 잘 그리는 포지션에 있었는데, 막상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데뷔하니까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거든요. 그 계기가 된 것이 바로 <계부의 아들>이었죠.

 

또, 그 상의 심사위원분이신 치바 테츠야 선생님께서 저에게 피드백을 많이 주셨어요. 그 피드백에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함께 있었는데, 당시의 저에게는 비평만이 떠올라서 많이 괴로웠죠. 만화의 거장께서 저의 만화에 대해 비평하시니 그 사실에 대해 더욱 크게 와닿은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지금은 그 생각을 많이 극복했어요. 제가 그 상을 받은 것이 22살 때였는데, ‘22살의 나이에 저 정도면 그래도 나름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조급함에 눈이 가려져 잘 안 보였지만, 지금 조금 더 성장한 뒤 다시 보니 그래도 나름 스스로 만족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어요.

 



-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작가님의 대표작은 역시 <데드미트 패러독스>일까요?

 

맞아요. 저는 저의 대표작으로 <데드미트 패러독스>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작품이 한국에서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는데 일본에서는 ‘신인의 초기작으로는 긍정적이다’라는 평을 많이 받았어요. <계부의 아들> 만큼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죠. 하하. 그래서 일본의 다른 분들께서는 저의 대표작으로 역시 <계부의 아들>을 생각해주시기도 해요.

 

그래도 현재의 제가 멘탈이 단단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에서 <데드미트 패러독스>로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생각해요. 일본에서 인정을 받는다면 피드백도 일본어로 많이 받을 것이고, 아무래도 저에게 일본어는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와닿지 않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 덕분에 보다 자유롭고도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었고, 한국의 동료 작가님들과도 많이 연을 쌓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데드미트 페러독스>는 ‘좀비도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문장으로 소개되죠. 좀비가 차별받는 세상에서 좀비를 변호해주는 변호사라는 주인공 설정이 정말 신박한데, <데드미트 패러독스>를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사실, ‘데드미트 패러독스’는 계부의 아들을 그리기 전에 구상했던 아이디어였어요. 하지만 저는 그림을 집중적으로 하다 보니 아무래도 스토리 적인 한계가 느껴져서 잠시 ‘킵’ 해두었던 것이었죠.

 

그런데 계부의 아들이 끝나고, 연재할 만화가 필요해서 무엇이 좋을지 고민하던 찰나, 강착원반님께서 그 스토리를 보시고 함께 이 만화를 다시 그려보자고 해주셔서 세상 밖으로 다시 소개될 수 있었던 만화예요.

 

저는 정말 ‘좀비는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아이러니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에 처음 구성했던 스토리였는데, 강착원반님께서 그 이상으로 정말 좋은 스토리를 뽑아내 주셔서 이 안에서 우리의 사회 문제와 함께 ‘우리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가’, ‘소수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깊게 관철해 주셨습니다.




- 말씀해주신 것처럼 강착원반님께서 담당해주신 데드미트 패러독스의 스토리는 ‘소수자’의 이야기를 좀비에 빗대어 담고 있어요. 따라서 현실의 사회 문제와도 어느정도 맞닿은 부분이 많이 있죠. 작가님께서도 굉장히 공감하신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저 또한 성 소수자이다 보니 소수자의 입장에 놓여져 있어요. 당연히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고, 강착원반님도 이러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예민하게 바라보고 계시죠. 어쩌면 저와 강착원반님께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이유가 이 부분인 것 같기도 해요. 둘 다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온도가 비슷하거든요.

 

 

- <데드미트 패러독스>는 드라마화를 앞두고 있죠. 축하드립니다. 처음 드라마화에 대한 제안을 들으셨을 때의 심경을 말씀해 주신다면.

 

사실 저는 정말 신인이잖아요. 유명한 작가님들의 만화가 드라마화 된다고 하면 많이 납득해 주시지만, 신인의 단편 만화를 한국에서 드라마화한다고 했을 때는 저도, 그리고 다른 분들도 많이 놀라셨어요. 하지만 너무나도 좋은 기회이고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건 저의 개인적인 작은 바람인데, 좀비 역할로 저랑 강착원반님이 까메오 출연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지나가는 좀비 역할 1,2로 말이에요. 그리고 정말, 만약 가능하다면 대본 리딩 장면도 보고 싶어요. 저는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큰 관심을 두고 있거든요. 저의 만화가 어떻게 드라마로 새롭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조금이나마 지켜볼 수 있다면 참 즐거울 것 같아요.

 

 

- 현재 준비중이신 차기작도 있으실까요?

 

현재는 장편 하나와 단편 하나를 준비하고 있어요.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제가 그린 만화 중 제일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저에게는 굉장히 기대되는 작업입니다.






사토의 목소리로 듣는 출판만화의 세계


 

- 한국에서는 웹툰, 인스타툰 등의 콘텐츠가 익숙하다 보니 출판만화를 그리는 분들을 만나 뵙기는 쉽지 않아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출판만화는 어떤 분야인가요?

 

출판만화는 생각보다 굉장히 공식이 뚜렷하고 어려운 분야예요. 물론 다른 분야, 일러스트나 웹툰도 각각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출판만화는 그 결이 조금 다른,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언어의 한계부터 시작해서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고 일본의 편집자가 추구하는 바는 한국과는 아주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 과정에서 언어가 안 된다면 그 언어 능력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드로잉과 만화 콘텐츠 실력이 갖춰져야 하죠. 그래서 허들 자체가 조금 높은 것 같아요.

 

 

- 포스타입에 출판 만화가를 지망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다양한 글을 올려주고 계시는데. 그렇다면 출판만화에 대한 허들을 낮추기 위한 것일까요?

 

저는 원래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데 어느 날 청강대학교에서 저에게 강의를 제안해 주셔서 가서 강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가서 학생분들을 만나니까 출판만화를 지망하는 분들이 무척 많아진 거예요. 그리고 저에게 개인적으로도 출판만화를 지망하시는 분들께서 문의하시기도 하셨죠.





사실 제가 만화를 그릴 때에는 웹툰을 지망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출판 만화를 지망하시는 분들께서 많아진 모습을 보고 그렇다면 내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그분들께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정리해서 보여드린다면, 출판 만화의 허들이 조금이라도 낮아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출판 만화가 어렵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런데도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출판만화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출판 만화를 할 줄 알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드로잉은 기본적으로 되어야 하고, 스토리와 대사, 시선 흐름까지 전부 신경을 써야 하니까요. 그렇게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공부해야 하는 만큼 도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죠.

 

저도 출판 만화를 메인으로 잡고 작업하고 있지만 고양이 일러스트나 영화 콘티 혹은 스토리보드, 웹툰 콘티, 벽화까지 다양하게 작업을 하기도 해요. 그래서 빠르게 변화는 시대에 보다 대응하기가 원활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작가님께서 생각하기에는 무엇인 것 같으세요?

 

저는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실 재미라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인 영역이잖아요. 사람마다 ‘재미있다’고 느끼는 부분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재미를 제외하고 조금 객관적인 부분으로는 가독성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그렇다면 그 주관적인 재미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나는 무엇을 재미있어 하는가’부터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처음 만화를 그릴 때는 그것을 모르는 상태로 그렸었거든요. 특히 계부의 아들이 그랬어요. 그저 만화를 그리는 것이 좋아서 했던 작업이었죠.

 

그런데 만화를 봐주신 분들께서 ‘이 부분이 재미있어요’라고 피드백해 주시는 것을 들으며 스스로의 작품에서의 재미 요소를 캐치하고 레벨업을 시키다 보니까 이제는 저의 스타일을 찾아가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저는 “내 만화의 재미는 이런 거야”라고 더욱더 잘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죠.



- 한국과 일본의 출판만화를 지망하시는 분들께 팁을 드린다면.

 

한국의 출판만화는 웹툰이 주류 콘텐츠가 된 이후로 그 명맥이 끊겨서 제가 말씀 드리기에는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아무래도 구체적인 최신 데이터가 현저히 부족하거든요. 하지만 결국 '독자들에게 어떤 재미를 줄 것인가?'에 포커싱 하는 것은 출판만화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기에 그 부분에 집중한 한국의 출판만화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일본 출판만화를 목표로 하고 계시는 분들께는,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대한민국이 아닌 타국이다 보니 문화적 차이나 기회에 대하여 걱정을 하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결국에는 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까, 너무 조바심을 내지 않으시고 차근차근 준비를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 지으며



- 말씀해주셨다시피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정말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분야에서도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으신 분야도 있으실까요?

 

사실, 출판 만화가 워낙 어려워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기는 해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결국 출판 만화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 다른 작업을 모두 하기는 하지만 사실 취미로 하지 그것을 출판 만화만큼 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는 않아요. 저는 출판 만화를 계속할 것 같습니다. 설령 이 세상에서 만화가 망하고 사라진다고 해도, 저는 만화를 그릴 것 같아요.

 

 

- 작가님만의 목표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예전, 치바 테츠야 상을 받았을 때는 ‘상에 의미를 두지 말자’는 생각을 했어요. 일본에서는 ‘치바 테츠야 상을 타면 연재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농담처럼 이야기되기도 하거든요. 워낙 큰 상이다 보니 그 부담감에 사람들이 연재를 이어 나가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장려상을 받은 사람만이 데뷔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죠. 그래서 그 당시에는 ‘상’이라는 것에 대하여 너무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현재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상이라는 것은 결국 눈으로 보이는 명확한 목표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상’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성장해 나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 그렇다면 작가님께서는 어떤 만화가로 기억에 남고 싶으실까요?

 

저는 기억이 안 되어도 괜찮아요. 하하.

 

얼마 전에 일본에 ‘사토’라는 성이 점점 많아져서 어느 순간 전 일본인이 ‘사토’라는 성을 갖게 될 수도 있다는 뉴스를 봤어요. 그런데 저는 그 뉴스를 굉장히 인상 깊게 봤거든요.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에서 보면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사람이 일체화가 되며 ‘하나’가 되거든요. 그래서 사토라는 성이 많아질수록 저 또한 그 여러 명의 사토 중 하나의 사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기억이 되어도, 안되어도, 전부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저는 항상 만화를 읽었을 때 든든함을 느낄 수 있는 만화가가 되고 싶어요. 짧지만 강렬한 만화를 그리고 싶죠.

 

 

- 작가님의 슬럼프 극복법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는 슬럼프가 없어요. 컨디션이 조금 안 좋을 때는 있지만, 그럴 때도 만화를 그리기 위한 다양한 요소들을 공부하며 그 컨디션을 끌어올리죠. 작화가 안 되면 스토리 공부를 하고, 스토리 공부가 안되면 다시 작화 공부를 하는 식으로요. 육체적으로는 창작의 고통이 많지만, 정신적인 창작의 고통은 아직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몰입도가 있는 만화를 만들고 싶어요. 작품에 대한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만화를 보는 독자님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만화를 만들고 싶죠. 그래서 앞으로도 열심히 만화를 그려서 여러분께 재미있는 만화를 자주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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