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일상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글쓰는 일러스트레이터 나른입니다. 저의 내면의 감정을 바탕으로 하여 일상 속 한 장면들을 저의 글과 그림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저의 현실을 기반으로 하여 정말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의 저를 그대로 보여드리며 작품 활동을 해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즐겼지만, 미술을 전공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제 마음 속에는 항상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갈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저의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는 그림을 그릴 때는 현실로부터 벗어나 스트레스를 잊고 온전히 저 스스로에게 몰입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내가 가장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의 대표작인 [몸의 언어]는 연인들의 이야기지만, 처음 [몸의 언어] 시리즈를 그렸을 때 저는 연애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어요. [몸의 언어]를 연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전까지는 당시의 이별에 너무 힘들어하던 때였어요. 그런데 그 이별에 대하여 힘들어한다는 것이 단순히 옛 연인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저 스스로에 대한 것이었어요. 나는 왜 그러한 행동을 했을까, 그런 방식으로 상대방과 관계를 맺었을까 등 저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의 [몸의 언어] 시리즈에 담긴 글과 그림은, 대부분 저의 경험을 바탕에 두었지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니고, 사랑과 관계에 대해 떠오르는 단상들을 바탕으로 표현한 것들도 있어요. 저의 내적인 것도, 외적인 것도 복합적으로 모두 담겨 있죠.
사실, 지금의 저라면 [몸의 언어] 연재를 시작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만큼 그때는 정말 저 스스로를 온전히 드러내고 싶다는 욕구가 컸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렇게 솔직한 마음으로 작품에 임할 수 있었을지 저 스스로도 신기하기도 해요.
제가 처음 몸의 언어를 그리기 시작했을 때가 20대 중반이었을 때였어요. 그때는 사랑을 주고 받는 방법 뿐 아니라 관계 맺는 것 자체가 서투른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평온한 사랑보다는 불 같은 사랑을 했던 것 같아요. 저 스스로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연애를 어떻게 해야 안정적으로 하는지 그 방법도 몰랐죠. 저도, 상대방도 어렸으니까요. 그렇게 우여곡절 많은 연애들을 겪은 후에 가장 생생하고 농도가 짙은 상태의 마음들이 글과 그림에 모두 담긴 것 같아요. 어떻게든 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방법이 그것 뿐이었던 것 같아요.
저의 대표작으로는 [적막] 이라는 작품을 말씀 드리고 싶어요. '몸의 언어'라는 의미 자체가 몸으로 하는 대화를 말하는 건데 그 부분이 글로도 그림으로도 잘 표현된 것 같아요. 특히, 적막 속에서 아무 말없이 서로의 품에 있는 것만으로도 대화하듯이 무한하 사랑을 느낀다는 점이 '몸의 언어'를 무엇보다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는 공간과 인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많이 신경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인물과 배경, 인테리어 등 레퍼런스를 찾아보며 그리는 편이죠. 그리고 저는 어떤 사람의 얼굴이 꼭 작품 속에서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작품 속 인물이 정면을 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작품은 눈만 보일 때도 있고, 어떤 작품은 입만 보일 때도 있어요. 설령 제가 인물을 그린다고 하더라도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인물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는지, 혹은 얼마나 자세하게 보이는지가 아니라 그 인물이 배경과 어우러져 제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과 느낌을 얼마나 잘 담아내는지니까요. 그리고 저는 슬픔도 외로움도 아픔도 따뜻하게 그려내려고 노력해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로를 주고 싶어요.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사랑 때문에 뒤척이는 밤을 보낸 적이 있을 거에요. 저도 그렇습니다. 저의 그림이 사랑의 시작과 끝의 그래프 사이 어느 지점에 있을 여러분들에게 작은 조각이나마 공감과 위로를 건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김푸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