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절제는 평온함을 전달한다 - 카페 '목로정원'

by 아트인사이트


번화가를 걸을 때면 종종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느낀다. 도시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문득 스며들 때, 피로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러던 중, 차와 사람들, 건물과 매연 사이에서 눈에 띈 것은 탁 트인 통유리창 너머, 흰색의 넓은 공간이 펼쳐진 한 건물의 3층 가게였다. '차와 커피, 꽃과 식물'이라는 흰 글씨와 사이사이 산들거리는 녹색 잎이 어지러운 도심 속 고요함을 전해주었다. 그 순간, 나는 숨을 들이마시며 잠시 모든 것을 잊었다. 머뭇거리던 나는, 짧은 고민 끝에 조금 긴장한 상태로 건물 안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3층으로 올라가 투명한 유리문을 열자, 좁은 문틈 사이로 흘러나온 것은 커피 향도, 베이커리 향도 아닌 풍성한 생화의 향기였다. 그 향기 사이에는 식물의 잎이 손끝을 스치는 소리, 흘러나오는 물소리와 식기를 달그락거리는 소리, 어린 이국의 아이가 웃는 소리가 스며들어 있었다.


문을 활짝 열자,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마치 작은 식물원과 같았다. 건물 밖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통유리창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내부를 환하게 비추고, 다양한 꽃과 식물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흰 배경을 바탕으로 살랑이는 녹색 잎은 그림처럼 나를 반겼다. 잠시 머뭇거리던 발걸음은 자연스레 식물 뒤의 짙은 원목 테이블로 이끌렸고, 그곳에서는 은은한 커피향이 퍼져 나왔다.


의자에 앉으며 창밖을 바라보니, 지금까지 걸어온 척박한 길과 달리 한쪽 창문 너머로는 녹색 잎들이 가득했다. 3층까지 계단으로 올라온 그 순간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며 잎사귀가 나기 시작한 나무와 눈높이가 맞춰졌다는 사실을 깨닫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생화가 가득한 꽃 진열장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반겨준 것은 친절하고 다정한 오렌지색 고양이였다. 그 아이는 조심스럽게 손인사를 하는 나에게 조용히 코를 맞대어주며 인사해 준 뒤 내 옆에 있던 쿠션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길고 보드라운 꼬리가 꽃잎 사이를 스쳤을 때, ‘만복이’라는 목걸이가 반짝였다.


고양이의 기분을 해치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바라보던 중 꽃을 정리하던 사장님이 테이블에 다가왔다. 짙은 검은색 곱슬머리를 기르고 차분한 색의 앞치마를 메고 있었던 사장님의 차분한 움직임이 식물의 결과 닮았다는 생각도 아주 조금 했다. 그는 조용하고 잔잔한 목소리로 나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고양이와 함께 하다 보니 고양이에게 해롭지 않은 식물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저에게 여쭤봐주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추구하는 것은 '공생'이기 때문에 오직 고양이를 위주로 식물을 들여오지는 않아요. 대신 꽃은 전부 진열장에 보관해서 고양이에게 닿지 않게 하고, 병원에 가야 하는 등 꼭 필요할 때만 카페에 데려오고 있어요. 저희는 선순환의 힘을 믿어요."


그가 떠나고, 나는 그의 말에서 남은 ‘공생’이라는 단어를 곱씹어 보았다.


다시 카페를 둘러보니, 짙은 원목 가구 위에 펼쳐진 녹음, 창을 통해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과 그 아래 살랑이는 꽃잎들이 또다시 눈앞에 펼쳐졌다. 고양이는 기분 좋은 그르릉 소리를 내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고, 옆 테이블의 금발 어린아이는 신기한 눈빛으로 식물을 바라보며 밝게 웃고 있었다. 때로는 카페 문이 열릴 때, 연인을 위해 꽃다발을 건네는 다정한 남성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고, 한편으로는 꽃잎을 정리하는 소리와 함께 바스락거리는 신문지와 설거지 도구의 달그락거림이 어우러졌다.


이곳은 단지 인간만을 위한 곳도, 동물이나 식물만을 위한 곳도 아니다. 모든 생명체가 공존하며 서로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는, 진정한 ‘공생의 공간’임을 나는 깨달았다.


카페를 나서며 나는 문득 식물의 의미를, 더 나아가 자연의 곱씹었다. 불필요한 것은 없다. 그저 서로서로가 배려하며 공생할 뿐이다. 내가 매일 피곤함을 느끼는 이 아스팔트도, 결국 우리가 편리하게 살아가는 터전이다. 그리고 그런 편리함이 있기에 나는 휴식에서의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 생각하니 나는 그가 이야기 했던 공생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글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김푸름



11만복이와 일라미.JPG
IMG_4405.JPG
KS-4858.jpg
목로정원 내부1.JPG
목로정원 내부2.jpg
목로정원 내부3.jpg
목로정원 내부4.jpg
목로정원 리스.jpeg
목로정원 만복이.jpg
목로정원 일라미.jpg
목로정원의 시그니처 모카포트와 꽃.jpg
식물.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실 햄버거는 그저 거들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