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류의 영화는 언제나 뻔하다. 즐겁고, 무작정 도전하고, 멋지게 성공하면 아름답고, 실패하더라도 청춘의 한 조각으로 남는다. 그건 청춘의 특권이다. 멋대로 도전하고, 실패해도 괜찮고, 그렇지만 대부분 뭐 그리 큰 실패를 하진 않고, 다들 큰 이유 없이 열심히 하고, 그렇게 진심이 쌓여 결국 추억이 된다. 막무가내, 좌충우돌, 우당탕탕 뭐 이런 단어들로 설명하기에 딱인. 하복을 입은 학생들이 다함께 뛰어나가고, 점차 친해지고, 생각보다 진심이 되는 과정이 아름답게 지나간다. 특별할 것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성공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은 청춘이 아름답고, 나 역시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스윙걸즈가 그랬고, 린다린다린다 역시 그렇다.
송은 일본으로 유학간 한국인 학생으로 할 줄 아는 일본어가 몇 없다. 그런 송은 케이에게 밴드 영입 제안을 받는다. 손목 골절을 당한 기타, 밴드를 떠나버린 보컬. 남은 3명이 공연을 포기하지 않고 보컬을 영입하기 위해 수소문하던 찰나, 케이는 송에게 묻는다. 송! 밴드 하지 않을래?! 할 줄 아는 말이 하이- 밖에 없는 송은 그러자고 대답해버리고 그렇게 이들은 3일간의 합주를 시작한다.
익숙한 얼굴인 송, 배두나의 시선을 따라가던 영화는 어느새 케이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게 된다. 한국에서 와서 일본 학교에 여전히 적응 중이고, 늘 혼자다닌다. 얼떨결에 밴드에 들어가게 되고,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며 일본어를 잘 하지 못해 띄엄띄엄 알아듣고, 대답도 그렇게 한다. 그렇지만 함께 합주 연습을 할 때, 친구들과 함께 할 때 점점 즐거워 보이는 송. 한밤중 몰래 강당에가서 멤버들과 자신을 소개해보는 얼굴을 보면 괜히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케이가 있다. 그렇지 않아보이지만 밴드에 진심이고, 아주 커다란 곳에서 공연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손이 더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아주 엉뚱하고 조용하지만 깊은 소녀. 같은 반 카즈야를 짝사랑하는 쿄코는 결국 고백하지 못하고 공연을 위해 친구들에게 달려오고, 노조미는 의외로 가장 열정적인 친구다. 아이들과 함께 장을 봐서 집에서 밥을 먹이고, 가장 악기를 잘 다룬다.
각기 다른 네명이 모여 3일만에 연습을 마치고, 다같이 잠에 빠져 빗속을 달려가고, 그러다 베이스를 두고온 걸 알아채 돌아가야해 제대로 늦어버리는 영화적인 장면들 뒤에는 더 영화적인 것들이 가득하다. 하필 미친듯이 비가와서 아이들이 하나둘 씩 체육관으로 모였고, 옥상에서 혼자 기타를 치던 다카코는 파란 마음의 공연을 위해 무대에 서서 모에의 노래에 반주를 맞춰준다. 3시까지 오기로 했으면서 한참이나 늦어버린 이들을 위해 시간을 벌어주는 친구들. 비에 쫄딱 젖은 이들이 도착한 건 꽤나 바글바글한 체육관과 무대에 선 친구의 노래를 즐기고 있는 학생들이다.
3일간의 진심이 모여 만들어낸 순간은 꽤나 근사하다. 그게 비에 전부 젖은 채 무릎은 깨지고, 고백은 하지 못했고, 시간이 모자라 딱 10분 밖에 남지 않아서 얼렁뚱땅 무대에 올라가야 하는 것일지라도 어쨌든 이들은 공연을 시작한다. 그리고 린다린다- 라는 가사가 시작되는 순간 모두 일어나 신나게 뛰어나오는 그 짜릿한 쾌감은 반짝이고 부서지는 청춘으로 정의내릴 수 있을만큼 전형적이고 뻔하지만, 그만큼 아주 아름답다. 진심이 모여 펑하고 터지는 뻔하지만 언제나 짜릿한 순간들이 ‘린다린다린다’에 있다.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송에게 축제 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송을 배려하는 선생님이 계셨지만 사실은 열심히 하고 싶었던 송이 케이에게 열심히 해도 되냐고 묻는 것처럼. 고백을 받았지만 친구들에게 가보겠다고 말하며 웃는 얼굴처럼. 손이 더 커서 기타든, 키보드든 잘 치고 싶었던 케이가 커다란 무대에 기타를 들고 서보는 것처럼. 쫄딱 젖어 맨발로 무대에 올라도 좋다고 웃음을 짓는 것처럼. 밴드 하자고 말해줘서 고맙다고 한국어로 말해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케이처럼. 밤에 몰래몰래 연습하고 낮에는 늦잠을 자는 파란 마음의 이 소녀들처럼. 쌓인 진심들이 아름답게 터진다.
악기를 든 청춘들은 늘 이렇게 빛나고, 난 그걸 알면서도 늘 감동 받는다. 나는 이제 아주 평범한 일본의 청춘영화에 당연하게 미소짓는 어른이 되었다. 스크린 속 20년 전 배두나 배우의 얼굴은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데, 교복을 입고 마이크를 두손으로 잡고 소리치듯 린다린다!! 를 외치는 건 당연히 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소녀들이 무언가를 그냥 열심히 하는 영화. 그러다가 진짜로 그걸 좋아해버리게 되는 영화들이 좋다. 좋아져서 잘하고 싶어지고, 자꾸만 진심이 되고, 그래서 계속하고 싶어지는 걸 온몸으로 티내는 영화. ‘린다린다린다’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