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상상을 해본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영화 <트루먼 쇼> 속 주인공이 나라면, 거짓된 세상에서 진실을 알게 된 뒤 어떤 선택을 했을까? <김씨 표류기>처럼 무인도에 혼자 남겨진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버텼을까? 이런 가정은 늘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러던 중, 최근 <런닝맨>에서 나온 질문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올드보이처럼 갇혀서 하나의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내가 선택할 음식은?”
처음엔 웃고 넘길 만한 가벼운 질문 같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의외로 흥미롭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던져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떠오른 건 ‘닭볶음탕’이었다.
나는 원래 닭요리를 무척 좋아한다. 치킨, 닭강정, 삼계탕처럼 닭으로 만든 요리라면 뭐든 다 잘 먹는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닭볶음탕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닭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그 안에는 집, 그리고 엄마의 마음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엄마는 자주 닭볶음탕을 해주셨다. 그땐 너무 당연해서 별다른 생각 없이 “앗싸, 오늘 닭볶음탕이다!” 하며 먹곤 했다. 그것이 엄마의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건 미처 알지 못했다.
대학에 들어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주말에만 집에 갈 수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내가 도착하는 저녁마다 늘 닭볶음탕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 반가웠다. 하지만 곧 알게 됐다. 엄마가 내가 올 시간을 계산해 미리 재료를 준비하고, 닭을 손질해,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에 맞춰 끓여내고 계셨다는 것을. 몇 번 반복되자 비로소 깨달았다.
“아, 엄마가 내가 좋아하는 걸 늘 기억하고, 그걸로 날 맞이해주고 있었구나.”
그 사실을 알고 난 뒤로, 식탁 위의 닭볶음탕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따뜻한 국물 한 숟갈을 뜰 때마다 ‘집에 왔다’는 실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만약 정말 <올드보이>처럼 단 하나의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닭볶음탕을 고를 것이다. 단지 맛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 안에는 집의 풍경, 엄마의 손맛, 그리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 질문은 단순히 “네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에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새벽마다 끓여 먹던 라면이 떠오를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에겐 할머니의 김치찌개나 어린 시절 생일마다 먹던 스파게티가 떠오를 수도 있다. 결국 우리가 어떤 음식을 고르느냐는 그 사람의 추억과 마음을 보여주는 선택 같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시간과 기억, 그리고 사람의 온기가 함께 녹아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 음식은 닭볶음탕이다.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처럼, 나를 반겨주고, 안심시켜주며, 다시 힘을 내게 해주는 음식.
그러니 오늘 잠시 생각해보자.
“올드보이처럼 갇혀서 하나의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내가 선택할 음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