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가면 항상 빠지지 않고 먹었던 음식이 있다. 바로 육회다. 왠지 모를 희귀한 느낌, 고기지만 가벼운 그 음식은 언제나 특별하게 느껴졌다. 외국에도 '타르타르'라고 하여 생고기를 먹는 요리가 있지만, 아무래도 나는 참기름과 배로 이루어진 한국식을 더 좋아한다.
추운 날이면, 외국 여행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생각한다. "육회를 먹으러 가자." 더운 날에 먹기엔 위험하고, 외국에서 쉽게 맛볼 수 없고, 왠지 오늘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음식. 육회는 나에게 그런 몇 안 되는 음식 중 하나다.
처음으로 육회를 전문으로 하는 곳을 찾아간 건 친구와 성인이 되고 바로였다. "이제 우리 어른인데, 진짜 육회 전문점 가보자." 그렇게 찾아간 곳이 광장시장이다. 광장시장처럼 육회 전문점이 모여 있는 곳도 드물 것이다. 외국인들은 노포에 앉아 칼국수, 만두, 전 등 다양한 한국 음식을 먹지만, 나는 비좁은 골목 틈새로 들어가 몰래 육회만 먹고 나온다.
시끄러운 종로 3가에서 들어간 골목은 상인들의 호객 소리로 가득하다. "언니, 우리 집이 제일 맛있어!" "여기 앉아봐, 후회 안 해!" 육회집들은 여기저기서 아우성친다. 우리 집 육회가 가장 맛있다고. 좁은 좌석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 사람들 사이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쟁반을 든 아주머니들이 바쁘게 오간다.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각자 입맛에 맞는 육회집 1호점 또는 2호점으로 들어가 식사를 한다.
처음 나오는 것은 소고기 뭇국이다. 푹 고아낸 양지 소고기 베이스에 시원한 무의 느낌이 가득한 뭇국은 추운 날 나의 몸을 먼저 녹여준다. 김이 피어오르는 뜨거운 국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면 온몸이 스르르 풀린다. 아무래도 육회를 먹는 날은 지출이 크기 때문에 전날이나 바로 전 식사를 간단히 했을 때가 많아, 이 뭇국이 허기진 배를 조금 채워준다.
그리고 빠른 회전율을 자랑하는 광장시장인 만큼, 누구보다 빠르게 육회와 육회비빔밥이 나온다. 쟁반 위에 올려진 육회는 선홍빛으로 윤기가 흐른다. 가늘게 채 썬 고기는 참기름에 반들반들 코팅되어 있고, 그 위로 노란 배와 초록 무순이 얹혀져 있다.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코끝을 자극하는 순간, 침이 고인다.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육회는 부드럽게 씹힌다. 차가운 생고기의 탱글한 식감이 면처럼 후루룩 넘어갈 때면 너무 달콤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기의 결을 따라 씹히는 부드러움, 참기름의 고소함, 배의 아삭함이 입안에서 어우러진다. 그런 후 노른자를 터트려 고소함을 더 감싸준다면, 그날 하루의 고단함은 잊은 채 앞사람과 연신 "맛있다"만 반복하며 맛을 음미하게 된다. 따뜻한 밥과 차가운 육회가 만나 적당한 온도로 입안을 채울 때의 그 황홀함이란.
먹다가 조금 비리거나 느끼해진다면 육회 위에 올려진 무순이나 배를 김 위에 올려 한꺼번에 싸 먹는 것을 추천한다. 바삭한 김이 입안에서 부서지며 육회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무순의 알싸함이 입안을 개운하게 만든다. 또한, 날것에 날것을 더한 산낙지를 추가한다면 그들의 생생함과 고소함이 입안에서 춤추는 느낌이 든다. 꿈틀거리는 낙지의 탱탱한 식감과 부드러운 육회의 대비가 묘한 쾌감을 준다.
육회만큼 빠져서 안 되는 존재가 육회비빔밥이다. 육회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특유의 초고추장 같은 느낌의 양념장과 육회, 그리고 깻잎과 같은 채소와 함께 밥을 비비게 되면 더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숟가락으로 쓱쓱 비빈 비빔밥은 빨간 양념이 고루 섞이며 또 다른 맛을 낸다. 더 한국식으로 먹자면 그 위에 김치를 올려 먹게 되면 참 황홀하다. 아삭한 김치의 신맛이 육회의 고소함을 더욱 살려주고, 매콤함이 입맛을 돋운다.
그렇게 시작된 겨울 육회는 이제 연례행사가 되어 여전히 그 친구와 겨울이 되면 광장시장을 찾는다. 매번 같은 사진이 내 갤러리에 쌓이지만, 육회는 나에게 설날처럼 꼭 챙겨야 하는 명절 같은 존재다.
어쩌면 육회보다 더 소중한 건, 함께 나이 들어가며 이 맛을 나누는 그 시간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