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제주의 봄,
쓰러진 동상 옆에 앉아 있던 해녀의 재판
프로덕션IDA 근현대사 시리즈 세 번째 작품
프로덕션IDA의 근현대사 시리즈 세 번째 작품 [돔박아시, 고이래]가 4월 3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막한다. 제주4·3을 다룬 이 작품은 4·3을 상징하는 날 서울 공연의 막을 올린다.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으며, 2025년 11월 제주 BeIN극장에서 초연을 마친 뒤 서울 무대로 이어진다.
[돔박아시, 고이래]는 4·3으로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온 해녀 '고이래'가 동상이 쓰러진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묻어두었던 기억과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하는 이야기다. 작품은 한 인물의 고백을 통해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태도를 비춘다.
초고 이후 실제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증언을 통해 인물의 대사와 정서가 구체화되었다. 2025년 11월 제주 BeIN극장에서 진행된 초연에는 증언에 참여한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객석을 찾았다. 공연 중 객석 곳곳에서 탄식과 흐느낌이 이어졌고, 무대와 객석이 함께 호흡하는 순간이 만들어졌다. 작품은 과거의 재현을 넘어 현재의 기억과 마주하는 자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주 초연을 거치며 다듬어진 장면과 호흡은 이번 서울 공연에서도 이어진다. 배우들은 제주어를 직접 익히고 현지를 답사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의 밀도를 높였다. 해녀의 노랫소리와 숨비소리가 제주어와 어우러지며 작품의 정서를 형성한다.
소시민을 통해 시대의 폭력을 드러내는 작업을 이어온 작가 이미경은 해녀 고이래라는 인물을 통해 4·3이 개인의 삶에 남긴 흔적을 그려낸다. 고이래 역은 제44회 서울연극제 연기상, 제16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손숙연기상을 수상한 황세원이 맡았다.
프로덕션IDA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시간과 기억, 현재의 감각이 만나는 지점을 탐구하는 공연예술 단체다. 현식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동시대 관객과 호흡하는 무대 언어를 모색해왔으며, 동시에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통해 일상의 감정부터 사회적 질문, 미래에 대한 상상까지 폭넓게 다룬다. 관객이 지금 이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사유할 수 있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창작하고 있다.
대표작 - [동백당; 빵집의 사람들], [배소고지 이야기; 기억의 연못],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까], [환희 물집 화상]
2003년 봄, 제주시 푸른동산.
한 동상이 쓰러지고, 주변에 수십 개의 빗창이 꽂힌 모습으로 발견됐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범인은 홀로 사는 60대 해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는 말하지 않고, 노래만 읊조린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재판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고백이 오래 묻혀 있던 침묵을 찢어낸다. 마침내 그녀의 목소리가 재판장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다시 고요해진 재판장, 해녀는 다시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