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적어도 한 번은 개입해야 한다

by 아트인사이트


어렸을 때 학교에서 과학 상상력 글쓰기 및 그림 그리기 대회를 하던 때가 생각난다. 과학이 지금보다 더 발전한 미래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여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주제였던 대회에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소재는 기계와 로봇이었다. 기계가 대신 집안일을 해주고, 인간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것 등은 한때 그림과 글 속에서만 추상적으로 존재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시간은 무서울 만큼 빠르게 흐르고 기술은 점점 발달하면서 어릴 때 상상하던 것들이 점차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은 우리 삶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과제는 물론이고 고민 상담까지 척척해주는 AI를 보면서 인간이 대체되는 건 어쩌면 시간문제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너 얼마 벌어?”가 주요 질문이었다면, 미래는 “너 벌어?”로 바뀌는 세상이 될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보인다. 이처럼 AI는 인간과 비견할 만큼 계속해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260322191624_snaarfcw.jpg



2026년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 중 하나는 AI다. 한때는 막연하게만 떠오르던 AI였지만 이제는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인간의 삶에 자리하고 있다. 정보전달, 정보처리능력 그리고 상담영역까지 모두 AI가 개입하는 시대에서 2026 10대 트렌드 중 하나인 ‘휴먼인더루프’는 “결국에는 사람”을 내세운다.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란 인공지능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인간이 적어도 한 번은 개입해야 한다는 AI 활용 철학을 말한다. 이는 인간이 인공지능에 명령자, 검증자, 완결자로서 개입해 시스템의 정확성을 높이고, 최종 결정에 상황적 의미, 윤리적 판단, 창조적 감성을 부여함으로써 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AI가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준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의존했을 시 나타나는 문제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몇 달 전 기후위기와 관련된 책을 찾아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과제를 위해, AI에게 관련 책 추천을 요구한 적이 있다. 빠르게 몇 가지의 도서 목록을 추천받았지만, 인터넷에 검색해보았을 때 존재하지 않는 책이 대부분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모르는 내용 일부를 질문했을 때도 논문이나 서적에 나온 바와는 다른 내용을 알려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다시 질문했을 때는 ‘미안 내가 실수했네’ 혹은 ‘네가 말한 내용이 맞아’라며 수정된 내용을 다시 알려주는 경우도 많았다. 맹목적으로 AI를 신뢰했을 때도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이 얼마든지 있기에 인간이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인 것은 정확성과 신뢰성이 생명인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AI 복지 시스템이 잘못된 정보 수집으로 사람을 차별하거나, 법률 관련해서 존재하지 않는 법 조항을 바탕으로 판결을 내렸을 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을 때 나타나는 피해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닌 사회적 혼란과 법적 문제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인간의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20260322191649_dzxyovfc.jpg



그렇다면 AI는 인간의 삶에 어느 정도로 개입을 해야 할까? 먼저 AI에게 보조형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그 방법 중 하나이다. 핵심적인 역할은 인간이 수행하되, AI에게는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을 맡기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메일 초안 작성, 콘텐츠 요약 등이 그 예이다. 정보가 방대하거나 복잡한 분야에서는 이러한 AI 활용이 더욱 두각을 드러낼 것이다. 최근에는 의료산업이나 제조, 물류 산업 등에서도 AI가 강력한 보조적 도구가 되고 있다.


인간과 AI의 상호작용을 통한 협력도 기계를 효율적으로 다루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과정에서는 인간의 업무를 명령자, 검증자, 완결자로 세분화한다. 규칙을 마련하여 명령을 내리는 명령자는 AI가 해야 할 업무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정의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AI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질문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예컨대 AI에게 글쓰기를 요청할 경우, 사용자가 선호하는 스타일, 글의 목적, 배경까지 세세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증자로서의 인간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확인하고 오류가 없는지 점검 및 수정한다. 인간과 AI의 지속적인 피드백은 AI의 완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역할과 정체성을 더욱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완결 작업 역시 인간이 수행해야 한다. AI는 다양하고 빠른 방법으로 사람을 도울 뿐, 결국 최종 마무리 단계 역시 인간의 손이 필요하다. 인간의 소통, 공감력, 가치 판단, 경험 등은 AI가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가 결국에는 사람을 내세운다고 한 것처럼, 지금과 같은 시대에서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의 중심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와 동시에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이다.


최근 연구 결과는 AI가 지식의 측면에서 열등생과 우등생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춘 이는 구체적이고 뚜렷한 질문을 통해 원하는 바를 빠르게 얻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질문의 질이 떨어져 요구하는 바를 명확히 얻어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AI 활용 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 똑똑한 이들은 계속해서 빠르게 원하는 걸 얻어내지만 그렇지 않은 이는 기술의 발달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원하는 것을 얻는 것도 헤매게 된다.



20260322191719_nxblndma.jpg



결국, AI가 발달할수록 자기 일의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역량이 떨어질수록 질문의 수준이 낮아짐으로써 일 처리 능력이 낮아지기도 쉽다.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길러 AI에게 질문하고 그중 원하는 것을 선별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그에 준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AI 시대가 대두되며 어쩌면 인간의 가치가 더욱 확장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빠르게 답을 제시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내놓는 건 AI겠지만, 깊이 있는 사유를 통해 지혜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자는 인간이다. 기계는 인간의 옆에서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할 뿐, 그 답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험을 풀어내고, 좋은 선택을 우선시하여 존재를 바탕으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자는 결국 인간일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정보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경험한 세계를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싶어한다. 기술이 점차 발달하는 세상에서도 각자가 추구하는 바를 잘 지켜나가며 인간에 대한 가치를 잊지 말길 바란다.




20260322191812_qstvmqrh.jpg



매거진의 이전글클로이 자오, '햄넷'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