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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인사이트 Dec 02. 2018

겨울의 초입, 핫초코 한 잔과 보기 좋은 영화

점점 진해지는 겨울, 핫초코 마시며 볼 영화를 추천합니다.


며칠 사이 선명하게 차가워진 바람과 이미 한차례 첫눈이 있었지만, 아직 떨어지지 않은 나뭇잎들이 완전한 겨울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외치고 있는 듯하다. 길을 걷다 보면 도로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풍성한 단풍들이, 오른쪽에는 빈 나뭇가지들이 위치해 가을과 겨울을 동시에 느끼는 기이한 경험도 하곤 한다.


이렇게 두 계절을 동시에 보내고 있는 듯한 요즘에 보기 좋을 영화를 가지고 왔다. 변해가는 계절만큼이나 마음이 싱숭생숭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넋두리가 반영된 이번 영화 추천은 어쩌면 영화보다 삽입곡들이 주인공일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끝난 후 그 음악들이 꽤나 오랜 시간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고 그보다 더 멋진 겨울맞이는 없을 것이다.

 


 


본 투 비 블루



2015 미국, 캐나다, 영국

감독: 로버트 뷔드로

출연: 에단 호크, 카르멘 에고조, 칼럼 키스 레니

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 / 개봉: 2016.06.09

상영시간: 97분 /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실존 인물인 재즈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에단 호크)를 다루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감독의 상상력에서 비롯되었다.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로 쳇 베이커의 재즈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순간이다. 재즈 트럼펫 연주자로 큰 성공을 맛봤으나 마약에 손을 대고, 트럼펫 연주자로서 치명적인 치아가 부러지는 사건까지 더해져 연주자 인생의 큰 고비를 겪는다. 영화는 그가 다시 트럼펫 연주자로 재기하는 과정과 그 속에서 그가 느끼는 감정들에 집중한다.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에단 호크의 연기다. 실제로 그는 인터뷰에서 “쳇 베이커의 음악은 물론 그의 영혼까지 재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는데, 그의 말처럼 그는 수개월 동안 받았던 트럼펫 레슨으로 쳇 베이커의 트럼펫 핑거링을 완벽히 구현했을 뿐 아니라 그의 불안한 내면까지 모조리 재현했다. 쳇 베이커의 트럼펫에 대한 열렬한 갈망과 그로 인한 조바심,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여린 듯 불안한 눈동자까지 과하지 않은 담백한 연기로 그의 연기의 정점을 보여준 듯하다.

 

영화는 언뜻언뜻 영화 <라라랜드>를 떠오르게 한다. 쳇 베이커와 그의 연인 제인(카르멘 에고조)이 재즈와 연기를 한다는 직업적인 공통점과 그 꿈들을 향해 나아가며 가볍게 부딪치는 장면들, 거기에 꽤나 현실적인 마무리까지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 <라라랜드>가 그들의 꿈을 향해 바쳐지는 새빨간 장미꽃이라면 <본 투 비 블루>는 서글픈 안개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나서 쳇 베이커가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을 꽤 오랫동안 떠올렸다. 겨울 초입에 이만한 곡이 있을까. 에단 호크가 직접 부른 영화 속 곡은 심적으로 연약한 예술가를 잘 표현하고 있다면 실제 쳇 베이커의 노래는 조금 더 포근하고 편안하며 달달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후 점점 차가워지는 바람과 함께 핫초코 한 잔 마시며 쳇 베이커의 나머지 곡들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남아있던 나뭇잎들도 모두 떨어지고 완연한 겨울이 다가와 있겠지.

 



핫초코 한 잔 더


 


패터슨




어떤 영화는 보고 나서 “재밌었다”의 기준이 그것의 스토리가 아니라 분위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나에겐 <패터슨>이 그러했다. ‘시 쓰는 버스운전사’의 일주일을 담은 이 영화는 거창한 사건이라 할 것도 없이 반복되는 일상(그 안에서 소소히 변화하는 어떤 것들)을 보여준다. 영화 속 등장하는 “때론 텅 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선사하죠.”라는 대사는 이 영화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요란하지 않은, 텅 빈 페이지 같은 고요한 <패터슨>의 방식으로 영화는 우리에게 좀 더 부드럽게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용기를 준다.


 

     

베이비 드라이버





가끔은 기분의 전환이 필요할 때도 있는 법. 싱숭생숭한 기분을 떨쳐내고 싶다면 아예 신나는 영화를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어릴 적 사고로 이명에 시달려 항상 음악을 들으며 사는 주인공 베이비는 범죄 집단 우두머리에게 발목 잡혀 범죄를 저지를 당시 운전을 해주는 일을 한다. 그가 점점 속도를 높일수록 그의 플레이어 속 음악은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이 그러하듯 주인공은 많은 장면에서 운전을 한다(그러므로 신나는 명곡 대잔치). 어느 순간 손에 들린 핫초코가 맥주로 변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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