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서류속의 단서를 찾아 : 리앤의 이야기
2024년, 나는 입양인 가족찾기 프로그램에서 리앤 마키(LeeAnne Maki)와 파트너가 되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였지만, 운동으로 단단히 다져진 체력과 건강한 에너지가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그녀는 말 그대로, 마라톤으로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운 사람이었다.
리앤은 1973년, 3살쯤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입양 서류에는 그녀가 1971년 2월 18일, 부산 동래구 반송동 14-3번지에서 발견되었다고 되어 있었다.
서류상의 생년월일은 1971년 1월 28일로 기재되어 있었고, 이를 근거로 약 한 달 된 신생아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주소를 검색해보니, 그곳은 민가 하나 없는 외진 산자락이었다.
“정말 이런 데에 아기를 버리고 갔을까...”
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혹시라도 1970년대는 그 곳에 민가가 있었을까 하는 희망으로
부산시청의 과거 자료를 며칠간 뒤졌으나
그곳은 한번도 민가가 없던곳이다.
그날은 한겨울. 만약 그 외딴곳이 정말 아기가 발견된곳이라면,
아기가 살아있는게 신기한 일이다.
일주일째 컴퓨터에 매달려 자료조사를 하는 나를 보고
남편은 "또 사설탐정소 개업했어?"라고 농담을 던졌다.
GOAL 해외입양인단체도 다른 자료를 더 찿아 보겠다고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50년 전의 미아 신고 서류가 부산시 미아보호소의 한 공무원에 의해 어렵게 발굴되었다.
그 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주거: 불상 생후 8개월 가량 (여)'
‘반송동 14통 3반, 김성문 36년 집에 유기된것을 발견함’
아하 !!산 밑이 아니었다.
14-3번지가 아니고 14통 3반이었구나.
이 작은 기록 실수로 일주일을 무거운 마음으로 알아보고 고생한걸 떠올리니 허탈했다.
예전 한국의 주소체계에서 **"통(統)"과 반(班)**은 행정 구역의 가장 기초 단위였다.
통은 5개 정도의 반이 모인곳이고 반은 15가정정도로 이루어진 것이다.
‘36년’은 김성문 씨의 출생연도, 1936년생이라는 뜻일거라고 반송동 동장님이 알려주셨다.
그 시절에는 그런 방식의 기록이 흔했다는 설명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도 리앤도 같은 생각을 했나보다.
“적어도… 엄마는 사람 사는 집에 나를 두고 갔고, 1개월이 아닌 8개월간이나 나를 키워주신 거잖아요.”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김성문 씨는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꼭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우리는 반송동 14통 3반의 위치를 찾아 나섰다.
행정구역이 많이 바뀌었고, 현재 반송동은 동래구가 아닌 해운대구 소속이었다.
반송2동 행정복지센터의 동장님과 마을 원로 어르신들이 큰 도움을 주셨고,
다행히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아래 사진의 골목 어딘가가 14통 3반이 있었던 곳이란다.
어딘지 발견하는게 뭐가 그리 중요하냐는 사람들이 있지만 입양인들에게는 다르다.
과거의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이들에게, 그 장소가 지니는 힘이 있다.
자신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증거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36년생 김성문 씨의 행방은 끝내 알 수 없었다.
그분을 기억하는 이도 만나지 못했다. 우리는 아쉬워했지만,
리앤은 누군가 어린 아가였던 자신을 찾아내고 살려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한국 땅에 다시 발을 딛는 의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동네 사진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리앤은 자신의 사진과 스토리공개하는거에 찬성했다.
그녀는 살면서 여러 번 큰 상실을 경험했다.
그녀는 입양된 여동생과 남동생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둘 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특히 여동생 로라는 입양 서류에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신생아”라는 기록이 있었다.
그 한 줄의 문장으로 인한 절망과 우울이 로라를 집어삼켰단다.
리앤은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양부모는 좋은 부모는 아니었어요. 삼남매 중… 저 혼자 살아남았잖아요.”
그녀는 동생들뿐만 아니라, 반려자였던 리차드를 뇌종양으로,
가장 친한 친구 샤론을 유방암으로 떠나보냈다.
그러나 고통 속에서 달리기를 시작했고, 세계 6대 마라톤 대회를 완주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2025년 도쿄 마라톤까지 참여함으로 목표를 달성했다.
리앤에게 부모를 찾는 여정은 쉽지 않아 보였다.
정보도, 단서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부산 방문 당시, 따뜻하게 맞아준 반송동 주민들을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저랑 비슷하게 생긴 한국 사람들이, 마치 자기 일처럼 1971년 주소를 찾아주고, 김성문이라는 분을 수소문해주는 그 모습에 너무 감동했어요.”
그녀에게 이 여정은 단지 과거를 찾는 일이 아니었다.
사라질 뻔했던 생명의 시작점을, 마침내 ‘사람들 속에서’ 다시 찾아내는 일이었다.
리앤과 나는 자매같은 사이가 되었다. 앞으로의 그녀의 여정에는 평안과 기쁨이 가득하길...넘치는 행운이 그녀에게 가득하기 진심을 담아 그녀를 축복한다.
입양인 고국 가족찾기방문으로 가족은 못찾았지만 리앤은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다. 스웨덴으로 입양된 탐이다. 이 커플은 한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하고 혜화역인근에 예쁜 집도 계약했다.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리앤과 탐이 쓴 글을 혼자 읽기 아까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해보라 제안했다. 한국어가 안되지만 번역앱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가능할듯하다.
한국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그들의 희망이 글로 먼저 이루어지면 그들이 한국에서 조금 더 행복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