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 화> 혼자 떠난 여행
짐을 싸는 동안,
짐보다 생각들이 많았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어디에 도착할지도,
언제쯤 돌아올지도 모를 기약이었다,
길 위에 선 낯선 발걸음이 오랜만에 내 것이었다.
말없이 따라오는 그림자가 유일한 동행자였다.
익숙하지 않은 도시를 걷는 한낮의 햇살,
마음의 친구가 되어준 미술 전시회,
야경을 바라보며 피곤한 몸을 맡길 수 있는
넓은 침대가 안식처였다.
여행은 세상을 멀리 떠나는 일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길 위에 새 발자국을 새기며
드디어 나를 만나기 위한 연습이었다.
익숙한 나를 낯설게 바라보는 일,
그리고 그 낯선 나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