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서사와 마케팅으로 만들어낸 패션 브랜드들
일본은 해외에서 유명하거나, 잊혀진 패션 브랜드들을 재해석하여 새롭게 브랜딩 하는 라이선스 사업의 역사가 꽤 오래되었습니다.
일본의 라이선스 브랜드는 자국 내 전통적인 문화 토양과 소비 취향을 융합하여 발전시켜 나가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톤(DANTON)은 프랑스에서는 정원사, 셰프, 철도 노동자 등이 입었던 워크웨어였지만 일본으로 넘어와서는 데일리 캐주얼로 브랜딩 되어 성공한 사례입니다.
영국의 맥킨토시도 비바람이 많이 부는 스코틀랜드의 노동자들을 위해 만든 코트였지만, 일본에서는 럭셔리 맥코트로 재포지셔닝되어 성공하였습니다.
노스페이스 퍼플 라벨 경우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에서 '도심 속 아웃도어'로 콘셉트를 확장시켜 인기를 얻은 브랜드입니다.
이들 브랜드의 라이선스 기획을 분석해 보면, 일본의 전통과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활용하고 담아내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오타쿠적인 탐구정신과 슈고(수행) 문화, 물건을 만드는데 혼을 담아내는 모노주쿠리 정신 그리고, 여기에 무엇보다 시대 트렌드를 읽어내는 능력입니다.
먼저, 단톤은 오리지널의 투박한 원단과 넉넉한 핏 대신에 일본 기후와 적합한 가볍고 관리가 용이한 소재를 사용하고 남녀 공용의 슬림한 핏으로 재해석하여 일상 속에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도록 재해석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단톤이 가지고 있는 워크웨어의 헤리티지를 시각적으로 잘 만들어 놓았습니다.
맥킨토시는 헤리티지를 살리기 위해 스코틀랜드 현지 생산과 일본 내 버버리 코트를 생산했던 산요상사에서 전문적으로 생산합니다. 일본 내 라이선스 라인은 최고가 럭셔리 라인인 맥킨토시 런던, 현대적인 실용성을 추구하는 맥킨토시 필로소피, 캐주얼 아카이브를 담아내는 트래디셔널 웨더웨어 등으로 세분화되어 전개하고 있습니다. 모든 라인의 뿌리는 맥킨토시의 클래식한 감성의 헤리티지이지만, 일본 기후에 맞게 방수, 보온, 발수 기능을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소재를 찾아서 적용합니다.
노스페이스 퍼플 라벨은 2003년 아웃도어 시장이 포화된 일본 시장에서 패션성을 가미한 도심 속 아웃도어 콘셉트로 개발된 노스페이스의 신규 라인으로 일본 한정 판매로 기획되었습니다. 지금은 아웃도어가 일상복으로도 해석되어 많이 출시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엔 그러한 개념이 없었기에 선구자적인 브랜딩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들 3개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브랜드의 서사를 극적으로 잘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단톤의 시작과 역사는 말 그대로 노동자의 옷에 충실한 소재와 디자인이었지만, 일본의 라이선스 단톤의 서사는 실용성과 내구성의 가치를 담았습니다. 오래 입을수록 시간의 흐름과 사용자의 흔적을 담아낸 경년변화와 프랑스 감성의 빈티지한 감성으로 브랜드의 실용성과 내구성이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여기에 중성적인 소재와 실루엣, 데일리 하게 입을 수 있는 디자인 그리고, 일본 현지 상황에 맞는 소재 개발(울 모서 등)을 통해 차별화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맥킨토시의 서사는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노동자와 군복의 서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맥킨토시는 단순히 코트가 아니라, 차가운 비바람이 부는 자연환경과 전쟁 가운데 몸을 보호해 주는 안전장치였습니다.
노스페이스 퍼플 라벨의 서사는 어떻게 아웃도어 전문성을 가지고 도심 속 아웃도어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개척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70년대 노스페이스가 사용했던 면 65%, 폴리에스테르 35% 혼용 원단인 65/35 베이헤드 클로스(Bayhead Cloth)를 현대적인 핏으로 부활시킨 것입니다. 현재 시점을 알리기 위해 최첨단인 고어텍스를 사용하면서, 클래식함을 살린 캐주얼 디자인으로 '시티 보이 룩'의 상징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단톤, 맥킨토시, 노스페이스 퍼플 라벨을 통해 본 일본 라이선스 브랜드의 성장 프로세스를 간략하게 담아보았습니다.
일본 패션 브랜드의 라이선스 기획을 보면,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의 서사 위에 자신들의 시장에 잘 맞는 테이스트를 찾아서 적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