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막에서 신었던 군화가 패션이 되었을까요?
흔히 패션을 '자기표현의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무심코 선택하는 옷장 속 아이템들의 첫 얼굴은 지금과 사뭇 달랐습니다. 멋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생존'과 '효율'을 위해 탄생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사막의 모래바람을 견디던 군화가 어떻게 동시대의 가장 세련된 스타일이 되었을까요?
데저트 부츠(Desert Boots)의 고향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북아프리카의 뜨거운 사막입니다. 영국군은 고운 모래 지형에서도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신발이 필요했습니다. 부드러운 스웨이드 소재, 충격을 흡수하는 천연고무 밑창(크레이프 솔), 그리고 모래 침투를 막기 위해 끈 구멍을 단 2~3개로 줄인 극도의 단순함. 이 기능적인 디자인은 전쟁 후 1949년 '클락스(Clarks)'를 통해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후 이 신발의 행보는 흥미롭습니다. 50년대 미국의 비트 제너레이션을 거쳐, 60년대 모즈족의 필수품이 되었고, 90년대에 이르러서는 오아시스와 블러 같은 브릿팝 밴드들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생존을 위한 '군화'가 시대의 '반항과 낭만'을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데저트 부츠처럼 본래의 목적을 근사하게 '배신'하며 패션 아이콘이 된 사례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습니다.
티셔츠와 헤링턴 재킷: 해군의 속옷이었던 티셔츠는 말론 브란도의 거친 남성성을 입고 겉옷이 되었습니다. 비바람을 막아주던 골프웨어였던 헤링턴 재킷은 이제 도시의 가을을 알리는 세련된 바람막이가 되었습니다.
아이비리그의 유산(버튼다운 셔츠 & 레터맨 재킷): 60년대 미국 명문대생들의 단정한 유니폼이었던 버튼다운 옥스퍼드 셔츠와 승리의 상징이었던 레터맨 재킷은 이제 '프레피 룩'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되어 전 세계인의 클래식이 되었고, 최근 대학생들의 입는 과잠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로퍼(Loafer): 노르웨이 농부들의 작업화였던 이 '게으름쟁이' 신발은 아이비리그 학생들이 갑피 사이에 1 페니 동전을 끼워 넣기 시작하면서 '페니 로퍼'라는 우아한 이름을 얻었습니다.
닥터 마틴(Dr. Martens): 독일 군의관이 부상당한 발을 위해 만든 이 '의료용 신발'은 노동자들의 작업화를 거쳐, 90년대 펑크족의 저항 정신을 상징하는 패션화로 진화했습니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찾는 아이템은 클래식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클래식이 되기 위해서는 대중 사이에서 형성된 매력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첫째, 압도적인 실용성과 내구성입니다.
군복은 생존을 위해, 작업복은 효율을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이미 혹독한 환경에서 검증된 기능성은 유행을 타지 않는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둘째, 특정 집단에 대한 동경과 투사입니다.
군인의 강인함, 명문대생의 지성, 노동자의 성실함. 우리는 그들이 입었던 유니폼을 소비함으로써 그 집단이 가진 유무형의 이미지를 내재화하고 싶어 합니다.
셋째, 문화적 아이콘에 의한 '맥락 비틀기'입니다.
스티브 맥퀸의 치노 팬츠나 말론 브란도의 티셔츠처럼, 당대의 스타일 리더들이 본래 목적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옷을 입었을 때 대중은 그 신선한 '반전'에 열광하며 새로운 문법을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클래식(Classic)이란, 태어난 목적을 잊을 만큼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의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든 아이템을 의미하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우리가 소비하는 클래식은 검증된 실용성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 대한 동경이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