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들의 옷은 어떻게 패션이 되었을까요?

선원들의 옷이 패션이 되고, 브랜드가 된 이야기들

by 꿈틀

안녕하세요?

우리가 입고 있는 옷들 중에는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것들이 있습니다.

스트라이프 티셔츠, 피코트, 더플코트…

이 옷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바로

바다 위 선원들의 작업과 그들의 생존을 위해 디자인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다 위의 작업복이 어떻게 클래식 패션이 되었는지를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바다 위에서 옷은 ‘생존 장비’였다

바다 위의 옷은 단순이 옷이 아니라 생존 장비로 개발되었습니다

육지와 바다는 완전히 다른 환경입니다.

강한 비바람, 뜨거운 태양은 물론이고

파도에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거친 밧줄을 다루거나,

그물을 끌어올리고, 화물을 고정하는 등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곳에서 옷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작업에 최적화된 도구이어야 하고, 때론 생존을 위한 안정 장치이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선원들의 옷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기능이 먼저

✔ 디자인은 그다음 결과이어야 했습니다.

즉,

모든 디테일에는 이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스트라이프 티셔츠의 숨겨진 이유

우리가 흔히 입는 줄무늬 티셔츠,

왜 선원들의 옷에는 줄무늬가 많을까요?

이유는 아주 현실적입니다.

바다에 빠졌을 때 흰색과 파란색의 조합이 눈에 잘 띄어

구조를 쉽게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디테일을 보면 더 흥미롭습니다.

✔ 목둘레가 넓게 파여 있는 보트넥 티셔츠는

19세기말 전후 프랑스 해군 유니폼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요,

배 위에서 작업을 할 때 활동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바다로 추락할 경우 빠르게 벗기 위한 기능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초창기 보트넥은 몸에 밀착된 실루엣이었다고 합니다.

이 또한 그물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기능성 디자인이었습니다.

✔ 보트넥의 원형은 울 소재로

바다에 추락하여 젖어도 체온 유지하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이 모든 요소는

패션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벨보텀 팬츠, 물에 빠지면 살아남기 위한 설계

다음은 배 위에서 입었던 바지에도 생존 기능이 있었습니다.

해군들이 입었던 바지는 바지 밑단으로 내려갈수록

통이 넓어지는 실루엣으로 벨보텀이라고 불립니다.

대중적으로는 일명 나팔바지라고 불립니다.

✔ 해군들의 바지는 갑판 위에서 작업을 할 때

바지 밑단을 쉽게 올리고,

✔ 만약 위험한 경우 구두를 신은 채로 재 빠르게

벗을 수 있는 목적으로 디자인되었다고 합니다.

✔ 그리고, 바다로 추락할 경우 바지 안에 공기를 넣으면

임시 부력 장치가 되어 생존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

되었다고 합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해군 군복


겨울 코트의 디테일 = 기능의 집합체

겨울 시즌 클래식 코트로 자리 잡은 더플코트의 유래도 바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더플코트는 벨기에 앤트워프의 ‘더플’이라는 지역에서 생산된 거친 양모 원단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원래 이 지역의 어부들이 겨울철 방한을 목적으로 개발되었다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해군에서 보급형 방한복으로 생산되어 착용했다고 합니다.



더플코트의 디자인은 각각 목적이 있었습니다.

✔ 토글 단추 장갑 낀 상태에서도 쉽게 착용하기 위함이었고,

✔ 큰 후드는 모자 위에 덮기 쉽도록 배려한 것이었고,

✔ 숄더에 있는 패치는 밧줄 작업으로부터 나타나는

마찰에서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큰 포켓은 두꺼운 장갑을 넣고 빼기 쉽도록

수납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이처럼 더플코트의 기능은 비바람이 심한 겨울철 배 위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해군 방한용으로 시작된 피코트

짧은 기장의 겨울 방모 코트인 피코트는

18세기부터 19세기 사이 네덜란드 해군이 입던

거친 울 소재의 방한 코트로 시작되었는데요,

이후 영국 해군과 미국 해군을 거쳐

겨울 클래식 코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피코트는 닻 모양이 새겨진 단추와 더블 브레스티드 디자인

그리고, 울 원단을 압축하여 두껍게 만든 멜튼 울 소재로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피코트는 시작 자체가 해군이기에 밀리터리 요소가 담겨 있습니다.

✔ 단추에 새겨진 닻모양은 해군을 상징하고요,

✔ 더블 브레스티드는 보온성을 높이기 위해 바람 방향에 따라

단추 위치를 바꿔 가면서 채울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 짧은 기장은 선상 위에서 작업할 때 좀 더 움직이기 좋도록 만든 것입니다.

✔ 가슴 위 세로로 경사지게 만들어 놓은 포켓은 손을 넣어 추위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서사를 담은 브랜드로 성장

이처럼 바다 위에서 만들어진 옷은

’ 거친 환경, 생존, 전쟁과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 검증받았다 ‘라는

서사를 담아서 브랜드로 성장한 사례가 많습니다.


프랑스의 세인트 제임스는 실제로 프랑스 해군에 납품하는

브레통 셔츠를 기반으로 성장했는데요,

브레통 셔츠는 1858년 당시 프랑스 해군 유니폼 규정에 따라

21줄 규격의 줄무늬를 넣어 공식 해군 복장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법으로 규정할 정도의 근본 있는 옷인 것 같습니다.

영국의 글로버올은 더플코트를 대중화시킨 브랜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남은 재고 원단을

정부로부터 공급받아 이를 대중화 시킨 브랜드였습니다.

글로버올처럼 전쟁은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꽤 큰 것 같습니다.

피쉬테일 코트도 미군의 겨울 방한용 아우터였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장에 나오면서, 나중엔 1960년대 모즈가

즐겨 입는 옷이 되어 유행했다고 합니다.

피코트를 실제로 미국 해군에 납품했던 '피델리티'라는 브랜드도

‘전쟁, 미국 해군이 입었던 유니폼과 같은 서사'를 가지고

브랜드로 성장한 케이스입니다.

한국에는 조금 생소한 브랜드이지만,

빔스, 쉽스와 같은 일본 편집 매장에서는

겨울 시즌 아우터로 비중 있게 제안하는 헤리티지 브랜드입니다.


정리해 보면,

선원들의 옷이 패션이 된 배경에는

✔ 극한 환경에서 검증된 기능성

✔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디자인

✔ 생존과 역사를 담아낸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이유들이

배 위에서 시작된 옷들이

단순히 유행이 아니라,

꾸준히 찾게 되는 패션이 된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목적을 잊은 패션, 클래식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