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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큐 Jun 29. 2023

큐레이터와 에코백의 미학

그런 가방을 메고 다니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요? 라는 질문

나는 에코백을 무지 좋아한다. 어쩌면 몸과 옷과 에코백은 늘 신체의 일부같다.


언제 부터였을까?

뮤지움 아트샵에서는 십년전부터 그림을 실사로 출력해서 에코백으로 아트상품을 만드는것이 유행이었다.

심지어 에코백 만드는 미술교육 수업도 한다. 그래서 나는 여기저기 미술관, 해외를 가도 가방만큼은 사가지고 온다. 선물 받을 때도 많다.

작가들도 자신의 디지털 작품을 25000원이라는 거금 제작비를 주고서라도 소량으로 제작하여 기념품으로 주거나 팔거나, 여기저기 페어에서 자신을 알리는 도구로서 사용한다. 그래서 어쩌면 큐레이터들은 명품백을 들고다니는 번거로움보다 에코백이 친하거나, 박물관 종사자 친구들은 베낭을 매고 다니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는 알았다. 나도 모르게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습관에 대해서 한번도 내가 부끄럽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가끔 거슬리는 몸매가 쇼윈도에 넓게 횡적 확대를 이루고 있을때 실루엣을 원망한 적은 있었으나, 공기처럼 가벼운 에코백 만큼은 즐겁고 기분좋게해주는 가벼운 여행의 동반자 같은 분신이다.

아마 이태리 파리 여행을 갈때에도 나는 내가 들고싶은 에코백을 가지고 갈것이다.

색상에 따라 무늬에 따리 기분에 따라 에코백은 뗄레야 뗄수가 없다.

그림도 있고 문자도 있다. 내가 직접 그린 가방도 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그런 가방을 들고다니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것 같냐는, 어떤, 사람의 질문을 받았다. 나쁜사람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류의 사람이었는데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하고 툴툴거렸지만, 나를 위한 말이다 싶어 새겨들었다. 때로는 멋진 명품백이 아니더라도 가죽가방정도 들어줘야할 TPO도 있긴 마련이다. 본인앞에서 너무 편안하게 슬리퍼를 신거나 에코백을 태연하게 질질 끌고 다니는 모습이, 조금 거슬렸었나 보다.


나는 출퇴근할때도 가끔 슬리퍼를 끌고 미술관을 향하거나 아니면 마구 집으로 튀어갈 때도 있다.

시작 과 끝, 출발과 도착! 인생 여정같다. 아침일찍 출근할때 나를 위해 딸랑 딸랑 같이 박자를 맞춰주는 에코백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그속에서 넘실대고 춤을 춘다.

매우 아트적이다.

"응 나는 그런거  몰라"하고 전형적인 깔끔한 삶을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지저분함이거나 지나친 자유분방함일지도 모르겠다. 그분의 말로는 나만의 세계관이 있다고 하고 나는 그부분에 일정 동감하는 바이다. 세계관 없이 어떻게 이 세계에서 나의 길을 찾아갈 것인가.

나도 나의 세계관이 있을것인데....에코백은 포기못해....

무거운 귀걸이도 목걸이 팔지 반지 모두가 걸리적 거려도, 에코백과 발편한 신발은 나를 받쳐주는 튼튼한 버팀목이다. 멀쩡한 다리가 앞으로 갈 수 있게 해주고 그 동력으로 머리도 가끔은 조금씩 돌아간다.


요즘은 비가 자꾸오고 우울함도 가끔 밀려오지만, 실패도 가끔은 있지만, 

그래도 어때 내게 공기처럼 가벼운 에코백을 맬 자유와 뻔뻔함은 계속 있으니까.

내맘대로 살꺼야.....소심하게 소확행하면서 에코백들고 뛰어다닐꺼야.....

ATTIC다락방 그룹들과 다양한 디자인으로 가방을 들고 기뻐했던 추억이 떠오르는 비오는 날이다.



작년 이맘때는 특히나 코인시장이 많이 스스르 무너져가는 분위기 였고 시작했던 새로운 시장이 주춤하여 슬럼프가 시작되었고 하차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던 때였다. 그런 기운을 볻돋고자, 한참 디지털 아티스트들과 에코백을 제작지원하기위해 회사 사장님을 설득하고 진행하던 과정이 떠올랐다. 그때 가방을 2개 득템했는데, 나도 그것을 너무 소중하게 아직도 볼때마다 기분이 좋고 특히나 회사 로고박힌 메인 작품을 추억으로 간직한 대표님도, 아마 어려운 시절을 그런 추억들을 힘의 동력으로 버티고 계시진 않으실까도 생각해 본다.


지금은 차기 기획전을, 과연 멀티플아트로, 오마주로, 디지털로, 팝아트로, 어떤 브랜드적 깊이있는 가치! 이건희 컬렉션을 랭킹 7위에 손꼽히는 화백의 작품을 멋지게 크게 적은 예산으로 잘 기획해 낼 수 있는것일까에 나의 고민을 할애해 주는 시간이다. 어쩌면 행복한 시간이다. 허리는 조금 아프지만, 의자에 본드로 몸을 붙이고 앉아 있어보았다. 낮에 먹은 고기가 하루를 버텨주게 하며, 오늘의 기다림에 문득 에코벡에 대한 조언과, 그나마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에코백 철학에 대해 기록하고 싶다.

날은 짖궂고, 내 맘도 어제 큰 실패를 경험했으며, 사람에 대해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승자의 모습에 다가가기위해 성숙한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멋있는 에코!가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그래도 깔끔하게는 살자 아마 에코백에 뭔가 더러운게 묻어있어서 그랬을꺼야....ㅎㅎㅎ오늘을 마감하며. 그사람의 엣지있는 눈썰미를 간직해보는 아이러니한 메모장.


#손큐 #큐레이터 #에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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