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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Sep 11. 2020

우리는 결혼을 했습니다

닮은 듯 다른 모습을 알게 되었고


S#1. 나와 남편


웬만하면 연애 때는 거의, 모든 게 쉽게 이해됐었다.

이해 안 되는 게 있는 것이 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결혼 후에는 속이 좁고 예민하고 답답한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남편에게 얘기하지 않으면 우울증에 걸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었다. 그래서 한번 청소기에 가득 담긴 먼지를 빼내듯이, 속 시원하게 빼내는 시간을 맞이하곤 했었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인지 이렇게 먼저 투정 섞인 잔소리를 하는 나를 보게 되면서 문득 나만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연애할 때는 먼저 이야기를 해주고, 생각을 알려주던 그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의 마음이 궁금했다. 그래서 그에게 먼저 이야기를 권유해봤지만 그는 쉽사리 말을 꺼내지 않았다. 물론 그의 침착하고 무던한 성격 때문에 고맙기도 하고, 장점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대화의 끝 무리에는 미안함만 남을 뿐이었다. 대화를 하자는 건 내 생각을 그에게 맞추면서 다듬고 싶어서 그런 건데, 그는 내 생각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도통 말이 없다.


그의 배려심 깊은 인성이 보기 드물게 귀하게 느껴졌고 사랑스러웠다. 그만큼 그는 결혼했다 해서 쉽게 변할 인물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 흔히 들렸던 이혼사유였고, 흔히 둘러대는 말이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지금은 이혼사유로도 충분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알 수 없는 상황을 만나게 되면 겪게 되는 일들, 연애가 짧았던 고로 우리는 더 서로를 알아갈 전쟁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S#2. 가족


결혼 전부터 부모님의 관계를 분리하지 말자 했었다.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 부모님'이 '우리 아빠, 우리 엄마'가 될 수없었다.


그러기엔 같이 보냈던 시간과 추억의 무게가 너무 차이 났던 것이다. 한 번씩 너무 다른 가족 문화로 이질감을 느끼곤 했는데, 홀로 컸던 탓에 좋은 것만 주시던 아버지에 비해, 워낙 잘 받고 잘 먹는 신랑 덕에 좋지 않은 것도 그냥 건네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일부러 받을 필요도 없지만 상해진 상태를 보면 내 속도 상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물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려는 마음은 물론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모르셨으니 건네주셨을 거라 생각해본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챙겨주고 못내 받으면 서로에게 어려워지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어 품게 되는 게 가족이라고 한다, 나는 결혼을 통해 얻게 된 신랑의 가족에게 미움받지 않으려고 찾아서 예쁜 행동을 해야만 하는 '예쁜 딸'이 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S#3. 우리


결혼 1년도 안된 부부 사이라서 그런지 무너질 듯 무너지기 힘든 경계가 남아있다. 방귀, 트림, 때밀이, 경제권, 쿨한 듯 캐묻지 못하는 첫사랑이야기 등 편안한 사이고, 내 허물을 더 덮어주고 이해해줄 만큼 신뢰가 쌓인 사이라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지금 같은 마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가 관건이었다.


흔히 결혼생활의 환상이라고 불러질 수도 있겠다. 좋은 것만 볼 수 없고 예쁘게만 보일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여자로서의 자존심은 간직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억센 자존심 덕분인지 아니면 마음이 아직 편하지 않은 건지 억지로 참지 않아도 쉽게 나오지 않는 건 사랑의 농도가 너무 진한 탓에 생리현상도 다 막아버린 건지, 아님 계속 유리 인형 같은 여자로 보이고 싶어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가면 해결될 문제들이라 여기며 한 번씩 들춰볼 일기장 속에 작게 적어놓은 낙서가 될 듯싶다.     


결혼한 후, 우리는 이렇게 마음의 틈이 벌어지는 중인지, 이렇게 가족이 되어가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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