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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Jan 03. 2024

힘들 때마다 최고의 위안이 되어 주던 할머니

어젯밤 티비를 틀어보다가 #김창옥쇼리부트 를 우연히 보게 됐다. 예비부부와 신혼부부, 부부들을 위한 이야기가 나와서 공감이 됐었다. 투닥투닥 거리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심리가 이해되는 시간이었다. 그건 아무래도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고 지금 역시도 마찬가지이긴 했다.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긴 하지만... 서로의 색깔에 대해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만남은 잘못이었다?


 남녀는 서로 만나 호감에 빠지고 사랑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며 안하던 행동도 되는 것. 김창옥님의 말을 빌린다면, 미친거라고 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결혼 이후 변한 상대의 모습에 실망을 하게 되면서 이혼까지 결심하게 된다. 평생을 함께 할 사람으로 좋은 '모국어'를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모국어는 부모님을 닮는다고 한다. 부모님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내겐 부모님만큼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쳤던 분이 나의 할머니셨다. 다소 화가나면 거칠었지만 누구보다 말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계셨고 논리적인 이야기로 설득에는 버금갈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과거에 대한 기억까지도 아주 세세하게 기억하고 오래도록 이야기 하셨을 정도였다. 



사람은 힘든 순간을  가장 느리게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한다  - 김창옥쇼 리부트 3회 중에서


암투병중이신 아버지와 함께 마지막일지도 모를 가족여행을 떠난 부부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나온 말이었다. 할머니는 힘든 시절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었는데 아마도 행복했던 기억보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이 할머니 스스로를 괴롭혔었나보다, 싶었다. 그래서 나와 함께 지내던 그때 그 시절이 행복하다고 종종 말했었다. 하지만 나와 함께 보냈던 시간은 아주 보통의 일상이었다. 행복할 만한 게 없는데도 그게 행복이라고 감사하다고 했던 할머니. 


힘든 사람에게는 가만히 옆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 김창옥쇼 리부트 3회 중에서


사람은 가장 힘든 순간에 옆에서 도와준 사람에 대해서 잊지 못하고 평생 고마워한다고 했다. 힘든 일을 함께 겪고 나면 끈끈해지는 감정이 있겠지만...  "함께 이겨내보자고 손내밀어주고 이끌어주고 보듬어주는 그 따뜻하고도 고마운 마음"을 어찌 쉽게 잊어버릴 수 있을까. 


내가 니 하나 살려 못 먹이겠나
같이 반찬가게라도 해서
먹고 사면 되는 거지

지금은 신랑이 그런 존재가 됐지만, 할머니가 내겐 그런 존재였다. 내가 퇴사할 때나 근무중에도 힘들 때, 심지어 혼자서 대학 진학을 결정할 때 역시나 부담없게끔 믿음을 줬던 분이셨다.  할머니는 내게 좀만 더 나이 차가 적었더라면... 좀만 젊었더라면... 그런 말씀을 해주셨었는데, 몸이 아프신 이후에는 엄두가 안나셨긴 해도 이런 말들로 아낌없는 위로와 위안을 주셨던 분이었다. 


돈 못 벌면 아껴쓰면 되지~


내가 결혼이라는 걸 한 이후 몇 년이 흐르고 나서도 기다렸던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했을 때도, 자주 보는 사이에서나 뜨문뜨문 보는 사이에서도 주변 시도 때도 없이 손주에 대한 질문이 들어올 때에서도, '요즘 사람들은 아기 없이도 잘 산대요~ 다들 그렇게 산다던데 뭐, 그게 대수인가' 이런 식으로 나 모르게 내편을 들어주고 계셨다고... 이모를 통해 전해 들었었다. 


네가 뭘 알겠나... 혼자서는 힘들다
애기 생기면 내가 키워줄꾸마~ 

아기가 있음 바라면서도 내게 역시 쉽게 말을 꺼내기 힘들어 하셨던 할머니. 할머니는 언제나 내가 먼저였다. 내 걱정에 잠 못들고, 하나라도 도와주고 챙겨주고 싶어 하셨다. 엄마의 빈자리를 덜 느끼게 하려고 최선을 다셨던 분.  오늘도 눈물과 함께 할머니를 기억해봅니다. 언제 다시 웃으며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정말 많이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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