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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Jan 10. 2024

햇볕 좋은 날 빨래 개다 생각나는 사람


초등학교 중학교 다녀와서 집에 올 적 종종 보던 햇볕 좋은 거실이 생각나는 늦가을 초겨울의 날씨였다. 할머니가 집에 계셨더라면 이런 좋은 날씨를 만끽하시지 않으셨을까... 


오늘은 초대받은 전시회로 이모가 병원에 가지 못해 할머니와의 만남을 할 수 없었다. 할머니를  만나기 직전에는 '오늘은 어떤 상태이실까?'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까?' 그런 생각으로 궁금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웠었는데... 


막상 할머니를 뵙지 못한단 생각을 하니까 많이 아쉽고 궁금했다. 할머니를 만나기로 정해놓은 시간이 다가올 무렵 빨래를 급하게 널고 개고 하던 중에 이모에게서 받은 카톡을 보고 한숨을 돌렸었다. 할머니와의 영상통화를 기다리며 숨 가쁘게 하던 집안일을 잠시 멈추고서 하늘을 바라봤다. 


다 갠 빨래 더미를 보면서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할머니와 함께 누리던 낮잠시간, 따스했던 가을 햇볕 적당히 쌀쌀했던 바람과 온도. 할머니도 함께 느끼고 계실까? 오늘은 좀 더 나은 상태이실까... 


혹시라도 '버림받았네, 나는 이제 혼자'라는 생각을 하시고 낙심하거나 자책하진 않으셨음 하는 마음뿐이었다. 오늘도 비록 다른 분들의 손길에 의지해서 보내는 하루 셨겠지만, 하루 24시간의 시간이 할머니에게 괴롭다거나 슬프거나 힘들진 않으셨으면... 


이전에 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아주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고 하루의 시간을 힘겹게 견디는 게 아니라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모습으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아주 멋진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걸 아신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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