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을 달리고 있는 나는 어른 같지 않는 어른이었다. 달라진 건 없었고 여전히, 나다웠다.
추석이 되어서도 부모님께 선물을 받고 취업준비 중이라는 핑계로 늘 부모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걱정만 안겨드리는 자식일 뿐이었다. 달라지고 싶어서 발버둥 쳤던 20대인데 주변에서만 계속 맴돌고 있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아무리 애를 써도 다시 돌아오는 것 같은 건, 해 보지도 않고 했다고 말하는 셈일까. 지금도 여전하다. 나다운 고집을 지켜보겠다는 똥고집. 좋게 말하자면 개성을 표현하는 건데...
이젠 제법 질릴 때도 됐는데, 익숙한 건지 계속 손이 가서 자꾸 입고 있는 복고 풍의 체크무늬 옷은 여전히 내 시야 속에 머물렀고 오늘도 선택받았다.
"넌 언제 봐도 여전하네!"
어째서 그 말이 아주 반가우면서도 한심해지는 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걸까. 쓰라린 시간을 견뎌내면 건네주는 보상인 지혜에 물들어 갈 때 비로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중년의 자태를 뽐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내게는 그런 멋진 중년의 향기가 풀릴지 의문이었다.
예상되는 답안지가 아닌 정답에 가까운 오답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어쩌다 큰맘 먹고 시도한 새로운 아이템으로 착장 한 다른 모습에 "잘 바꿨다" 생각이 들기보다 오히려 낯선 사람이 된 것만 같아 얼른 벗어던져 버리곤 한다. 어색하고 이상하고 나답지 않아서.
과감한 선택 끝에는 언제나 물음표만이 남았었다. 나는 평생 이대로인 건가. 나는 폭풍 속의 고요처럼 변화의 흐름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지쳐버린 나비 애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