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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Jan 22. 2024

할머니의 휘어버린 손가락

갖은 고생 다 겪어낸 할머니 인생을 보여주는


한껏 차가운 얼음물에 놀란 가슴으로 할머니가 문득 떠올랐다. 할머니의 손가락은 본래부터 휘어졌다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었다. 


나의 할머니는 한 겨울에도 뜨거운 물은 가당치도 않아, 항상 찬물에 설거지며 빨래며 손수 다 해야 했던 맏딸에 맏며느리이자 남편까지 잃고 두 딸을 홀로 키우다 심지어 손녀까지 거둬 키운 겉은 여장부같이 살아왔지만 여자의 고달픈 인생을 살아낸 장한 어머니이지 않은가 싶다.  


할머니는 따뜻한 물이 나오는 아파트에 살면서 정말 감사하는 말을 달고 사셨었다.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에 반해, 할머니에게는 따뜻한 물이 나오는 수도시설을 신기하고도 감사하게 여길 만큼이나 고생하며 살아오셨달까...  


© dchextall, 출처 Unsplash


할머니의 어린 시절부터 겪은 고생이란 고생은... 할머니가 가지고 태어났다는 복운의 존재가 지금 와서는 의심스러울 정도로 할머니는 모두 견뎌내고 해내야만 했던 한없이 안타까운 사람이었다. 


왜, 할머니를 보듬고서 울었다는 그분의 말이 요즘따라 가끔 생각나는 건지 모르겠지만... 


복이 있는 이름이라는 할머니는 기껏 해봤자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세상의 원칙과 원리에 의해 아주 정직하게 살아간 사람으로만 여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늘 감사하게 여겼다. 


할머니는 고맙다, 감사하다, 그러면서 행복해하셨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할머니가 나와 함께했던... 그리고 나 없이 그동안 혼자 지낸 2~3년의 시간이 그렇게 괴롭거나 힘들었다고 여기고 싶지 않았다. 


단지, 내가 남긴 그 빈자리가 할머니에게 얼마나 공허하고 쓸쓸했을지는 어느 정도 가늠이 간다. 그래서 할머니와 좀 더 함께할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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