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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Jan 26. 2024

할머니가 알려준 소고기 미역국

아직 해드린 적 없는 특별한 날의 음식

할머니와 같이 살았다고 해서 내가 음식을 무척 잘하는 사람이라는 착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할머니는 내게 어렵거나 힘든 일은 시키지 않으려 하셨었다. 항상 우리집 전문 셰프는 할머니셨고 손이 모자랄 때 비로소 나를 소환시키셨는데, 그렇다 해서 내가 재료 손질에 능통한 건 아니다.


오히려 할머니는 도와달라는 말을 꺼내놓고도 내게 눈치가 보이시는 건지 빨리 나를 주방에서 탈출시키려 하셨다. 철이 든 건 30살이 되고 나서였으니 그동안 할머니는 얼마나 많이 외로운 주방 생활을 해오셨던가 싶다,  할머니의 건강상태에 대해 좀 더 진작에 알았더라면...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철이 들었더라면, 좀 더 기쁜 마음으로 한 손 더 덜어 드렸더라면, 할머니가 조금이나마 쉽게 주방일을 하셨을 텐데... 


늘 이렇게 후회되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중에서도 할머니가 환자가 돼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건... 내가 할머니가 알려주신 요리조차 할머니께는 단 한 번도 해드린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내가 해드린다고 약속하고서 시간상의 이유로 "다음에...", 오늘은 할머니가 속이 안 좋으니까 "다음번에..." 그렇게 미뤄졌었다. 


할머니는 내가 결혼을 할 나이가 되자, 아주 쉬운 음식들만 몇 가지 알려주셨다. "나는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게 알려주니까~! 금방 익숙해져서 네가 스스로 해 먹을 수 있을 거다." 하시며 뚝딱 요리처럼 아주 쉽게 눈앞에서 선 보이던 음식들 중에 있었던 요리다. 내가 좋아해서 제일 먼저 알려 달라고 했던... 미역국.


나와 신랑이 정말 좋아하는 미역국, 할머니의 미역국으로 문을 열어 보겠다.


 소고기 미역국 


재료 :  마른미역 한 줌 , 소고기 양지 국거리 한 줌 , 참기름 1T, 국간장 1T, 소고기다시다 1t, 소금 약간, 그리고 물보다 살 뜰 물 있다면 대체하면 좋고 취향에 따라 다진 마늘 1T 넣어도 좋음




재료가 준비됐다면 본격적으로 음식을 시작해 볼게요! 우선 미역은 음식 시작하기 전에 좀 불려 두세요. 


1.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소고기와 다진 마늘을 넣고 볶아줍니다. 불의 세기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3~5분 정도면 금방 익더라고요. 


2. 불린 미역의 물을 빼고 같이 넣고 볶다가 고기가 익었다 싶으면 물을 부어 줍니다. 


3. 좀 끓어오르면 국간장을 넣고, 소고기 다시다를 조금 넣고 국자로 저어 줍니다. 


4. 간을 다시 보고도 싱겁다면 소금을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좀 더 맞춰주면 됩니다. 


중간중간 끓여 오르는 누런 거품이 오른다면 걷어주세요. 오래 끓일수록 맛있는 미역국 간단 레시피입니다. 



정말 쉽고 간단하죠? 그래도 고기육수 덕분인지 미역과 소고기의 궁합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소한 국물에는 찬밥도 따뜻한 밥도 상관없이 너무 맛있어 김치나 깍두기만 있어도 두 공기 거뜬히 먹을 수 있는 맛있는 국입니다. 제게 추억의 요리인만큼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이지만... 할머니께 직접 해드리지 못해서 마냥 아쉬운 생일특식. 



할머니 빨리 회복하세요! 드실 수 있으면
제가 언제든 만들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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