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지협 Mar 16. 2022

날씨가 좋으면 나가고 싶지만,

집콕하다 집순이가 된 바람에

아침부터 뿌연 미세먼지로 가득 찬 하늘을 보자 기분까지도 흐려졌다. 오후까지도 이 상태라면 꿀꿀한 날씨 따라 기분마저도 하루 종일 저기압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었다.


다행히 해가 빼꼼 얼굴을 내비쳐준 덕분에 점심 무렵에는 환한 햇빛을 맞을 수 있었다. 벌써 봄이 온 건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어제 오후에도 한껏 오른 온도여서 곧 여름이 다가올 것만 같은 걱정이 들었었으니까. 


아침에 본 기상캐스터의 말에 의하면, 일교차가 심한 상태가 이어지다 내일모레 비 소식과 함께 담주부터 꽃샘추위가 찾아온다고 했다. 지금 이 기세라면 올해 봄은 꽃샘추위 없이 봄이 찾아왔다 반길만한데... 아쉬웠다. 원래 쇼핑에 크게 관심은 없는 편이지만 집콕하다 보니 배달음식 주문과 생필품을 위한 온라인 쇼핑이 나의 새로운 취미가 됐달까... 그 와중에 소리 없이 찌고 있는 허벅지살과 밝은 톤의 봄옷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집콕 신세를 지고 있는 집순이라 크게 패션에 관심을 두는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얼마 전에는 스치듯 보게 된 가방을 반나절 동안 보다 신랑 찬스로 선물 받았었다. 아직 첫 개시를 하지 못한 상태지만 여자들의 고민이라면, 가방을 사면 그에 어울리는 옷과 신발 등 매치하기 좋은 잇템들을 추가로 구입하게 된달까. 지금까지는 잘 참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오늘같이 나들이 가기 좋은 날씨, 해변가로 드라이브 가고 싶어지는 날씨는 견디기 힘들달까...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데


이렇게 기분까지 쨍하게 만드는 환한 날씨의 오후 

오늘 같이 좋은 날에도,


 밖에 다니는 게 두려웠다. 


집안 생활에 익숙해져 버린 바람에 집 밖을 나가는 게 어려워진 집순이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게 갑자기 너무 서러워졌다. 코로나를 뉴스에서 접하게 되면서부터 였던 것 같다. 손소독제 없이 외출할 때는 핸드폰이나 지갑을 두고 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찝찝해졌달까. 백신, 방역 패스와 같은 방역지침에 귀 기울이며 매일 늘어나는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를 접하다 주변 지인들로부터 듣게 된 감염 소식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곤 했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전파되는지 알 수 없어, 예방만이 살길이라니 모두를 위해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달에 한번 정도의 외출은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면서도 괜찮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은 여전했다. 콧바람을 쐬러 가자는 신랑이 제안할 적에도 집에 머물자며, 마트 배송을 이용하면서, 집콕을 밥먹듯이 하고 있다가도 가끔씩 일부러 답답할 그를 위해 산책이나 마트 장보기 순회를 같이 하는 정도로 최소화했다. 그래도 봄꽃만큼은 보고 싶었기에 막상 이렇게 화창한 날씨와 마주하게 되니 반갑기도 하고 괜히 들떴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 했던 나는


놀아본 사람이 놀 줄 아는 것처럼, 어디론가 떠나본 적이 없다 보니 가고 싶은 곳은 참 많았지만 낯선 곳으로의 출발에 걸음 떼는 게 쉽지 않아 막상 가지 않았고, 도착하게 되면 뭘 해야 할지 모르던 내가 코로나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집콕하는 집순이가 됐다. 


지금 와서 보면 어디로 떠날 적마다 바리바리 꾸리게 되는 짐들, 다녀와서 풀어야 하는 짐들로 인한 약간의 성가심이 집순이를 자처하는 이유 중 하나였지 않을까 싶다. 다녀온 가방이 있으면 후다닥 풀어 원상 복귀시켜야만 하는 기분이 든달까. 더구나 잘 나가지 않은 내겐 잠깐 외출조차도 꽤나 의미 있기에, 즉흥여행과는 매우 거리가 먼 편인지라 계획 없이 짐 없이 떠나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까웠다. 


남는 건 사진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진 찍느라 열 일하던 핸드폰 배터리가 나갈 쯤에나 그 시간과 풍경에 빠져들곤 했다. 어쩌면 나는 시간에 쫓겨 여행의 맛을 곱씹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 짐을 풀면서 느끼는 감정들조차 느낄 새도 없이 서둘러 보내버렸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내가 가졌었던 나의 이십 대 버킷리스트 1순위가 배낭여행 전국투어였다. 설렘이 가득했던 배낭가방 하나 메고 돌아다녀보는 것. 삼십 대를 훌쩍 넘어서도 여전히 꿈으로 간직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고서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적에는 언제든지 떠나보기로, 아주 가끔 꺼내보면서 그렇게 접어둔다. 뭣이 중헌데, 마음이 중요하지. 집이라도 산책인들 소풍인들 뭐 어떤가. 멀리서 불어오는 봄바람에도 이렇게 행복한데.


#집순이 #집콕 #봄타다 #봄마중 #마음 #여행 #사진 #일상

매거진의 이전글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