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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Jul 31. 2023

여름이 와서, 움직여서, 언제까지 몰라서


여름이 온 게 맞나 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할머니는 뇌출혈수술 이후 뇌경색 후유증으로 반 마비된 상태라는 걸 알게 됐죠. 이후 중환자실, 입원, 그리고 재활이 가능한 요양병원에 오게 됐습니다.


하지만 반 마비된 상태인 데다 초기치매인데 뇌출혈 수술 이후 치매약은 물론 어떤 것도 먹지 못하고 제대로 된 진료도 보지 못할 정도의 비자립적이고 불편한 신체조건과 정신상태라 제대로 된 재활치료가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다만 할머니가 단 하나의 이점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건, 욕창이 걸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이유라는 것. 하지만 한 달 반 동안 입을 꾹 다물고서 시위하는 건지... 이젠 그 무엇도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인 건지... 아니면 아무것도 인정하기 싫어서 현실을 외면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따금 보게 되는 사진과 영상 속 할머니는 담담한 듯보여도 슬프고 외롭고 힘든 싸움 중인 한 여자가 보입니다. 고생만 진탕하고 살았는데... 왜 하필 우리 할머니에게 이런 불행한 일이 생겼는지. 그게 나 때문이진 않을지 괴롭고 슬픈 나날입니다.


여름이 와서 더 힘든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장마, 더위, 습기, 무더움, 지치는 그 모든 날씨를 왼팔과 다리를 제 몸으로 인지하지 않게 된 듯이 할머니는 자꾸만 오른쪽으로만 보고 듣는 걸 보면 이젠 희망을 떠올리면 안 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그래도... 기적을.... 그래도... 할머니가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재활치료는 단점이라면 유일한 움직임이 있는 시간이라
할머니의 장기들의 생리적 반응이 생기곤 하는데...
여기에서부터 현장에서의 불평이 나오기 마련.


작은 변을 보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왜소한 몸집에서 마비 이후 천근처럼 무거워진 몸집으로 스스로 느껴질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아무리 인지능력이 떨어졌다지만 작은 불평이라도 없이, 부모님처럼 할머니를 챙겨주시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그리고 직접 모시지 못해서 미안하고 자주 못 보러 가서 미안해요 할머니.


주변에서나 병원에서 들려주는 오랜 투병 생활 중인 요양원 입소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10년 이상의 지침과 고됨을 미리 한숨짓듯 알려주는 이모의 말에 한편으론 막막하다 싶다가도 이런 마음이 할머니께 조금이라도 전해질까 봐 이내 지워버립니다. 할머니를 모시고 올 자리 나 상황은 마련하지 못했지만... 할머니가 회복해서 같이 생활할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게 1년이든 10년이 됐든지 말이죠. 경제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는 건 가족들 모두 매 한 가지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가 세상에 존재하는 게 행복인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마다 답답한 듯이 가슴 쪽을 손으로 툭툭 치는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할머니 머리는 기억하지 못해도 가슴은 모든 걸 알고 기억하고 있는 게 분명했습니다.


할머니... 할머니가 우리를 기억하지 못해도 우리는 할머니를 기억할 것이고, 할머니를 사랑합니다. 할머니의 속마음을 읽을 수 없는 무지한 저희는 당신이 말하는 그 순간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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