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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Jul 31. 2023

외면하는 시선너머

당신의 생각과 마음이 궁금합니다


결혼한 이후로 할머니께 한 달에 한 번은 꼭 할머니를 만나 뵈러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길어도 두 달에 한 번은 당신을 뵈러 가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주일 전 할머니를 만나 뵙고 왔고, 이후 호전하셨다는 소식에 반가움을 느끼며 안도를 느꼈습니다.


할머니께 건넸던 약속의 증표, 에코백 안에서 주섬주섬 꺼내든 위임장과 함께, 주저리 꺼냈던 속마음.... 그게 다행히 전해져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더 나아지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저만의 오해였나 봅니다.


영상통화를 할 때마다, 직접 만날 때 역시도 여전히 할머니의 눈빛은 외면하는 시선... 잠시 3초라도 바라봐주면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애잔하게 바라보던 할머니의 그윽한 눈빛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할머니는 제가 카메라를 들이 내밀어도 싫은 내색 없이 예쁜 표정을 방긋 지으시면서 센스 있게 제스처까지 취해주셨었는데...

그런 할머니의 모습은 하루아침에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할머니의 달라진 모습조차도 사랑합니다. 그리고 받아들일게요. 대신 할머니도 받아들이고, 많이 속상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은 할머니가 기억을 못 하고 인지를 못하는 상황이래요. 하지만 전 할머니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담담하게 현실을 외면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할머니... 어떤 생각이신 거예요? 언제쯤 할머니의 생각을 들려주실 건가요? 하루하루가 고달프지만 그래도 기다려볼게요. 장난치고 바라봐주고 챙겨주던 할머니의 따스한 손길과 눈빛이 그리운 오후... 그동안 적으려다만 이야기를 올려봅니다.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라서 외면하실테지만, 할머니는 지금도 제겐 완벽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뇌출혈환자 #뇌경색환자 #편마비 #환자가족 #할머니생각 #사랑합니다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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