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케치여행 Feb 04. 2019

토론토 글랜케언(Glencairn) 거리의 신비한 나무

이두섭 작가의 스케치로 만나는 감성여행 스토리

 지하철을 타고 아무 곳이나 가려고 토론토 핀치(Finch) 역에서 1호선에 탑승했다. 사람들이 자주 몰려가는 유명 지역은 그들에게 양보하였기에 오늘도 아무도 찾지 않는  길을 나섰다. 내 여행의 대부분은 목적 없이 길을 걷는 여정이다. 막연하게 이글 링턴(Eglinton) 역이라는 안내 방송을 듣는 순간 이 지역이 궁금해져 지하철에서 내렸다. 언제나 이유가 없었다. 그냥 마음이 내키거나 그때의 감정에 충실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 이끌어 왔던 세계는 지금의 그림 세계를 구축하였고 그것은 오늘도 실패 없이 건재하다.

역 바깥의 바람은 날을 세워 불어온다. 그깟 날이야 그동안 견디며 굳어졌던 감정의 굳은살로 버티면 그만이겠지만 풍경 속에서 진열되어 있는 거리가 사뭇 처연해 보여 마음이 그 낯선 풍경을 견디기가 어렵다. 이런 식의 여행을 선택하는 순간 안위보다 발산. 정리보다는 흐트러짐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라봄으로 느껴지는 감성의 증폭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혼란스러움과 우울을 극복할 수 있게 받쳐 준 것은 바깥쪽의 처음 보는 세상들이다. 그런 낯선 풍경들과 사람들과 사물들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설렘으로 위로해줬고 감성의 몹쓸 폭풍으로부터 견딜 수 있는 면역 세포를 만들어줬다.

아름다운 집들이 진열되어 있는 길로 접어들었다. 글렌케언(Glencairn) 길. 이상하게 기시감이 드는 길이다. 그 길의 모퉁이에 유독 눈길이 가는 아름다운 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집의 담장은 언제든 드나들 수 있는 따듯함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느낌으로 낯선 거리를 걷고 있는 막막함 속에 저런 분위기로 나를 보듬는 느낌은 어쩌면 스스로 일으켜 세우는 힘을 주며 세상이 신뢰를 승인해주는 기분이 들게 하는 집이다. 이 거리의 바람이 나무들의 손을 잡아 흔들며 신비한 춤을 추고 있다. 그 바람이 추상화시킨 풍경들. 이 낯선 동네를 하염없이 지나는 겨울바람을 받아서 스케치북에 정성스럽게 적고 싶었다.  

저 집, 무언가 혼자의 여행길에 위로와 안심을 선물해 주는 집. 그 주위에서 춤추는 신비한 나무들도 함께 적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니언 빌에서의 산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