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섭 작가의 스케치로 만나는 감성여행 스토리
지하철을 타고 아무 곳이나 가려고 토론토 핀치(Finch) 역에서 1호선에 탑승했다. 사람들이 자주 몰려가는 유명 지역은 그들에게 양보하였기에 오늘도 아무도 찾지 않는 길을 나섰다. 내 여행의 대부분은 목적 없이 길을 걷는 여정이다. 막연하게 이글 링턴(Eglinton) 역이라는 안내 방송을 듣는 순간 이 지역이 궁금해져 지하철에서 내렸다. 언제나 이유가 없었다. 그냥 마음이 내키거나 그때의 감정에 충실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 이끌어 왔던 세계는 지금의 그림 세계를 구축하였고 그것은 오늘도 실패 없이 건재하다.
역 바깥의 바람은 날을 세워 불어온다. 그깟 날이야 그동안 견디며 굳어졌던 감정의 굳은살로 버티면 그만이겠지만 풍경 속에서 진열되어 있는 거리가 사뭇 처연해 보여 마음이 그 낯선 풍경을 견디기가 어렵다. 이런 식의 여행을 선택하는 순간 안위보다 발산. 정리보다는 흐트러짐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라봄으로 느껴지는 감성의 증폭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혼란스러움과 우울을 극복할 수 있게 받쳐 준 것은 바깥쪽의 처음 보는 세상들이다. 그런 낯선 풍경들과 사람들과 사물들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설렘으로 위로해줬고 감성의 몹쓸 폭풍으로부터 견딜 수 있는 면역 세포를 만들어줬다.
아름다운 집들이 진열되어 있는 길로 접어들었다. 글렌케언(Glencairn) 길. 이상하게 기시감이 드는 길이다. 그 길의 모퉁이에 유독 눈길이 가는 아름다운 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집의 담장은 언제든 드나들 수 있는 따듯함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느낌으로 낯선 거리를 걷고 있는 막막함 속에 저런 분위기로 나를 보듬는 느낌은 어쩌면 스스로 일으켜 세우는 힘을 주며 세상이 신뢰를 승인해주는 기분이 들게 하는 집이다. 이 거리의 바람이 나무들의 손을 잡아 흔들며 신비한 춤을 추고 있다. 그 바람이 추상화시킨 풍경들. 이 낯선 동네를 하염없이 지나는 겨울바람을 받아서 스케치북에 정성스럽게 적고 싶었다.
저 집, 무언가 혼자의 여행길에 위로와 안심을 선물해 주는 집. 그 주위에서 춤추는 신비한 나무들도 함께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