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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Aug 23. 2016

동유럽 여행의 시작

<동유럽 여행의 시작>

#. part1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마음이 공중에 둥둥 떠있었다. 사실 떠나는 날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그 막연함이 더 설렜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는 동유럽 여행.
모든 숙박을 현지인의 집에서 자며, 무엇을 할지 구체적으로 정해두지 않아서 더 좋은 여행. 
특별한 컨셉없이 그저 좋은 풍경을 눈에 많이 담고, 그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셔터를 실컷 누르고, 틈날 때는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는 그런 여행이면 좋겠다. 와이프와 두 손 꼭 잡고 다니며, 뜨거운 유럽의 하늘을 맘 껏 누리며, 해 질 무렵의 식사에는 맥주가 한 잔 깃들여진 그런 여행. 

나중에 떠날 아주아주 먼 장기여행의 연습을 하듯, 구름같이 가볍게 떠나는 여행. 그런 여행이면 좋겠다. 

여행의 순간만큼은 그 '여행자'라는 자격에 흠뻑 취할 수 있어서 좋다. 
나를 알아보는 이 없이, 나에게 경쟁이나 성과를 요구하는 이 없이, 삐딱할 때 삐딱하다 주의를 주는 사람 없이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자격. 
오늘의 일과를 상사에게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팔뚝에 새겨진 타투를 장인어른께 숨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자격. 물론,, 수염을 기르면 혼내는 와이프가 동행하긴 하지만, 나는 여행자의 그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를 좋아한다.  

이번에 떠나는 체코, 프라하, 헝가리, 크로아티아는 이미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있는 나라들이다. 
역사적인, 아름다운, 꼭 봐야만 하는 그런 ‘유명한’ 무언가 들이 가득 찬 곳.

존경하는 무라카미 형님은 말씀하셨다.(최근에 읽은 책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에서)
대체 그곳에 무엇이 있느냐는 경험 해보지 않고서 알 수 없다고. 
그것을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거라고.

피부에 와 닿는 공기의 냄새와 온도가 어떤지는, 
많이 걸어서 다리가 한없이 무거워질 때 잠시 쉬어간 벤치에서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는, 
보여지는 화려한 관광명소 귀퉁이에서 전 세계 수많은 여행자들을 구경하는 기쁨이 어떨지는, 
현지인이 추천해준 그 나라만의 식당에서 먹는 음식 맛과 식당 분위기가 어떤 영감을 줄지는,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자유로운 시간. 
나는 다시 3주간 '여행자'가 되려고 한다.  
설레는 이 시간, 나보다 먼저 다녀간 여행자들의 소소한 에세이를 읽으며 
다른 누군가의 여행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여행이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 part2

유럽 클래식 음악이 한 껏 꽃 피운 곳.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가 있는 곳.
여행을 앞두고 몇 차례나 클래식을 찾아들어보았다. 
이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 연주할 수 있는 도시는 어떤 곳인지 더 기대하고 싶은 마음에,
여행책에서만 보는 "음악의 도시"라는 활자가 아닌,
정말 그것을 느끼고 싶어서 몇 번이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음악을 들었다. 
도시의 아름다운 건물들을 볼 때 그 음악들이 나를 감싸안아주길 기도하며.

게다가 이번 여행을 위해서 다시 세계사를 공부했다. 유럽의 흥망성쇠를 공부했으며, 그 속에서 동유럽 국가들의 흔적들을 다시 찾아보았다. 원래는 잠깐 들춰보려고 했었는데, 공부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역사 속으로 다시금 빠져들게 되었다. 
당시의 그 시대로 돌아가서 왕이 되어보기도 하고, 또 때론 귀족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음악가, 군인, 평민이 되어보는 짜릿한 시간.
그들이 어떤 문화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나에게 역사는 그저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활자로 공부해보는 의미 이상이다.
과거를 상상할 수 있고, 그 상상 속에서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그런 경험들. 과거의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는 역사의 흔적들은 참으로 신비롭다.
그리고 그곳에 서서 과거 그들이 마셨던 공기를 직접 느끼며 온 몸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인류가 살아감에 있어서 큰 축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행자로서, 그리고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역사는 늘 승자의 역사였고, 돈을 위한 역사였고, 누군가의 탐욕을 위한 역사였다.
그러기에 누군가를 죽여야 했고,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야 했으며, 승리하는 자가 같은 편일 때 그 사람은 영웅이 되었고, 승리하는 자가 다른 편일 때는 자연스레 죄인이 되었다. 
도시가 화려할수록 전염병도 활발했고, 그 병들은 적을 많이 죽여 강해진 누군가를 다시 겸손하게 만들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강함도 병과 자연 앞에서 무너졌고, 또 다른 욕심을 가진 인간 앞에서 사라져 갔다. 

내가 가는 이곳도 예외는 없다. 
종교와 권력과 사상을 명분으로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행위를 심판이라도 받듯,
전염병이 600번이나 유럽을 휩쓸고 갔고,
큰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주도하며 또다시 아픔을 경험했다. 

나라가 위태로울수록 교황과 황제들은 자기의 힘을 강조하는 건축물을 높이 올려
스스로의 힘을 드러내고자 했고,
더 낮은 곳에서 위태로웠던 민중들은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켰다. 
그래서 그들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은 늘 아슬아슬하다.

드디어 나는 그 흔적 속으로 간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중심으로, 훈족과 유럽인의 조화가 이루어진 땅으로,
보헤이마의 예술이 숨 쉬는 얀 후스의 동상 앞에, 로마의 황제가 사랑했던 지중해 해안으로 간다.

돈을 탈탈 털어서 가는 우리 부부의 여행이 훗날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랄 뿐이고, 
10시간 만에 아시아의 동쪽에서 유럽의 동쪽으로 우리를 옮겨주는,
이 거대하고 무거운 새를 발명하게 해 준 라이트 형제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알지도 모르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38번 프라하 2악장이 이어폰 속으로 흐르고 있다.
모차르트를 들으니 유럽이 머릿속에 막 아른거리는 것 같다고 와이프에게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상하게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듣고 싶다. 
팝송도 잘 모르긴 마찬가진데, 그냥 지금은 그렇다.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철수 아저씨의 분위기 때문인가 보다. 

#어느덧 오스트리아 반에 도착했다
에어비앤비의 숙소를 찾아가는 그 길.
펼쳐진 이국적인 골목 풍경을 보니 조금씩 실감이 난다.

우리가 삼일동안 빈에서 묵을 에어비엔비 theo의 집
빈의 골목길 정말 사람사는 뒷골목 풍경이다
집 찾아가는 와이프.
비가 온 후 촉촉히 젖어있는 빈의 골목길.
빈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기차 밖 풍경.
드디어 에어비앤비 theo의 집 도착, 사진이 몹시 흔들렸다. 
식사 후 돌아가는 길의 풍경.
추천받은 현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여행가서 마시는 맥주와 축구보면서 마시는 맥주는 그냥 맥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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