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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Oct 27. 2016

한옥마을로 떠난 시간여행

대한민국의 가장 뜨거운 여행지 전주


이제는 국민 관광지가 되어버린 전주 한옥마을을

일 년 만에 다시 찾았다.


정말,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서울과 전라를 오가는 이들이

반나절 머물며 쉬어갔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곳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가장 뜨거운 여행지가 되어버린 전주.




사실 전주 한옥마을이 유명해지긴 했지만,

그 속에 어떤 역사가 숨겨져 있는지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물론 나도 지금까지는 그저 볼거리가 많은 관광지라고만 생각했다.


한옥 마을 거리를 걸으며 문어 꼬치를 먹고,

수제 초코파이를 사 오는 너무나도 일반적인 여행에 그치곤 했었는데,


최근 전주 한옥마을의 역사를 알게 되면서 전주가 더 정감 가는 곳이 되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호남에서 식량을 조달받기 위해

일본은 전주와 군산 간의 철도를 개설하게 되고,

그러면서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전주부성의 서쪽을 허물어 버렸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일본인들이 성 안으로 들어와 전주 상권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이를 원통하게 여긴 전주 시민들이 민족의 자긍심을 드러내기 위해

지금의 한옥마을 자리에 한옥을 새롭게 지으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했고,

그렇게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는 700~800여 채의 한옥이 지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지금까지 보존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한옥마을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우리 역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곳.

그리고 그 슬픔을 극복하려는 선조들의 아름다운 흔적들.


불과 100년 밖에 안된 역사의 발자취가

지금은 전통과 민족정신을 앞세운 전북 최고의 관광지가 되어 많은 여행자들에게 기쁨을 건네주고 있다.   


괜스레 전주가 더 아름답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전주 한옥마을은 오감만족 여행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거리마다 주전부리와 디저트 카페가 자리하고 있고,

비빔밥, 떡갈비 등의 맛집이 어우러져 여행자들의 미각을 만족시켜준다.


또한 경기전, 오목대, 전동성당 등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명소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으며,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하며 직접 한옥을 체험할 수도 있다.


이 것이 남녀노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옥마을을 찾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사실 전주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도시다.

단, 유네스코로 지정된 건 한옥마을이 아니라는 것이 함정.


전주는 유네스코 음식 창의 도시로 지정되어있다.


맛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

다른 창의도시와 상호교류를 통해 한국 전통문화의 음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생각해보니, 전주에서 해결한 끼니 중에 실망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행복한 음식이 있는 여행이 최고의 여행이 아닐까.

 



한옥마을은 입구가 따로 없다.

말 그대로 도심 속 큰 한옥마을이다 보니 사방에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우리가 들어선 입구에서는 한옥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안내판이 있었고, 그와 가까운 곳에 그 유명한 전주 초코파이 가게가 있었다.




어쩜 이렇게 한옥마을과 잘 어울리게 건물을 지었을까.

전혀 초코파이 파는 곳스럽지 않은 <풍년제과>.


이제는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이자 간식이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가족들 선물로 구입.


그리고 찾은 곳은 <경기전>이다.



경기전은 조선의 대조 이성계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붐비는 여행지 가운데, 아주 한적하고 고즈넉한 공기를 맛볼 수 있는 곳.

여유롭게 조선을 거닐며 그 옛날 왕족의 고장이었던 전주가 가졌을 긍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한옥마을 거리를 걷다보면, 경기전 담벼락을 금방 찾을 수 있다.
경기전 입구에 한복과, 일제시대 교복을 입은 사람까지 등장! 세자도 있고, 선비도 있고, 뒷모습만 춘향인 분들도 여럿 보였다.
탁 트인 여유로운 마당이 참 멋지다. 한복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장소.
이 커플도 조선시대요, 저 커플도 조선시대. 참 예쁜 사진.
경기전 담벼락을 따라오다보면, 저 멀리 그 유명한 전동성당이 보인다.



전동성당.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라고 불리는 이 곳은 그 외관만큼이나 더 큰 의미가 숨어있는 곳이다.


이 성당은 천주교 박해시절 전주 성곽 밖에서 참수된 천주교도의 첫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 윤항검의 순교터에 세운 성당이다.


사랑을 앞세운 서양의 새로운 종교 앞에서,

명분과 체면이 가장 중요했던 조선이 느꼈을 당혹감을 한편으론 공감하면서도

목숨을 걸고서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던 백성의 의지 또한 역사의 흔적이었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한옥마을 최고의 전망대, 오목대를 찾았다.


한옥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책코스이자

지금은 여행자들과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는 작은 공간이 되어있었다.


왕과 측근들이 쉬어갔을 그곳에서

노트북으로 잠시 밀린 업무를 했었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수많은 삶의 격차가 존재하지만,

예전 왕들만이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을 너무나도 쉽게 누릴 수 있는 오늘.

그들만 먹을 수 있었던 진수성찬은

오늘 저녁이라도 얼마든지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수많은 비판이 난무한 기술의 발전 앞에서

간만에 긍정적인 사고를 투영해보았다.  


오늘날 빈부격차와 자본주의가 주는 한계를 참 어려워했었는데,

생각해보면 인류가 살아오면서 계급과 전쟁, 이겨야만 살아남는 인권의 부정 앞에서

지금이 가장 평화로운 세상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의 오늘이 안겨준 우연함에 감사했고,

결국 신의 필연 앞에 감사했다.


오목대에서 바라 본 한옥마을의 전경.



전주에서 가장 익숙했던 풍경은 한복을 입은 여행자들의 모습이었다.

사실 이 문화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3년 전만 해도 한 두 업체가 아이디어로 시작했던 이 한복 가게가

지금은 전주 한옥마을의 마스코트가 되며,

수많은 젊은이들이 추억을 만들고자 이 곳을 찾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일본 오사카를 여행하며 들렀던 나라와 교토에서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은 젊은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게 이제는 전주로 들어와

시간여행을 한껏 만끽하게 해 준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었던 곳은 바로 자만마을이다.

얼마 전 어느 한 국내여행 책을 읽으며

전주에 숨겨진 벽화마을에 대한 소식을 접한 뒤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북적한 한옥마을에서 나와,

아주 조용하고 신비로운 골목길을 걷는 기분이란,


여전히 누군가의 삶의 터전인 곳을

숨죽여 걸으며 그 삶의 향기와 아름다운 벽화가 주는 조화로움을 느끼는 경험이란 과연 어떤 기분일까를 기대하며 찾았다.


자만마을은 625 전쟁 때 피난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정착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낙후된 달동네의 좁고 오래된 그 골목에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지면서

벽화마을로 다시 태어났다.


주택 40여 채의 담벼락에 그려진 거리의 예술품들.


늦은 오후,

한옥마을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그곳의

냄새를 잊을 수 없다.


더 오래 여운을 간직하려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봤지만,

그 햇살이 주는 따뜻함과

적당히 기분 좋을 정도의 가을의 온도,

오래된 골목에서 맡을 수 있는 향기가 어우러져

오랜만에 제대로 낭만 타령을 할 수 있었다.


한옥마을의 유일한 기념 샷.


전주.

그리고 한옥마을.


언제라도 또다시 찾고 싶은 그런 여행지다.


사진으로 다 담진 못했지만,

거리마다 이어지는 군것질의 행복과

늦은 밤 거니는 한옥마을의 차분함이 주는 매력 또한 중독성이 있다.


...


언젠가 우연히

눈이 소복이 쌓인 한옥마을의 풍경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다음 전주를 찾을 때는

바로 그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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