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괴물 Aug 23. 2016

낭만도시,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야기(2/2)


둘째 날부터 비가 올 것 같다고 걱정을 했었는데

쨍쨍한 하늘 아래 첫날을 보내고 나니
그 걱정은 기대로 바뀌었다.
비 내리는 이 도시의 풍경도 담고 싶은 욕심에.
비에 촉촉이 젖은 부다페스트. 상상만으로도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꽤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아침부터 잔뜩 기대하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미 충분히 여행자의 낭만을 만끽하고 있는데도,
더 깊게 빠져들고 싶은 그런 욕망.
그런 과한 설렘에 둘러싸여 있었음이라.

근데 그 순간 난데없이, 뭐든지 지나치면 탈 난다고 하신 아버지의 말씀이 스쳐 지나갔다.
두둥-!
그래,, 뭔가 좀 찔렸나 보다.
오늘은 좀 오버하려 했었나 보다.
여행과 산을 좋아하셔서 나보다 훨씬 경험이 많으신 아빠.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에게 해주신 아버지의 조언이 생각났다.

여행 때는 체력의 60%만 쓰고 늘 40%를 비축해두라고, 체력은 말할 것도 없고, 감정도 마찬가지, 먹는 것도 마찬가지, 모든 것을 60%만 채우고, 늘 40%의 여분을 남겨두라는 진리와 같은 말씀을 남기셨다.
아버지의 인생철학이 담긴 <60 대 40 법칙>.

어릴 때부터 뭐든 극적으로 즐기고 싶어 하던 나에게 자주 해주셨던 조언인데,
돌이켜보면 늘 아버지가 맞았던 것 같다.
이미 나는 충분히 지나친 수준이랄까..;

예전에는 아버지의 이 말씀을 오해하곤 했다.
삶을 최고로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고, 그래야 멋진 인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살다 보니 알 것만 같다.(물론 아직 멀었지만,)

좀 부족하고 여유가 남아 있을 때, 그때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남겨둔 여유 속에 숨은 미덕이 있다는 것을.
더 나아가기 위해선 언제나 한 발짝 물러설 너그러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물론 여행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이번과 같이 그리 짧지 않은 여행의 경우는 더더욱! 그래서 우리는 많이 쉬고, 너무 무리하지 않는 수수한 일정으로 다시 균형을 맞췄다.

Respect my father!

비 내리는 부다페스트 거리의 풍경.
초록색 폭스바겐과 비내리는 거리의 풍경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와이프에게 부다페스트는 사랑의 도시다.
아내가 몇 해 전 이 곳에 왔을 때 아름다운 왕궁을 산책하는 노부부를 사진에 담으며,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다시 오리라 다짐했던 곳. 그 사람과 아름다운 세체니 다리의 야경을 보며 그 순간을 영원히 담고 싶었다고 했다.
결혼 전부터 여러 번 들어왔던 그 바람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그런 역사적인 날. 우리 부부에게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제 1 목적 달성이다. 이런 감성적인 아내가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울 따름이다.

소문대로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화려하고 몽환적인 풍경과 더불어
강에 반사되어 비치는 흐릿한 불빛이 그 순간을 더 아련하게 만드는 그런 시간.

나중에 혹시라도 아내와 부부싸움이라도 하게 되면 이때를 떠올리게 해야지 싶어,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혹시라도 감성팔이가 진짜 먹힐지도 모르지 않나..

세체니 다리(Chain Bridge)의 야경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의 야경.
세체니 다리(Chain Bredge)의 야경, 정면샷.
세체니 다리(Chain Bredge)의 야경, 측면샷.


그리고 우리의 취향을 저격한 또 다른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세체니 온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부다페스트에서는 꼭 온천을 가야 한다며 노래를 부른 덕분에 아내가 기꺼이 온천행을 허락해줬다.

국토의 2/3가 온천 개발이 가능한 나라,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100여 개의 온천을 지닌 '물의 도시' 부다페스트,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세체니 온천'에 다녀왔다.
유럽에서 가장 큰 온천이며, 로마시대부터 이어져온 헝가리 온천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곳.
뭐 한마디로 최고의 온천이라는 거다. (와이프를 설득한 수법을 차용해서 괜히 수식어를 좀 붙여봤다.)

나는 노천 온천을 참 좋아한다.
시원한 야외의 공기를 맞으며, 온몸을 따뜻한 물안에 담그고 있노라면,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이 사치로 느껴진다. 핸드폰도 지갑도 옷가지들도 모두 다 벗어두고, 자연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 (물론 수영복은 입는다)

그런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찾아 떠났다.

이게 바로 세체니 온천 외부 사진. 누가 이걸 온천의 외관이라 하겠는가. ㅎㅎ
세체니 온천의 내부 풍경. (탈의실 2층에서 찍은 사진) 저 야외 노천탕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따끈한 물과 시원한 노천의 공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우리의 여행을 다독여주었다.
다양한 인종의 다양한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온천을 즐기는 모습.
그리고 그 속에 섞여있는 우리 부부.
원래 잠깐 온천을 맛보고 오자는 기존 계획과는 달리 두어 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우리에게 세체니 온천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그저 눈으로 보는 여행이 아닌, 몸으로 느끼는 여행의 경험.
유럽의 도시에서 즐기는 이색적인 온천여행.
그날 밤 우리 부부는 아주 꿀잠을 잤다.

부다페스트에서의 마지막 날인 내일은
이렇다 한 일정 없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현지인과 트립어드바이저가 추천한 맛집을 찾아다니며, 시원한 강변을 좀 걷다 오자고 계획했다.
빈과 부다페스트에서 소진한 체력을 내일 잘 보충해야 한다.

우리에겐 아직 열흘 동안의 크로아티아 여행이 남았고, 또 며칠간의 프라하 여행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현지사람과 여행객들이 모두 좋아한다는 식당 'Menza'
분위기 좋은 브런치 카페 '블루버드'와 오바마가 다녀갔다는 핫도그 가게. 너무 맛있었다.


부다페스트 영웅광장의 전경.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전경.
도나우 강변을 거닐다 한컷. 중년의 매력에 빠진 와이프..
세체니 다리를 건너며 한 컷.


( #. 클래식하고 고풍스러운 이국적인 풍경을 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정말 카메라에 '카'자도 모르면서, 괜히 작품 사진 찍는다고 유난 떨며 설쳐대는 나를 그저 귀엽게 봐주는 와이프가 있었기에 여행 동안 예술가 빙의를 할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낭만도시,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야기(1/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