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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Aug 24. 2016

자유의 도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이야기

2016 동유럽 이야기


이번 우리 부부의 일탈 여행 중 메인을 장식할 크로아티아. 3주간의 여행 중 2주를 책임 질 이 곳에서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여행자에게 개방된 지 얼마 안 된 유럽의 보물. 크고 작은 전쟁으로 오랫동안 유럽의 화약고라 불리던 발칸반도의 중심에 있었던 나라.

1995년 12월, 테이튼 평화 협정이 체결되고 나서야 전쟁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던 나라. 하지만, 천혜의 자연과 자유로움이라는 새로운 무기로 다시 한번 도약하고 있는 나라. 모드리치와 라키티치가 있는 축구 강국(지극히 주관적인 의도가 담긴 수식어).

비욘세와 제이지, 빌 게이츠와 (고) 스티브 잡스 형이 단골로 찾는 휴양지. 한국에서도 <꽃보다 누나>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여행지.

비교적 늦은 2013년 유럽연합 가입 후, 그들은 빠르게 관광국으로 산업을 전환하며 전 세계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크로아티아가 '오스트리아'나 '헝가리' 보다 유서 깊은 역사의 흔적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혼란스러웠던 국내외 정세 속에서 역사를 보존하고 지키기보다는, 서로 간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라의 독립을 위해 더 노력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거칠었던 역사로 일관된 크로아티아는 그 만의 역사적 특징이 있다. 나라 곳곳에 숨어있는 수많은 침략국가들의 흔적이 만들어낸, 유럽 건축양식의 보물창고와도 같은 곳. 로마, 바로크, 르네상스, 로마네스크, 베네치아, 고딕, 현대 건축물까지,, 그저 거리거리마다 풍겨져 나오는 그런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기대한다면 크로아티아 만한 나라가 있을까 싶다. 게다가 천혜의 자연과 자유로움이 있지 않은가.


날씨가 너무 화창하다. 자그레브의 중심, 반옐라치치 광장의 풍경.
모든 상점이 이렇게 노천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매일같이 밖에서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해질무렵 반 옐라치치 광장의 사진 한 컷. pic of the day!!
자그레브에서 3일동안 묵게 될 'antonija'의 집 _ 에어비엔비로 예약
자그레브의 석양을 맞으며 셀카 :)


마침 비 오던 부다페스트를 넘어서 태양이 내리쬐는 크로아티아를 만끽하니 그 반전의 매력으로 매료되었다. 거리마다 있는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번 여행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있는 아내가 여행책을 살펴볼 동안 나는 한가롭게 관광객들과 현지 사람들을 구경하며 아이패드에 이것저것 끄적여보고 있다.

아내는 정말 함께 여행하고픈 1순위의 여행 메이트다. 계획하기를 어려워하고, 선호가 크지 않은 나에게는 특히나 그렇다.

항공 예약은 물론이고, 에어비앤비로 전 일정 숙소를 예약했으며, 도시 간, 나라 간 이동수단까 지도 이미 예약을 마쳤다.(버스뿐 아니라, 렌터카와 페리도 포함!) 환전도 척척, 길 찾기도 척척, 구글맵에 감탄해가며 여기저기 나를 잘 인도한다.

게다가 좋은 사진 모델이 되어주기도 하고, 딱히 가리는 음식도 없으며, 심지어 체력도 좋다. 서프라이즈.

나는 그저 와이프를 따라다니며 무거운 게 있으면 짐꾼 노릇을 하고, 혹시 와이프가 길 찾기를 할 때 불안해하면 안심시켜주고, 배고파 보이면 간식을 제안하고, 와이프가 하려고 하는 일들에 대해 간섭하지 않으며 무조건 동조하고, 공부했던 역사와 문화를 버무려 가이드를 곁들이고, 파파라치 컷을 예쁘게 찍어서 와이프에게 보여주는 정도.

와이프와 함께인 세 번째 해외 자유여행이고, 22일 동안의 짧지 않은 여행이지만 이번에도 우리는 서로에게 제법 좋은 여행메이트기 되어주고 있는 것 같다.

여행지에 왔지만 관광명소를 못 보고 지나치는 것을 전혀 아쉬워하지 않는 것도, 노천카페에 앉아서 함께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것도,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빨리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즐기려 하는 것도, 모두 다 잘 맞는 것 같다.

(근데, 이 모든 게 내 생각이다. 아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겠다. ㅎㅎ..!)


자그레브에서 3일을 묵을 생각이다. 하루 이틀에 거쳐가는 이 곳에서 3일을 묵는다고 하니, 다들 뭐할거냐고 물어본다. 뭐, 나름 크로아티아의 수도니깐 할 일이야 있지 않겠나 싶다.

3일 동안 다른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지 뭐. 관광객들이 잘 안 가는 그런 시민공원에서 뒹굴거리며 힐링이나 좀 하지 뭐. 박물관과 미술관도 유명하다는데 그거 다 보려면 3일로도 모자라지 않나 싶다.


사실 자그레브는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크로아티아의 수도라고 하기에는 소박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머물고 싶은 도시. 근데 오늘 만난 이곳은 너무 다정하고 활기차서 놀랄 정도였다. 역시 아내의 굿초이스 :)

이렇게 크로아티아 여행 첫날이 지나간다.

성마크로 성당. 성당이 예뻐서 인지, 그것과 어우러진 하늘 때문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자그레브에서 이런 풍경은 흔하다고나 할까.
그냥 집앞에 나온 거리의 건물들이 다 이렇게 클래식하다. 특징이라고 하면 나무나 식물들이 늘 함꼐 어우러져 있다.
자그레브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vincek' 아이스크림집! 거리 사람들이 다 이걸 들고 다닌다.
세상에서 가장 가파르고, 오래되고, 짧다는 케이블카라는데. ㅎ
골목길 매니아 우리 부부.
넥타이가 크로아티아에서 처음 시작되었다는 사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집이다.
반옐라치치의 동상. 크로아티아 독립을 위해 힘쓴 영웅이다. 이 동상은 자그레브사람들의 주된 약속장소이다.
대성당. 진짜 말 그대로 대 성당. 웅장하고 엄숙한 이 곳에는 와이프만 들어갔다나왔다. 입구에 나시와 쪼리와 반바지와 애완견은 출입이 안된다고 적혀있는데, 개만빼면 딱 나였다.
자그레브 곳곳에 이런 작고 예쁜 골목길이 있다.
돌라체시장에서는 역시나 과일을 사 먹었다. 그중에서도 벌들이 가장 많이 꼬여있는 복숭아를.
스테판 커리 져지를 입고 자그레브 관광. 사람들이 많이들 쳐다보더라...; 여기서는 이런거 안입나보다..
자그레브의 녹색 오아시스라고 부르는 스트로스마예로브 광장의 공원 풍경.
해질 부렵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도시 풍경.
햇볕이 뜨거울땐 그냥 공원에 앉아 쉬었다. ㅎㅎ


(이제 이틀 지났는데, 엄선하고 엄선한 사진이 이렇게 많다. 혹시라도 자그레브를 과소평가하지 말길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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